미대를 다니며 요가를 한다는 것

주변 미대생들이 가진 요가에 대한 오해와 편견들

by 이소연
KakaoTalk_Photo_2021-08-14-21-27-13 002.jpeg 시르사 아사나 (머리 서기) 준비하는 모습.


어쩌면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요가에 대한 편견을 가진 대상들은 미대생만은 아닐 거다. 단지 내 주변에 나와 같은 미술을 전공하는 동기들이 많기 때문에 미대생들이 가진 편견들이라 했을 뿐. 내가 요가를 한다고 하면 들었던 몇 가지 이야기들을 추려보았다. 아직 '요가'를 오랫동안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들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저, 나는 나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낙담하는 게 아니라.



나는 나의 말을 나로서 증명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지금도 그렇게 실천하려 노력 중이다. 그렇다면 어떤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왜 내가 특히 미대생들이 요가를 하면 더욱 좋은지를 알려주는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자.



KakaoTalk_Photo_2021-08-14-21-27-13 003.jpeg 바카 아사나 하는 모습.


1. 요가는 유연한 사람들만 하는 운동이다.


이 부분은 명백히 틀린 말이다. 물론 유연한 사람들이 하면 어렵지 않게 취할 수 있는 동작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유연하기 때문에 관절을 멋대로 꺾거나 근육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더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그리고 유연한 사람들은 대부분의 어려운 동작들을 쉽게 취하기 때문에 근력을 키우기 쉽지 않다. 요가는 유연성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예를 들면, 전굴이나 후굴을 할 때 다리와 허벅지의 강력한 힘을 써야 허리의 부상을 방지하고 더 깊은 자세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무리하게 자세를 취할 경우 허리의 부상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의외로 요가를 꾸준히 하다 보면 근육을 키울 수 있고 체력이 좋아지게 된다.


2. 단 시간에 몸이 좋아질 수 있다.


이 것도 동의할 수 없다. 나의 경우엔 몸을 교정하는 데에만 3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그것도 개인 피티와 단체요가를 일주일에 3~5번씩 병행한 결과다. 몸을 한 번에 단숨에 고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지금의 몸은 내가 그렇게 만든 세월이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이기 때문에 단시간에 그 시간을 거슬러 좋아진다는 건 욕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꾸준히 나의 몸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서 요가를 해야 그에 답하는 결과가 찾아온다. 위의 비슷한 이야기로 1~2달 만에 살이 빠지거나 다이어트의 효과를 보고 싶다는 말도 상당히 들었다. 나는 사람들이 짧은 시간에 많은 효율을 찾으려 한다는 특성을 알았다. 그러나 그 '빠름'과 '많은 효율성'을 요가에 대입하려 찾는다면 나는 요가를 권하고 싶지 않다. 요가를 하면 분명 좋아지고 살도 빠진다. (극적이진 않다, 서서히 그 변화가 쌓여갈 뿐)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요가를 한다면 1년도 못 가서 포기하게 될 것이다. 요가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수련'이기 때문에.


3. 요가 동작 (아사나)을 잘하면 요가를 잘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할 말이 좀 있는 편이다. 미디어에 보이는 시각적 이미지의 효과는 참 대단하다. 그리고 강렬하게 인상이 남는다. 요가의 동작들은 함부로 접근하기 힘들어 보이고 어떤 동작들은 묘기 같아 보인다. 그 어렵게 보이는 동작들을 내가 해낸다면 남들보다 더 우월해 보이고, 더 잘하는 것 같은 '황홀감'에 빠진다. 분명 성취감은 꾸준히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아사나를 하나씩 정복한다는 마음으로 요가를 하다 보면 개인의 '욕망'에 사로잡혀 버리게 되고 더 큰 화를 불어 일으키기도 한다. 가령 나의 몸은 아직 준비가 안되었는데 무리하게 어려운 동작을 시도하다가 힘줄에 염증이 생긴다던지. 뼈에 금이 간다던지. 심지어 요가 강사도 이러한 욕심에 휩싸이기 쉽다. 어려운 동작을 하나 해내고 나면 그것으로 끝나는가?

절대로 아니다. 요가의 아사나는 정말 많다. 미디어에 나오지 않은 더한 동작들도 많다. 그렇다고 그 동작들을 도장깨기 식으로 다룰 것인가? 그런 식의 수련은 오래가지 못한다. 매일의 수련의 다름을, 그 수련의 쌓임의 깊이를 아는 사람은 절대로 아사나를 만날 때 그런 마음가짐으로 있을 수 없다. 내가 아사나를 정복한다는 말은 오만한 마음이다.


