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작가 김세원 Aug 02. 2020

레옹과 마틸다의 길에 대해서

영화 <레옹>을 보고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남긴 영화의 고전, 레옹. 시대가 변하며 근래 영화 비하인드에 관한 추문도 소소하게 들리지만, 지금 이 글에서는 레옹과 마틸다의 '길'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

먼저는, 열 아홉 살부터 사람을 죽이고, 프로 킬러로서 삶을 지속했던 레옹의 길에 대해서.



변화는 좋지 않다.



영화 속에서 레옹의 친구 토니가 한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 뻔히 예측되는 비극적 결말이 내심 두려웠다. 간간히 엿보이는 복선, 치기 어린 마틸다의 돌출 행동 등. 그러나 그 속에서도 레옹과 마틸다는 함께 변화했다. 처음에는 엇박자를 내던 두 사람의 일상도,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방향도 비슷해지지 않았나 싶다.




너를 만나고 삶의 소중함을 알았어


말미에서 레옹이 마틸다를 보내며 유언처럼 하는 마지막 이야기를 떠올리면 더 그렇다. 스스로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내심 그 변화에 녹아드는 자신을, 그 일상을 소중하게 대하고 싶은 레옹의 마음이 잘 드러낸 대사라고 보여져서.

특히나 그가 마틸다의 살인 청부 의뢰 등.. 그 소녀의 '부탁'을 여느 때의 일처럼 흘러 넘기지 않는 모습을 보며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무뚝뚝하고 말수 없지만,  그 모습과 선 하나하나에서 마틸다를 향한 진심 어린 걱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게 사랑인지는, 내지는 어떤 의미의 사랑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레옹은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 같다.
스탠필드 경감에게 자신의 목숨과 맞바꾼 마지막 수류탄 한 방을 선사하기로 작정한 순간부터.

스스로를 '열 여덟 살'이라고 말하던 열두어 살 어린 소녀 마틸다가 제 뒤를 따라 걷지 않기를.






이어서 마틸다의 길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쓰고 싶다.

영화는 특이하게도 레옹의 죽음 그 이후를 짤막하게 보여준다. 보통 주인공이 죽으면서 서사는 끝이 나고 영화도 막을 내리는데, 그 이후에 남겨진 이들의 감정을 조망하는 점이 색달랐다.



여기가 좋겠네요, 레옹




영화의 라스트 씬에서 마틸다는 레옹이 소중히 여기던  관엽식물 화분을 학교의 정원에 묻는다.

그녀가 레옹에게 했던 말처럼
사랑한다면 뿌리를 내리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서일까?

아이러니한 점은 마틸다가 그토록 거부하던 '학교'의 뜰에 레옹과의 기억이 담긴 그 화분을 심는다는 점이다. 물론 앞서 교장과의 대화로 마틸다가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암시가 엿보이긴 했지만, 덕분에 <레옹, 그 이후>의 느낌으로 마틸다의 이후 생을 다룬 스핀오프 격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레옹의 바람대로,
마틸다가 스스로 말하던 진짜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지도.

작가의 이전글 [기자단] '지속가능한' 대전 도시재생을 위한 제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