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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와 명상

Insight Timer 명상 티쳐가 되는 기적!!

by 법의 풍경

♂️ 명상 방랑자가 명상 선생이 되다

며칠 전 저녁, 하루를 마감하며 이번 주 글감을 정리하고 있었다. 원래 오늘은 예고한 대로 내 명상법을 소개하는 글을 쓰려했다. 논문 몇 편을 읽고, 신경과학 연구 결과도 찾아놓고, 나름 그럴듯한 개요까지 완성해 둔 상태였다. 그런데 8월 7일, 한 통의 뜻밖의 이메일이 내 계획을 산산조각 냈다.

Insight Timer에서 공식 명상 선생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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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원할 당시, 큰 기대는 없었다. 나는 명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학위나 자격증을 필수로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곳은 ‘명상을 가르치는 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전문가들의 무대다. 그런데 나는? 다른 직업을 가진 채 명상을 배워왔고, 정식으로 가르쳐본 경험은 없는 완벽한 취미형 아마추어다. 그런데 이메일을 다시 읽어 보니, 정말이었다.

마치 동네 조기축구회 선수가 갑자기
프리미어리그에 발탁된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들어간 리그의 선배들

그제야 내가 합류하게 된 Insight Timer에 등록된 서울 지역 한국인 명상 선생님들의 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스펙트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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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이분은 30년 넘게 정토회를 이끌며 한국 사회참여불교의 새로운 역사를 써온 분.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상(Roman Magsaygsay Award)까지 받으셨으니 이미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즉문즉설’에서 어떤 질문이 와도 막힘없이 답하는 모습은 경이롭다. 내가 같은 질문을 받았다면 "어... 그게..." 하면서 머뭇거릴 질문들을 칼같이 잘라주신다.


박수진

이분은 또 다른 차원이다. 20년간 전통춤을 하시다가, XR 기술과 결합한 예술명상 'GOYO MEDITATION PLANET'이라는 작품으로 프랑스 뉴이미지 페스티벌까지 초청받으셨다. 메타버스에서 명상을 한다는 발상은 마치 미래에서 온 듯하다. 여러 장르를 혼합하는 스타일이 나와 비슷해, 묘한 친근감을 느꼈다.


윤홍식

같은 연세대 출신(나는 97학번, 그는 98년 석사 취득)으로, 어쩌면 캠퍼스 어디선가 스쳤을지도 모른다. 철학과 석사를 하신 후 홍익학당을 설립해 15만 구독자에게 동서양 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양심철학'이라는 개념으로 개인의 내적 성찰과 사회적 실천을 잇는 통합적 관점을 제시한다. 나도 법을 전공하지 않았으면 아마 철학을 전공했을 것 같기도 해서, 멀티버스가 있다면 나도 비슷한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정진문

인도 델리대학교에서 철학 박사를 받고, 전통불교의 '사띠(알아차림)’와 현대 심리치료를 결합한 통합명상을 연구한다. 이론과 실제를 균형 있게 결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나도 김해 김 씨니까 아유타국 공주 허황옥의 피도 살짝 섞였고, 카레도 좋아하니까 역시 연결점이 있다.



내가 발견한 불편한 진실

합격 메일을 받고, 서울 지역 선생님들의 명상 트랙을 차례로 들어보았다.

결과는 예상대로 내게는 맞지 않았다.

처음엔 내가 교만해져서 가치를 못 느낀 건 아닌가 자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이것이 정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상은 옷처럼, 사람마다 맞는 사이즈가 다르다. 누군가에겐 꼭 맞는 길이, 다른 누군가에겐 전혀 맞지 않을 수 있다.



나만의 길 - My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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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나는 언제나 나만의 길을 만들어왔다. 무엇을 배우든 내 스타일로 재해석했고, 다른 분야의 방식을 결합했다. 명상도 마찬가지다. 변호사로서 몸에 밴 논리적 사고, 해결사로서 습관화된 실용적 접근, 그리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체득한 방법들을 섞었다.


누군가는 전통을 제대로 익히지도 않고 새로운 걸 만든다고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분야에만 깊이 몰입하면,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내가 섞어온 다양한 재료들이, 내게는 고유한 장점이 되었다.



Insight Timer라는 새로운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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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험을 통해, Insight Timer가 단순한 명상 앱을 넘어 글로벌 명상 검증 플랫폼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과거엔 명상 스승의 권위가 ‘어느 절에서 수행했는가’, ‘어떤 전통을 잇는가’로 결정됐다면, 이제는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인정이 새로운 신뢰의 척도가 되고 있다.

이것이 영성의 시장화인지,
명상의 민주화인지는 논쟁적이다.
아마도 둘 다 맞을 것이다.



과학과 영성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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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내가 만들어갈 명상 트랙은 '과학적 검증'을 기반으로 한다. 신경과학과 심리학 연구, 그리고 나 자신의 임상적 체험에서 효과가 증명된 방법만 선별하겠다.


서구의 과학적 방법론으로 동양의 전통 지혜를 분석한다는 건 역설처럼 들린다. 그러나 의외로 이런 접근이 전통을 훼손하기보다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믿는다.



감사와 다짐

이 모든 기회를 열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 Carrie Grossman과 Sonic Yogi, Andy Puddicombe, 그리고 정신적 스승이신 김주환 교수님, 원정혜 박사님, 이재철 목사님, (고) 김성수 목사님, 일묵 스님까지. 도움을 받은 만큼, 이제는 나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감정은 오래전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때 느꼈던 벅참과 닮아 있다.



마지막 고백

다른 명상법들과 ‘맞지 않았다’는 경험이, 지금의 나에겐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처음부터 하나의 방법에만 빠졌다면, 나만의 접근법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혹시 여러분도 ‘이상하게 안 와닿는’ 명상 경험이 있다면, 자책하지 마시라. 그것이 바로 당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첫걸음일 수 있다.

P.S. 아이들도 나를 ‘뭐든 섞어서 만드는 융합 마니아’로 인정한다. 한때 요리에 빠졌을 때, 가족들은 내 실험대상이었다. 요리에는 재료들이 섞이며 각 재료 고유의 맛이 완전히 사라지는 몇 가지 임계점이 있다. 나는 이를 ‘층층이 느껴지는 맛 → 완전히 새로운 맛 → 맛의 완전한 붕괴’라는 세 단계로 구분한다. 그리고 항상, 맛이 완전히 붕괴되기 직전의 임계점을 시험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내가 내놓는 요리를 점점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특히 She-Wolf인 첫째는 내 요리를 두려워했다. 의심 많은 철저한 위험회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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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제대로 해보겠다며 구입했었던 내 중식도 '중삭'. 탐험가로서의 내 이탈리아 별명과 이니셜을 칼에 새겼었다. 이 칼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가면 배우자와 첫째의 눈빛은 달라졌었다. 지금은 먼 옛날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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