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산 득음기

선녀가 된 날-득음, 득도 그리고 명상

Aug 17. 2025

입구에서 나를 맞아준 밤송이

오늘은 아침 해가 뜨기 전 여명이 밝아오기 전 일찌감치 집을 나서서 명성산(鳴聲山)으로 향했습니다. 지도를 보고 그냥 가장 짧은 코스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서 주차를 하고 산을 오르다가 그만 중간에 길을 잃어버렸습니다.

계곡물이 너무 아름다워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가 정말 선녀들이 놀고 갔다고 해도 좋을 것 같은 폭포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폭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앞을 견디기 힘들 만큼 바람이 강하게 내 몰아쳤고 물은 얼음장같이 차가웠습니다. 냉수 목욕의 효과는 스탠퍼드 신경과학자인 앤드류 휴버만이 항상 강조하는 거죠. 냉수 목욕의 효과는 도파민이 장기간 지속된다는 겁니다.

마치 선녀가 된 기분으로 폭포에 몸을 담갔고 산을 오를 때 내릴 때 한 명도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차가운 폭포물이 떨어지는 아래로 내려가니 저도 모르게 목청이 터지고 소리가 났습니다. 옛날에 읽었던 책 배일동 명창의 득음이 생각났습니다.

사우나 냉탕 위에 떨어지는 물처럼 생각하고 갔다가... 바야바가 됐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냥 소리가 내질러지더군요. 물이 너무 얼음장같이 차갑고 수압도 너무 강해서 소리를 안 지르려도 안 지를 수가 없었습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왜 소리를 얻겠다고 산으로 들어갔는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폭포를 만나기 전 아주 너른 마당바위가 있었습니다. 정말 명상을 하기에 딱 좋은 장소더군요. 냉수마찰과 명상은 제 명상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입니다.

제 명상법이 일부 차용한 WimHof Method의 가장 핵심인 냉수 목욕과 호흡법을 동시에 명성산에서 하고 내려올 때까지 사람은 하나도 마주치지 못했고 마치 비밀 장소를 혼자 다녀온 것 같습니다.

명성산(鳴聲山)은 한자 그대로 '울음산', '소리가 나는 산'입니다. 궁예가 왕건에게 패해 이 산에서 통곡했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이름이지만, 오늘 저는 다른 의미의 '鳴聲(명성)'을 체험했습니다.

도를 얻기도 좋고 음을 얻기도 좋은 명산이 바로 명성산인 것 같습니다. 소리가 울려 퍼지는 산, 소리를 얻는 산, 득음의 산!

배일동 명창의 득음 중 발췌: 서양의 7 음계와 우리의 5 음계

배일동 명창은 7년간 조계산과 지리산에서 독공하여 '폭포목청', '배바로티'라는 별호를 얻었습니다. 폭포 소리를 뚫고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바로 득음의 첫 번째 관문이라고 합니다.

쏟아지는 폭포소리를 뚫고 나온 소리는 부채로 바위를 두들기며 수련하기 몇 년 만에 바위조각이 떨어져 나갈 정도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링컨센터에서 파바로티를 능가하는 목소리라는 평을 받아 '배바로티'라는 별명까지!

오늘, 저는 선녀가 되었습니다. (변태라 놀리지 마세요.)

왜 우리 선조들이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 득음을 추구했는지, 왜 명성산이 '소리가 나는 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온몸으로 이해했습니다.

⛰️ 자연은 우리에게 가장 깊은 가르침을 주는 스승입니다. 차가운 물과 깊은 호흡, 그리고 자연의 소리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전체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게 YouTube에 첨부했으니 참조하세요.

<참고자료>

명성산 - 디지털포천문화대전

[장난끼 발동] 제가 선녀로 변하는 영상을 만들어 봤는데 꿀잼이네요.

keyword

법의 풍경 직업 에세이스트

설운(設韵-운치와 여운을 만들다)은 법 사이의 리듬을 사유합니다. 법 너머를 걷는 사유자. 이성과 함께 운치와 여운으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