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LOCAL BEER

맥주, 로컬을 마시다 (3) 인천

feat. 칼리가리 브루잉

by 오브젵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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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을 통해 취미로 시작한 홈 브루잉이 계기가 되어 차근차근 넓혀 나간 맥주의 지평,

인천의 송도신도시에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이라는 이름으로 첫 개점했던 펍 1호점을 시작으로, 서울과 인천 다른 지역으로 재차 펍을 확장해 나갔다. 이어 인천 신포동 개항장거리 일대에 진짜 '자체 생산'을 목표로 양조장까지 운영한다. 인천 로컬의 이름으로 사브작 IPA, 닥터필굿 등 다양한 수제 크래프트 맥주를 빚고 있는 칼리가리 브루잉 박지훈 대표의 이야기다.


당시 칵테일과 와인을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다 공방을 통해 홈브루잉을 접하고,
이걸 집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리단길의 맥파이, 더부스 등
1세대 브루어리에 대한 이야기도 그때 접했다.

우와.. 이게 판매가 된다고?

생각도 못하던 명제를 그때 깨달았던 것 같다.
그 깨달음이 바로 지금의 칼리가리 브루잉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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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비록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비단 인천 칼리가리 브루잉 박지훈 대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상당수의 수제 크래프트 맥주 브루어리를 운영하는 이들에게서 '홈 브루잉'이라는 요소는 분명 그들이 '수제 맥주'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자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바로 그 가운데 한때 우리나라를 맛있게 풍미하던 1세대 수제 맥주 기업들이 있었다.


당시 맥주 시장은 너무나 열악했다. 변함없이 꺼내드는 레퍼토리로 들리겠지만, 그때는 직접 만든 맥주를 무상으로 나눠 마시는 것조차 불법이던 시대였다. 자연스럽게 만든 맥주를 소모하기 위해 음식점을 낼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단란주점이 아닌, 맥주를 오롯이 즐길 수 있는 펍이라는 형태가 조금씩 사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맥주를 찾는 대중의 기호도 조금씩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역시 자유로워진 해외여행과 유학으로 인해 안팎으로 더없이 풍성해진 맛에 대한 경험치가 큰 역할을 했다. 여전히 식당가의 대세는 소주나 기타 다른 음료수와 섞어 마셔야 그나마 좀 마실 만한 바로 그 대량 생산된 공장제 맥주가 차지하고 있었지만, 유행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조금씩 수제 맥주의 시장은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로 오늘에 왔다.


이번 <맥주, 로컬을 마시다>의 배경은 바야흐로 우리나라에 새겨진 또 하나의 광역시, 인천이다. 인천의 대표적인 원도심, 중구 신포동 개항장거리에 위치한 '칼리가리 브루잉'에서 만난 사람, 박지훈 대표와의 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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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펍의 이름인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굉장히 특이하다. 착안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펍의 이름이 된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은 당시 제가 어렸을 때 필히 봐야 했던, 무성 영화의 고전이다. 학창 시절에 공부하면서 본 그 영화가 뇌리에 남았다. 그때의 배경은 정신병원이었고, 칼리가리 박사는 지금으로 치면 매드 사이언티스트였지만, 미묘하게 그 구도가 맞아떨어졌다. 처음에 홈 브루잉으로 맥주를 만들 때는 주세법 때문에 직접 만들어서 나눠 먹는 것조차 불법이었다. 밀주나 다름없지 않나. 그래서 몰래 밀실에서 모여 다 같이 밀주를 나눠 마신다는 느낌으로 네이밍을 했다. 2014년도에 드디어 수제 맥주 유통 허가령이 내렸고, 우리 브루어리도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 어엿한 수제 맥주 브루어리로 성장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맥파이, 헤드앤몰트, 트레비어 3종에 직접 양조한 첫 번째 수제 맥주 닥터필굿만 가지고 펍을 열었는데, 지금은 12종 가까이 되는 수제 맥주를 팔 수 있을 만큼 펍도 크게 성장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Q. 펍에 내놓을 맥주를 고르는 나름의 기준이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먹었을 때 맛있는 맥주가 첫 번째 셀렉 기준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입맛이 보통의 대중과 비슷하게끔 평소 노력하고 있다. 물론 개인차를 보완하기 위해 내외적으로 설문도 여럿 진행한다. 지금도 신제품이 나오면 시음회를 진행하고 있다. 내부 시음회 이후 어떤 평이 나오느냐에 따라 이 맥주가 유통될지 말지가 결정난다. 좀 마니아틱하다는 평이 나오면 딱 직영점에서만 판매하는데, 이 '마니아틱'하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다. 일단 국내 맥주 시장은 대부분 5-6도 사이의 저도수 맥주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외국에서는 고도수에 속하고 홉의 쓴 맛이 상당한 인디아 페일 에일, IPA가 국내에서도 견고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는 있지만, 그마저도 도수가 낮을 만큼 국내 맥주 시장 자체에서 저도수 맥주가 다수다. 특히 쓴맛이 강한, Hoppy한 맥주는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기 때문에 판매량이나 재구매율에 있어서 수치적으로도 좋지 않다. 그 경우 양조장 내에서만 팔기도 한다.


