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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Nov 11. 2021

계절을 물려주고

달빛에 젖은 얼굴


새벽 공기에 깰 때가 종종 있다 

기압이 변하는 걸까

새 푸르 둥둥한 달빛의 눈물로 젖은 반투명한 남색 빛을 본다. 기이한 힘에 이끌려 고백의 약속이 주어지는 기분도 들고 그렇다.


초겨울이 머리맡에 스며있고 몸은 데워져서 이중주 같은 방 한 칸에 앉아 책에 집중해볼까 하다가 문득 누군가의 체취 어린 숨소리가 그리워진다



초겨울에 병약해지는 나는 그래도 초겨울 입구에 마주하는 어떤 아이의 생각이 드는 것이 좋았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감정이 모이고 모여 더 특별하게 계시를 받은듯한 용기가 생기는 나는 평소에는 다른 이를 떠올릴 힘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계절이 계절을 물려주었고 지금 이 순간에 떠오르는 사람은 전 해의 기억과 다른 얼굴이었다

나의 초겨울 공기가 나에게 네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였다고 비밀스럽게 계절을 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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