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연 Oct 12. 2022

승복하라 나 자신을

우리는 매 순간 승복하는가, 긍정하는가, 부정하는가

 내가 작년 요가 지도자 과정을 들었을 때 그 기수분들께선 상당히 내성적이었다. 그래서 먼저 손들고서 발표를 하는 경우가 손에 꼽았고 정적이 가득가득 흐를 때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의 에세이 주제는 '불만족'이었고 불만족에 관한 글을 쓰면서 나는 나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나의 욕망을 알았다. 남들이 말을 하지 않을 때 먼저 나서서 말을 꺼내는 것. 그리고 그 에세이를 제출하고서 나는 마법처럼 먼저 손들고 나의 이야기를 꺼냈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아마 그때가 처음으로 알아차렸던 멋진 때였을 것이다. 내가 나 자신과 함께 있어주지 못한 것, 그래서 나 스스로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렇기에 나 자신과 함께하기로 결심했다는 것. 그리고 나는 그간의 마음의 짐을 어느 정도 홀가분하게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나 스스로의 '승복'은.


요가 철학을 배우면서 여러 가지 주제들을 다뤘지만 그중에서 다시 에세이를 쓰라고 하면 나는 '승복'을 꼽고 싶다. 요즘 학교 생활을 하면서 바쁘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와중에 어디에선가 작년 철학 에세이 주제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리고 마치 종이에 먹이 빠르게 퍼지는 것처럼 나의 마음속에서 그 주제가 와닿기 시작한다. '승복'역시 마찬가지다.


'승복'은 '받아들임'이라고 철학 선생님께선 말씀하셨다. 매 순간 어떤 상황이든 거절하지 않고 거부하지 않고 긍정하기. 그것이 주제이자 개개인에게 주어진 미션이었다. 그리고 의외로 상당히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나의 경우, 4학년 1학기 때 교수님께서 장려하셨던 학우들 간의 피드백 수업에서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내 생각보다 말이 잘 떨어지지 않았고 말을 하기 부담스러웠다. 내가 그 상황 자체를 '승복'했더라면 어떠하였을까. 조금은 남들과 작품에 대해서 소통하는데 거리낌 없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이 들면서도 받아들임은 정말로 어려운 거란 걸 수련 외에 일상 속에서 깨닫는다.


어쩌면 내가 하기 싫거나 귀찮거나 하는 여러 사소한 일들은 거절하는 방식으로 편하게 지내왔을지 모르겠다.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 어차피 나중에 하게 될 일 들. 특정하라고 하면 여러 가지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렴풋이 이야기하자면 그렇다. 그렇게 부정하는 습관이 들게 되면 무슨 일이든 부정하는 모습이 더 쉽게 떠오르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올해 살면서 얼마나 많은 거부를 해왔나? 뭐든. 그게 중요하든 아니든 상관없이 얼마나 많은 부정을 하며 살아왔나? 왜 자신 있게 긍정했던 때가 손에 꼽는 것일까? 내 마음속에서 갑자기 '승복'이란 단어가 떠오른 건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보내는 비상신호 같은 거였을지 모를 일이다.


작년 요가 수련을 하면서 나는 그래도 긍정을 더 많이 했다. 그런데 일상생활로 바삐 살아가면서 부정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나 스스로에겐 더없이 부정에 관하여 관대 해지는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힘들다는 핑계로. 혹은 중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조금 더 일찍 일어날 수 있었음에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침대에서 조금 더 게으름 피우거나, 조금 더 요가 수련을 할 수 있었으나 졸업작품 진도를 더 빼야 한다는 이유로 10분 일찍 끝내거나 혹은 조금 더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에도 밖에 나가는 일이 비효율적이라고 방안에만 틀어박혀있다거나.


이렇듯 매 순간 거절, 부정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점점 내 안의 승복이 자리할 공간은 사라져 간다. 완전히 잊힐 무렵 나는 간신히 나의 승복을 떠올려낼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나 자신과 '긍정'해보기로 다짐했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날 수 있다면 일어나기, 조금 더 수련할 수 있다면 수련하기 그리고 조금 더 나 자신에게 여유와 사랑을 주기. 4학년 막바지처럼 매 순간 바쁠 때 지나치거나 잊어버리기 쉬운 일들이다. 그러나 조금씩 받아들임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새 내게 승복하는 일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



어렵지만 차근차근 당장 내일부터 무엇이든 받아들여보기로 한다. 



승복은 받아들임. 일상에서조차도 그 긍정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내 안의 승복을 키워 매 순간 긍정하는 힘을 기르자. 그렇다 보면 매사에 부정이 아닌 긍정이 쌓이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요가 일러스트레이션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