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A. 첫사랑 맥주는 HAZY-IPA 맥주로, 2016년도에 미국 버몬트나 보스턴 매사추세추에서 유행했던 스타일의 맥주다. 다른 이름으로 뉴잉글랜드 IPA라는 말이 먼저 언급되었지만, 이제는 헤이지 IPA라는 이름이 이 스타일 맥주의 대표명사로 정착된 느낌이다.
HAZY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과 뜻처럼,
안개가 낀 듯 탁한 색감의 IPA가 이 맥주의 가장 큰 특징이다.
김태경 대표는 "제가 IPA 맥주를 처음 만들었던 시절이 바로 홈브루잉을 취미로 하던 때였는데, 그때 IPA를 어떻게 변주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스타일과 제조법에 대해 연구했던 것 같다."고 소개하며, HAZY IPA 역시 그러한 나름의 연구 가운데 하나였으며 그 노력 속에서 첫사랑 맥주의 스타일이 잡혔다고 정리했다.
A. 이 맥주를 만들 때 귀리가 들어간다. 정확히는 몰트로 변주해서 사용하는데, 다른 IPA와 비교했을 때 이 맥주가 전반적으로 단맛이 더 풍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건 HAZY IPA의 고유한 특징이라고 봐도 좋다.
귀리로 만든 몰트. 여기서 혼란스러울 이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애당초 몰트에 대한 개념도 생소할 뿐더러, 조금 안다고 자부하는 이들조차 몰트는 '보리'로 만드는 게 아닌가?하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슬슬 이쯤에서 몰트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로써 다들 알아주길 간곡히 바란다,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상 이상으로 복잡한 과정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트, 정확히는 곡식을 발아(싹을 틔운)시킨 것으로, 우리말로는 발아한 보리라는 뜻에서 맥아라고 부른다. 맥주에 관심있는 이라면 알고 있다시피, 맥주의 기본적인 재료다. 실제로 독일을 비롯해 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바로 이 맥아와 홉, 물을 기본으로, 그 밖에 법령으로 정한 재료까지 맥주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다고 본다.
발리 몰트, 보리로 만든 맥아가 가장 일반적이지만, 절대 그게 전부가 아니죠.
몰트(맥아)를 제조하는 법은 곡식 종류별로 그닥 많은 차이는 없다. 맨 먼저 곡식을 발아시킨 다음, 그대로 말려서 로스팅 공법을 거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아니면 종종 발아 과정을 생략한 생 곡식을 말려서 로스팅한, 후레이크 스타일의 제조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김태경 대표의 말에 따르면, '어메이징브루잉 컴퍼니의 첫사랑 맥주'가 바로 그 대표적인 후레이크 스타일의 몰트 제조법을 채택하고 있다. 귀리 후레이크를 쓰는 것이다. 바로 이 귀리 덕분에 맥주의 색감이 확연히 탁해지면서 홉의 쓴맛도 잡아 주게 된다고.
A. 흔히 하는 오해긴 한데, 우리 회사에는 전문적인 양조사(브루어) 그룹이 있다. 양조사 그룹에서 먼저 신제품으로 런칭할 맥주 컨셉트를 정하고, 그에 따라 레시피를 선정, 만든 다음 성수점에서 1차적으로 판매해 시장의 반응을 살핀다. 반응이 괜찮다고 판단되면 추가 생산해 건대점 등 전 지점에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한편, 근래 드디어 수제 맥주를 배달해서 집에서도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종래 우리나라에서 배달가능한 주류는 전통주(우리술) 품목뿐이었는데, 비록 우리술처럼 단독으로 술을 배달하는 선까지 법적으로 허용된 것은 아니지만, 음식과 함께하는 선 안에서는 수제 맥주 역시 배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유행의 최전선에서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도 논현점을 개점하는 등 상당한 활약을 하고 있는 바 있다.
맥주와 잘 맞는 음식의 궁합을 찾는 일,
즉 푸드 페어링이 이로써 더욱 중요해졌다.
