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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웅 Mar 19. 2023

애도 심리 에세이 ‘좋은 이별’

오늘 여동생과 대화하다, 내게 지금 애도 과정을 거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동생 또한, 내가 부모님에 관한 분노와 서운함을 표현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이 작업이 정신치료의 핵심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래서 예전에 대략 읽고 지나쳤던 소설가 김형경의 <좋은 이별>을 다시 꺼내 읽었다. 


이 책은 총 4부로 이뤄져 있다. 난 1부의 이별과 애도의 개관에 관해서만 자세히 읽고, 나머지 3부는 뒤에 요약되어 있는 부분만 읽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난 이미 애도 과정을 거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개인 심리상담을 꽤 장기간 받고 있다. 이 과정이 애도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나만 심리적인 고통 문제로 괴로워하는 게 아니구나.” 이 점을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되뇌었다. 난 나만 힘든지 알았다. 물론 머릿속으로는 누구나 자기만의 갖은 고초와 고통을 겪는다는 건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난 나만의 미로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인류에 대한 동질감, 즉 인간의 보편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 모두 인생의 각 부분에 있어 고통과 괴로움을 당한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책에도 나오지만 ‘삶이 상실의 연속이다.’라는 걸 받아들이면 더욱 잘 이해될 것이다. 


책을 읽고 유일하게 밑줄 그은 부분은, 애도 과정을 잘 거치고 나면 지혜롭고 강한 사람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심리적 문제를 잘 극복한 사람은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날 수 있다. 난 성인아이의 특성이 강하게 남아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부모의 이미지를 잘 떠나보내지 못했다. 그리고 열등감이 매우 강했던 만큼, 성공과 실패에 관한 마음을 잘 정리하지 못했었다. 책을 읽으며 이런 나의 마음을 천천히 관조할 수 있었다. 이제 누구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겠구나. 그리고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삶의 위업을 달성하는 데 관심이 줄어들고, 그저 내가 즐기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마음 또한 들었다. 


이별은 사람하고만 하는 게 아니다. 인생의 모든 사물과 대상으로부터 우리는 이별한다. 그러나 우리의 대다수는 미성숙한 이별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저자는 ‘애도’가 현대 정신분석적 심리치료의 핵심이기도 하다고 했다. 물론, 훈습 과정을 거치다 보면 우리는 애도 기간을 거칠 수밖에 없다. 혹은 애도 과정이 심리치료의 마지막 시간일 수 있다. 내 경우로 보면, 심리상담을 꽤 오래 받고 있지만 모든 시간이 도움이 되었다. 즉 초심자의 행운이 따르는 초기 뿐 아니라, 상담실에서 끊임없이 스스로 관찰하는 시간을 포함해, 매 시간이 나에겐 치유의 핵심이자 과정이라고 느껴진다. 


책을 읽으며 나에게 인상 깊었던 내용을 메모해 두었다. “아이 때 좋아했던 일 하기” 난 축구공 차기와 농구 슛 하기를 적어 뒀다. 청소년 시절은 주로 외롭게 지낸 시간이었는데, 이때 내가 즐겨했던 놀이가 혼자서 축구와 농구를 하는 것이었다. 다음이 “수치심 갖지 않기”이다. ‘그것은 나의 특별한 경험일 뿐이다.’라고 적어 놓았다. 우리는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고, 판단은 그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사항이다. 그러니 특별한 경험에 부끄러워하지 말자. 


애도 기간에는 슬픔에 젖어 기운이 없고, 에너지가 다운되어 있을 때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즐거운 일 하기” 영화 관람이나, 야구장 가기, 독서, 산책과 같은 자신을 추스를 수 있는 활동을 하면 좋다고 한다. 그리고 “1년 후의 모습 써보기” 난 이게 마음에 들었다. 여전히 잘하는 일을 하며, 즐기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한 나는 목표에 관심이 많이 갔다. 난 일을 꽤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다.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의 2/3를 일하며 보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하는 시간이 즐거운 사람은 하루 대부분이 행복할 것이라고 본다. 


그 외에는 책 쓰기와 연애하기를 기록해 뒀다. 난 한동안 나에게 휴식을 주려고 한다. 이때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창의적인 일 하기를 저자 또한 말하고 있었다. 난 글 쓰는 걸 이제 즐기게 됐고, 한 권의 책으로 매번 잘 정리해 보고 싶다. 그리고 연애는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고, 연인과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여서 꼭 하고 싶다. 뭐 이 두 가지는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희망사항이기도 할 것이다. 책을 읽고 지금의 내게 와 닿지 않은 내용은 사람과 사회 속으로 뛰어드는 일이다. 난 이것을 당분간 미뤄두고 하지 않을 생각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나는 아직 자폐 상태에 나를 두는 게 좋다. 또 오랜 기간 그러고 싶다. 그 기간에 난 창의적인 활동에 시간을 흠뻑 쏟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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