Q. 홈 브루잉을 취미로 해서 본격적인 맥주 양조를 시작하셨다고 들었는데.

사실, 아직도 레시피는 점점 더 테스트하고 개발하는 단계에 있다! 처음에는 싱글 홉의 방식으로, 1종의 홉을 단독으로 배합해 양조하면서 감각적으로 홉마다 지닌 특성을 익혔다. 흡사 향수를 조향하듯, 맛의 이미지를 가지고 시각화하는 과정을 거치며 머릿속으로 블렌딩하면서 테스트했고, 그렇게 최종 레시피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처음 시작한 맥주는 지금도 팔고 있는 닥터필굿이다. 국내 수제 맥주의 스타트로 대중에 처음 알려진 맥주는 IPA였지만, 아무래도 라이트한 소비자가 처음부터 마시기엔 분명 부담이 있다고 생각했다. 페일 에일은 에일의 특색을 지니면서도 쓴맛이 덜해 마시기 편안한 맥주다. 이런 공부가 쌓이면서 닥터필굿도 초반에 가미했던 묵직한 바디감과 홉의 쓴 맛을 많이 덜어냈다. 더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방향으로 개량했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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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칼리가리 브루잉에서 내놓은 수제 크래프트 맥주 가운데 가장 신상은 바로 '사브작 IPA'다. 정통으로 따지면 쓴 맛이 매우 강하기로 유명한 IPA, 인디아 페일 에일에 속하는 맥주이지만, 칼리가리 브루잉의 사브작 IPA의 경우 이러한 경향은 강하지 않다. 오히려 5.5도로 도수 역시 저도수에 속하는 편. 아무래도 IPA 특성상 홉을 많이 넣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필연적으로 고도수와 강력한 쓴 맛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박지훈 대표는 "홉을 넣는 시간대를 조정해서 쓴 맛이 우러나는 것을 최소화했고 도수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제 크래프트 맥주 시장의 영역을 더욱 확장하기 위한 시도 가운데 하나로, 인천 칼리가리 브루잉에서도 지역 관공서와 함께 비어 스쿨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천창조기업센터 등에 로컬 크리에이터 아카데미 형식으로 이야기가 오가는 단계라고. 다음은 이에 대한 박지훈 대표의 답변이다.


단지 맥주를 취미로 만드는 일에서 벗어나,
아예 비어 마스터를 양성하고 전반적인 창업 교육 센터로서 아카데미를 운영하려 계획하고 있다. FNB나 프랜차이즈 교육 느낌과도 비슷하지 않을까.
특히 맥주는 생 효모가 들어가기 때문에라도 매우 예민할 수밖에 없는 술이다.
맛이 변질될 수 있는 경우의 수도 무궁무진하다. 저희 칼리가리 비어 스쿨 아카데미에서는 종래 펍을 운영하면서 나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맛의 변질을 최소화하는 보존과 관리법에 대한 커리큘럼도 운영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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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지역 로컬 콘텐츠로서 협업을 준비하거나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지?

입주 작가를 매년 뽑아서 지원하는 인천의 대표적인 예술 플랫폼인 인천 아트플랫폼과 함께 협업을 준비했다. 작년 10주년 행사에서도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방식은 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들과 맥주 라벨에 대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안이었고, 관련 팝업스토어도 운영했다. 당시 콜라보한 한정 맥주의 네이밍 역시 인천의 대표먹인 핫플레이스인 '차이나타운' 시리즈다. 그밖에도 임순례 감독님께서 진행하시는 예술영화제인 디아스포라 영화제와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협업 구상이 오가고 있다. 7월 중에 진행할 계획이니 많이 기대해달라.

아울러 인천의 대표 막걸리인 인천탁주와도 홉과 누룩 효모를 서로 크로스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전에는 소금집, 미카엘 셰프, 나이키 리미티드 에디션 등 대중성을 지향한 협업이 많았지만, 아무래도 내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맛있는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로컬 맥주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는 것은 역시 로컬 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협업을 작년부터 많이 준비했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분명 수제 맥주의 시장은 아직 최대한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아직 성장의 여지는 남아 있고, 따라서 앞으로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인천 칼리가리 브루잉의 박지훈 대표는 "결론적으로 1세대 수제 맥주 선두 주자들이 더 잘 되어야 한다."고 독려하며, "그래야 시장이 더욱 커지고, 우리와 같은 후발 주자들에게도 소비자의 유입과 관심이 늘 것이다."라는 이야기도 보탰다.


시장은 결국 커질 수밖에 없다. 대중을 상대로 한 일이기에, 각지의 수제 맥주 브루어리 역시 마땅히 상업성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로컬 콘텐츠'로서 수제 크래프트 맥주가 절대 놓지 말아야 할 포인트도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며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허울뿐인 상징이라고 해도 그 명제를 놓쳐선 안 된다. 바로 로컬이다. 우리 지역의 이야기, 우리 지역의 사람들이 마음껏 사랑할 수 있게끔, 그 가운데 '수제 크래프트 비어'라는 정체성과 대량 생산의 이점을 차근차근 접목해 볼 때다.





@사진 촬영 / 김세원 여행작가

@사진 보정 / 김정길 사진작가(인스타그램 @jaeki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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