한 동작을 만날 때 온 마음을 다해 그 자세를 취하고 그 자세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본인만의 감각으로 느끼면 나는 그 사람이야말로 참된 수련을 하고 있으며 요가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가의 동작을 취하는 것엔 사실 정답은 없다. 다만, 자세를 어떻게 취해야 에너지를 더 잘 느낄 수 있고 안 아프게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이드는 존재한다. 자신의 시간을 오롯이 자신에게 쓸 수 있는가. 자신에게만 몰입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요가에 대한 척도는 '현재의 나와 있을 수 있는가'로 봐야 한다고 본다. 이는 내가 지도자 과정을 수강하며 그간 수련 때 느낀 나의 깨달음이다.



KakaoTalk_Photo_2021-08-14-21-27-12 001.jpeg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 나하는 모습.


위의 말들은 요가를 아사나로 보는, 동일시하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들이지만 이 말들보다 더 내게 남는 말이 있다. 정말 대다수의 사람들이 많이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처음에 그랬기 때문에 더욱 마음에 박혔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요가를 권하는 말에 꼭 이 말이 대답으로 들린다. 너무나 잘 안다. 과연 이 요가를 내가 할 수 있을까. 나는 유연하지도, 근력이 좋지도, 몸이 예쁘지도 않은데. 사실 그런 사람들일수록 더더욱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요가다.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그러한 점까지도 '나'라는 걸 인식하기. 그리고 수련 때 나를 계속 바라봐주기. 그것으로 요가는 한 걸음 시작되는 것이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생각하는 요가의 장점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1. 자기애, 자존감이 높아진다.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고 수련을 하기 때문에 현재의 나의 몸 상태를 통해 나의 마음까지도 볼 수 있다. 바쁘게만 흘러가는 현대인의 생활 특성상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요가는 빠르지 않다. 그저 나의 흘러가는 흐름대로 묵묵히 흘러갈 뿐이다. 나에 대해 내가 몰랐던 감정, 상태를 알아차리기 때문에 나에 대해 자꾸 알아가게 되고 더욱 알고 싶어 진다. 자신에 대한 사랑은 거창하지 않다. 내가 나와 오롯이 함께하는 것. 그것은 요가 수련 때 계속 경험하게 되는 일이다.


2. 집중력이 좋아진다.


요가의 동작을 할 때는 그 동작을 만나는데 온 마음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중이 흐트러지고 온전히 그 자세의 에너지를 만날 수 없다. 우리의 몸은 정말 솔직하다. 요가에 몰입을 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모습이 확연히 눈에 띈다. 무엇보다 자신이 몰입했는지 아닌지를 본인이 잘 안다. 집중, 몰입을 통해 무아지경의 경지로 들어가게 되면 몸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동시에 심적으론 안정화된 매우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잠시 시끄러웠던 일상에서 벗어나 나의 머릿속과 마음에 쉼표를 달아주기 때문에 요가를 하고 난 후에 그렇게 개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왔을 때 더욱 집중력이 높아짐을 경험할 수 있다.


3. 근력이 키워진다.


단순히 몸이 좋아진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고등학생 때부터 특별한 운동을 한 것 없이 오직 요가 외길을 걸어온 나로서 이것만큼은 정말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하고 싶다. 요가원에 몇 번 오다 보면 간간히 남성 회원분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남성 분들의 요가를 하는 모습은 여자의 모습과 또 다르다. 근육의 힘이 더욱 좋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몸의 기반을 통해 깊은 자세를 취할 수 있다. 요가의 대부분 자세는 유연성과 근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지도자 과정을 들으면서 알게 된 사실은 '유연성'은 곧 '근력'이 있는 거란 것이다. 근력이 뒷받침되어야 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근막이 늘어나서 가동성이 넓어질 수 있다고 요가 선생님께서 알려주셨다.


전굴 자세 (우따나아사나)를 할 때에도 근력이 없었던 시절엔 복부를 허벅지에 붙이고 허벅지 뒷면을 여는 것조차 힘들어 운 적이 많았다. 그러나 근력이 훨씬 좋아진 지금은 허벅지에 복부를 붙이고 뒷면을 여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더욱 뒷면의 열림이 좋아지면서 자세의 깊이가 생겼다. 단순히 유연성만 요구를 했다면 이런 자세를 할 때 뒷면의 열림만 생각하고 앞면의 강화를 놓치지 않았을까. 생각보다 요가는 근력을 필요로 하는 수련이다. 간혹 요가만으론 근육이 생기지 않아 헬스를 병행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오로지 요가만으로 복근이 생겼으며 온 몸이 조금씩 쪼개지는 잔 근육들이 발달되기 시작했다. 다른 운동과 병행하며 가꾸겠다는 생각도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요가만으론 근력이 키워지지 않는다, 근육이 생기지 않는다라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KakaoTalk_Photo_2021-08-14-21-27-13 004.jpeg 시르사 아사나를 하는 모습.