결과적인 이야기지만, 더욱 맛있는 맥주를 먹기 위해서 아이러니컬하게도, 음식과의 궁합을 먼저 논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류 배달 합법화는 아직도 우리술을 제외하고는 음식과 함께 배달하는 경우에 한해 가능한 실정이다. 독일 등 여러 맥주 선진국에서는 '마니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흔한 빈 속에 마시는 맥주의 달콤한 맛을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펍에 직접 가지 않으면 즐기기 어려운 것이다. 이 탓에 산간 도서 지역 등 인근 지역에 양질의 펍이 위치하기 힘든 시골 지역일 수록 더욱 질 좋은 맥주를 소비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불필요한 규제는 없앤다는 것이 근래 전 세계 행정이 취하는 트렌드입니다. 희석식 소주도 전통주의 프레임 안에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정작 그 희석식 소주는 전통주와 가장 무관한데도 말이죠.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상 국산 수제 맥주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산 농산물을 맥주 제조 과정 가운데 활용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에 관한 활용이 정말 요원한 문제인지 기자가 질문하자, 김태경 대표가 재차 이렇게 설명했다.
A. 이전의 인터뷰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국산 보리는 맥주용 보리와는 아예 형질이 다르다. 쓰기 힘들다. 우리밀을 몰트로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에 답하자면, 문제는 밀 몰팅 시설이 국내에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이는 맥주와 위스키 분야에 대한 시장이 종래 국내에서 크지 않았던 이유가 크다. 밀을 몰트로 가공하는 과정이 꽤 복잡한데, 이 부분에 대해 국산 맥주 기업과 정부의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이밖에도 국산 효모 프로젝트를 비롯, 최근에는 로컬을 넘어 전국적으로 유통하는 수제 크래프트 맥주 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 와인앤모어에 입점하는 것을 비롯, 이후 편의점과 마트에도 전부 입점하는 등 유통에 신경 쓸 계획이라는 것. 반면 점포 운영은 '로컬성'을 잃지 않으려는 포석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기자에게는 제법 독특하게 여겨졌다. 직영점은 종래의 건대점과 성수점 두 곳만으로 운영하면서 직접 이벤트인 '초신선 맥주 이벤트'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는 김 대표의 말을 들었기 때문일까?
A. 맥주도 신선 식품이다. 사실, 생 효모가 들어 있고 제조 이후에도 꾸준히 활동한다는 점에서 맥주는 신선 식품일 수밖에 없다. 신선 식품을 가장 맛있게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무리 보관을 잘해도 운반 과정에서 변질될 수밖에 없다. 결국 그 식품을 제조하는 곳, 맥주의 경우에는 양조장이 가장 맛있는 곳일 수밖에 없다. '초신선 맥주 이벤트'는 바로 이런 점을 포착하고 기획한 이벤트라고 봐도 좋다.
김태경 대표는 이와 관련, "특강으로 편의점 맥주 4캔 만원에 잘 고르는 방법"도 강의했다며 웃었다.
점주 분들이 수제 맥주에 대해서 많이 알아야 한다. 그분들이 스스로 맥주 전문가가 되셔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맥주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맥주 아카테미가 중요하다. 또한 이 아카데미를 통해서 업계에 입문하시는 분들은 해당 기업에 대한 호감이 있는 분들 아니겠나. 그것도 기업이 얻는 무형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제임슨 위스키 회사와 현재 협업을 통한 콜라보 맥주를 출시 추진 중에 있다. 이밖에도 저칼로리 맥주인 '(가칭)알쓰'라는 이름의, 알콜 스파클링 맥주도 구상 중에 있다고. 일본에서 종래 판매하는 발포주 타입의 맥주이지만, 특히 맛 역시 제대로 잡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 하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김태경 대표가 남긴 말을 정리해 본다.
저희 컴퍼니는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한편, 우리 세대는 획일화된 개성과 맛을 강요받으며 성장했습니다. 70년 동안 오직 1종만이 일등일 수밖에 없는 나라죠. 하지만 우린 살아 있는 사람이고, 따라서 저마다 입맛도 취향도 행동도 확연히 다른 게 당연합니다. 세상은 점점 도전하기 위해 깨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의 혼술 트렌드 역시, 사회가 주입하는 획일성에 대한 저항이 아닐까요?
사진 촬영 및 보정 by. 사진작가 김정길(인스타그램 @jaeki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