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만 하는 환자
복통으로 신고된 할아버지.
구급대원들은 신고자의 집 앞에 도착한다.
문이 열린다.
코트부터 중절모까지 차려입은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나 온다.
아주 평온한 표정.
엘리베이터로 같이 내려가며 구급대원이 묻는다.
"어디가 아프세요?"
아주 정중하게 구급대원들의 질문을 무시하는 할아버지.
"어디가 아픈 게 아니라 내가 N 병원에 가려고 합니다."
할아버지를 부축해 구급차에 태우며 구급대원이 물어본다.
"N 병원에 뭐로 다니시는데요?"
(배 전체를 손으로 가리키며)
"여기 비장이 있는 곳이 아픈데, 검사하러 가봐야겠어요."
구급대원들 최대한 친절하고 정중하게 말한다.
"비장에 문제 있어서 진단받은 게 있나요?"
"내 생각이 그래요."
"......."
이어서 구급대원들이 말한다.
"여기서 거기까지 거칠 병원이 4개나 있어요. 거기는 대학병원이라 경증 환자들이 가면 대기
시간이 길어요. 꼭 N 병원으로 가려는 이유가 있나요? 저희에게 알려주셔야 저희가 도와 드리
죠."
"아니, 내가 거길 백혈병으로 다니고 있어서 그래요."
"음…. 다른 질환 또 뭐 있는데요?"
"거기에 수십 년 다녔어요."
"그러면 예전에도 이런 배가 아파서 N 병원에 갔었나요?"
"의사에게 말했는데, 그냥 '알겠다'라고 하면서 넘어가더라니깐?"
"그럼, 그게 언제인데요?"
할아버지는 질문을 던지는 구급대원들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언성을 높여 말한다.
"언제부터 아팠는 데가 아니라, 요즈음 살살…."
김행복 대원의 목소리에 힘이 빠진 듯 목소리가 낮아진다.
"어르신. 제발 저희가 묻는 거에 대답 좀 해주면 안 될까요? 네?"
다시 이어서 말한다. "요즈음 언제부터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할아버지, 저희가 할아버지 상태를 알아야 병원에 전달하죠, 급히 수술해야 할 것 같으면 미
리 전화해서 진료가 가능한지 물어봐야 해요. 거기 지금 수술 안 된다고 하면 어찌하려고요."
할아버지가 버럭 화를 내고 혀를 차며 말한다.
"내가 거길 수십 년을 다녔어요!"
구급대원은 더 이상 할아버지에게 질문을 하지 않는다.
대신 같이 생활하는 며느리에게 모든 질문 후
침묵과 함께 이송을 시작한다.
구급대원들의 문진에 대답을 해주시면 신속한 병원 이송에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