내가 위에서 서술한 3가지 요가의 이점들이 곧 미대생들이 요가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미대는 대학 특성상 '과제'라는 것이 나온다. 이 과제라는 것은 자신이 속한 학과, 교수님의 성향에 따라 그 종류와 성질이 각기 다른데 한 가지 공통점은 교수님의 주관적인 평가로 매겨진다는 점이다. 시험을 쳐서 객관적인 점수로 등수가 갈리는 것도 아니고 오직 교수님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지는지 아니면 자신의 생각을 잘 관철해 내는지에 따라 점수가 나뉘게 된다. 열심히 과제를 해도 A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마음에도 교수님의 마음에도 드는 최상의 과제를 제출하고자 야간작업과 밤샘 작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작업방식들은 미대생들의 건강을 앗아가고 비정상적인 생활패턴을 만드는 주범이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점점 피폐해지는 미대생들은 결국 여러 가지 질병에 노출되고 심각하게는 응급실행도 간다. 그렇게 건강을 혹사시켜 자신의 성적이 그에 응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 서글프게 만든다. 그리고 상대평가일 경우 학생들 간의 경쟁은 더욱 심화된다. 어느 반이든 과목이든 그곳엔 누가 봐도 잘하는 학생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머지 학생들은 그 학생을 보며 자신의 능력에 회의감을 가지거나 자신의 자존감을 낮추기 시작한다. 의외로 미술이 내 길인 줄 알고 자신 있게 미대에 왔다가 다른 학생들의 작업과 미대의 자유로운 작업 방식에 자신이 안 맞는단 걸 깨닫고 자퇴하는 학생들이 많다. 아니면 억지로 다녀서 졸업장만 따고 다른 길로 들어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겨우겨우 미대에 적응하여 전공과목 과제를 하고 교양 시험을 치르기 위해 교양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집중력은 배로 있어야 모든 걸 해치울 수 있다. 집중을 하여 한 가지 씩 차근차근 끝내면 아무리 많은 과제와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다 끝낼 수 있다. 그러나 미루기 시작하다 보면 그 끝은 재앙의 시작이다. 자신의 집중력이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파악하고 그 집중하는 시간을 계속 끌어올려야 한다. 공부뿐만이 아니라 작업을 할 때 딴짓을 하다가 2~3시간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공부에서의 집중력도 중요하지만 미대생에겐 작업에 대한 집중력이 몹시 필요하다.


요가를 계속 꾸준히 놓치지 않고 했던 나는 미대에 와서 불규칙한 생활패턴을 만들지도 않았고 나에 대한 자존감을 끌어올렸고 든든한 체력을 바탕으로 작업에 대한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그렇게 밤을 새웠던 적이 한 학기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바른생활을 바탕으로 3학년까지 학기를 끝냈다. 내가 직접 경험했고 겪어본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 있게 요가를 추천해줄 수 있는 것이다. 미대에서 미대생으로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다. 현실적으로 힘들다. 남과 비교를 자꾸 하게 된다. 그 속에서 단단하게 나를 지탱해줄 수 있는 건 나뿐이다. 그런 힘을 길러주는 존재가 요가라는 걸 다들 경험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그렇기에 지금도 요가를 수련하는데 게을리할 수 없다. 언젠가 내 주변에 요가를 하는 미대생들이 많아지기를.



이 글을 보면서 '에이 그래도 난 안돼. 못해.'라고 생각하시는 분 계시는가? 위의 사진들은 내가 지도자 과정 속 수련을 하며 수련 과정 속에서 찍었던 사진이다. 그리고 과정을 시작했던 올 3월 초엔 시도조차 못 했던 동작들이다. 지도자 과정 수련이 3개월 걸렸으니 3개월 만에 동작을 취할 수 있었을까. 아니다. 예전의 나의 몸으론 이 동작들 택도 없다. 그 이전의 시간들을 합하면 약 7년의 세월이 흘러 취할 수 있는 동작들이다. 나는 분명 누구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하고 있다.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데 당신이라고 못 할게 무엇인가? 다만 그 과정은 길다. 그리고 묵묵히 걸어야 한다는 건 알아줬으면 한다. 그래도 그 길을 걷는다면 분명 요가가 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망설인다면 지금 걸어보자. 요가의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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