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대원 썰수첩 #32

“운전자가 사라졌어요.”

※ 참고 사항

구급대원 썰수첩은 구급대원들이 겪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영하까지 내린 온도로 엉덩이가 시린 새벽

'차량 전복'으로 신고가 들어온다.

신고자 말로는 '차 안에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와 '갈 길 가겠다'가 끝이었다.

행복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한다.

처참하게 전복돼 유리 파편이 모두 깨진 SUV, 차 안을 가득 채운 에어백이 보인다.

김행복 대원은 헬멧을 쓰고 전복된 차에 가까이 가서 내부를 살펴본다.

살펴보던 중 차 안에서 나는 냄새에 얼굴을 찡그린다.

뒷좌석, 사람이 끼어있을 만한 좁은 공간들을 마지막으로 살펴보고 무전을 한다.

"상황실 여기 행복구급대고 차 안에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 자신이 동승자라고 하는 한 명만 확인. 경상자."

김행복 대원이 차를 살피고 무전을 끝마치고 있을 무렵

다른 구급대원은 자신을 '동승자'라고 소개했던 남성을 살피고 있었다.

구급대원1이 다가와 이야기를 듣는다.

동승자와 구급대원2가 대화를 이어간다.

본인 말고 원래 '운전자'가 있었다.

그 운전자가 술을 먹고 운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고를 내고 갑자기 없어졌다.

'동승자'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이어서 말한다.

"지금 운전자에게 전화하고 있어요. 잠시만요."

곧 “운전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라고 투덜대는 '동승자'의 말을 들은 김행복 대원은 이렇게 생각한다.

모든 유리창이 깨진 차량의 전복 → 운전자가 보이지 않음 → 주변은 교량과 나무, 숲, 60km 속도제한 도로 →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운전자가 튕겨감【・ヘ・?】 → 중증 외상 → 긴급

김행복 대원은 혼자 생각을 마치고 무전을 한다.

"상황실. 여기 행복구급대. 차량 탑승자가 둘이었다는데, 지금 한 명밖에 보이지 않은 상태. 추가 구급차 한 대 더 요청. 그리고 경찰도 오는지 다시 확인해주세요."

그때 '동승자'가 멈칫하더니 김행복 대원을 바라본다.

‘돌이킬 수 없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죄송한’ 감정을 담은 표정.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손을 내려놓고 정중하게 말한다.

"제가 운전했습니다. 거짓말해서 죄송합니다."

구급대원1이 당황해하다가 이내 침착하게 말한다.

“솔직히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 잘하셨어요.” ◟(˘◡˘∗)◞

(귀소 길)

상황실에서 구급차 휴대전화로 전화가 온다.

상황실 직원: 김행복 대원~ 고생 많아 ~

김행복: 주임님 무슨 일이세요.

상황실 직원: ヽ(*>∇<)ノ 행복아. 너, 그거 딱 봐도 거짓말인데, 그걸 속냐, 순순한 녀석.

김행복: 진짜 거짓말일 거라 생각도 못 했어요.

상황실 직원: 그래서 네가 애송이라는 거지.

김행복: 전화 끊을게요. 수고하세요.

상황실 직원: 그려~ 고생했어~ 이따 또 출동시켜줄게^^

김행복: (° ㅂ ° ╬) 아아…. 이거 갑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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