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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웅 Jan 24. 2023

원더


살다보면 그냥 땡기는 영화가 있다. 오늘 본 <원더>가 그랬다. 이 영화는 사연이 있는 사람이 보면 좋다. 복잡다단한 삶을 살아오다보면 사연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여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괜찮은 영화가 있는데 같이 보자고 말이다. 그러다 사정이 있어 못 보게 됐다. 그래서 볼까 말까 고민하다 혼자 봤다. 나도 사람인지라 사연이 없지 않으니 보면서 많이 공감이 됐다. 영화관에서 보는 사람 모두 울었던 거 같다. 이 영화는 조용히 사람들을 울리는 마력을 지녔다. 


주인공인 이 아이는 우주인이 되고 싶었다. 그것보다는 넓은 세계,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세계를 꿈꿨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나를 주목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모든 아이는 어려서 세상으로부터 관심을 끌기를 원하지만 이 아이는 달랐다. 생긴 게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아이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약한 그런 아이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 아이에게는 항상 가족을 웃게 해 주는 자상한 아빠가 있었고, 이 아이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씨 예쁜 엄마가 있었고, 누구보다도 지지가 되고 힘들 때 친구가 되어주는 이해심 많은 누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톨스토이가 이런 말을 했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비슷하고, 그렇지 않은 가정은 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이 영화의 힘은 여기에 있다. 세상의 모든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따뜻하게 잘 그려냈다. 주인공 아이를 중심에 두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마음을 관객인 우리에게 지그시 보여주었다. 


더 나아가 ‘원더’는 극장에 들어가기 전과 후가 확연히 다를 만큼 우리의 마음을 맑게 해 준다. 원작 소설 ‘아름다운 아이’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소개가 돼 있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몇 권의 좋은 마음 치유 서적을 읽은 효과를 우리에게 준다. 최근 법정스님의 수필을 읽을 기회가 많았는데, 그것만큼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법정스님의 글이 우리가 삶을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바라보고 정리하게 해 준다면, 좋은 영화는 우리 마음을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 주고 마음으로부터 웃음이 지어지게 해 준다.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 엄마가 /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 아니 아니 아니 아니 /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 단 5분 /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 원이 없겠다 /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 젖가슴을 만지고 /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 엄마! /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 숨겨놓은 세상사 중 /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 엉엉 울겠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동화작가이자 시인인 정채봉 선생이 떠올랐다. 위 구절은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란 시집에 나오는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이란 시다. 영화를 보고 나오며 나의 마음이 투명해졌나 보다. 오랜만에 시가 내 머릿속에 떠오른 걸 보면 말이다. 그만큼 ‘원더’는 내게 치유의 힘을 안겨주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삶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흐르는 것 같지는 않다.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길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영화를 보며 읽을 수 있었다. 올해는 이 영화에서 힘을 얻어 보다 사람들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작년까지는 개성 있는 책과 영화가 좋았다. 그렇다고 색다를 건 없고, 작가와 감독 특유의 색깔이 담긴 게 좋았다는 거다. 요즘 마음이 차분해져 가는 시기여서 그런지 몰라도, 올해부터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작품을 좋아하게 될 거 같다. 개성이 닮긴 삶은 그동안 충분히 추구하며 성공과 실패를 맛 봤으니까 말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자. ‘원더’는 사연이 담긴 영화다. 우리는 저마다 삶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 사연 없는 것이 없는 인생이지만, 특히 자신의 삶이 평범한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영화를 보는 걸 추천한다. 따뜻한 가족애와 공동체의 건강함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역시 추천한다. 


지난해 마지막 날 늦은 오후 여행에서 돌아오며 금강에서 떠오르는 달을 바라본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오늘 밤은 오랜만에 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며 소원을 빌어야겠다. 서점에 들러 역시 오랜만에 시집 한 권도 사서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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