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의 '내'가 바라보는 요가를 표현하기
작년 2021년의 나는 요가 지도자 과정을 겪으면서 나의 내면과 수련 방식 그리고 요가에 대해 많은 고찰과 경험을 했다. 그리고 그 다채로웠던 경험과 느낌을 바탕으로 나는 그때의 나만이 간직할 수 있었던 감성을 일러스트로 풀어내었다. 이번 글에선 나의 요가 일러스트레이션에 관하여 짤막히 이야기해보고 싶다.
요가를 하면 나의 발바닥에서부터 무수한 감각과 감정이 솟구쳐 나온다. 그것은 시원함일 수도 혹은 아픔일 수도 있다. 일상생활을 겪으며 굳어있던 나의 온몸을 다시 깨우는 시간인 것이다. 나는 옛날부터 천상 그림쟁이로 살아왔고 그러면서 내가 보고 듣고 경험했던 순간들을 항상 소중히 여겨왔다. 경험이야말로 그림의 무궁무진한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도 내가 직접 겪은 찰나의 순간들이야말로 더없이 소중한 빛깔이다.
2021년의 나는 지도자 과정 속에서 겪었던 수련의 느낌을 되살리고 싶었다. 그것도 그림으로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나름의 고민을 거쳤다. 그 결과가 이 글에 수록된 그림들이다. 눈을 뜬 수련도 의미가 있었지만 눈을 감고서 한 수련의 순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두컴컴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포감이 온몸을 감싼다. 하지만 그 공포와 함께 몸을 움직이며 매트 위에 나의 몸과 소통을 하는 순간마다 호흡을 하다 보면 그 어두움이 주는 몰입의 근사함을 훨씬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 느낌은 마치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감각의 빛남을 만나는 듯했다. 감각들은 내게 곧 또 다른 색채들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나는 어두움 속에서 빛나는 색채들의 순간들을 디지털 스크래치 기법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요가 일러스트레이션 1보다 훨씬 더 추상적이고 간단화된 부분도 있다. 대중적인 요가 일러스트를 보면 아름다운 캐릭터가 유연한 포즈를 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나의 일러스트 경우 그 일러스트들보다 간단하고 어찌 보면 도형적인 면이 더욱 부각된다. 이는 동작을 하는 사람이 주체이기보다 내가 느꼈던 요가의 아우라 그리고 느낌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함이다.
밑바탕에 깔리는 색들의 조합과 브러시의 텍스쳐 질감까지도 나름 고려하면서 작업을 했다. 각각의 일러스트를 잘 보면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그림도 있고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드는 그림도 있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최근순으로 그려진 것인데 마지막 그림이 제일 좋아 보이는 것도 아마 일러스트를 그리면서 감을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그림에 묘사된 포즈는 내가 이 그림들 중에서 유일하게 할 수 없는 동작이다. 그럼에도 이 동작을 그렸다는 건, 이 동작을 하기 위한 수련을 지금도 하고 있고 언젠가는 이 동작을 하고 싶다란 나름의 포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동작에 대한 욕심에 취해 나의 몸과 마음을 혹사시키는 어리석음은 이제 부질없다는 걸 잘 안다. 이것은 나의 소소한 목표이자 언젠가 이 아사나를 만나 그 아사나의 에너지를 온전히 느끼게 될 미래의 나를 꿈꾸는 의미인 것이다.
그리고 이 그림 3장은 나의 요가 일러스트레이션 시리즈의 두 번째로, 이 일러스트의 추상적이고 도형적인 느낌이 현재 진행 중인 나의 졸업작품 캐릭터 구상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이 그림들을 그리면서 꼭 명확하고 귀여운 사람형 캐릭터가 답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요가를 하는 캐릭터가 꼭 요가복을 입은 아름다운 여성형 캐릭터여야 할 필요가 없다는 걸 실감했다. 도형화가 되고 간단한 캐릭터가 오히려 요가를 더욱 빛낼 수 있고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귀중한 사실을 몸소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이 요가 일러스트레이션(2) 그림들이 더욱 애착이 가고 마음에 든다. 졸업작품 준비로 인해 아쉽게도 3점으로 그쳤지만 졸업 후엔 나 홀로의 수련의 느낌이 담긴 또 다른 요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들을 해보고 싶다. 요가를 하고 요가를 꿈꾸고 요가를 그린다. 이제 요가 없는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가장 즐거운 순간은 내가 할 수 있는 창작의 영역에서 마음껏 요가를 내식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