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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Nov 06. 2021

공감의 주제

얼굴

반 고흐



1

운동을 하는데 큰 메뚜기가 녹색 몸을 바닥에 뉘인 채 풀꽃처럼 누워 있었다.

멀리서 보아도 눈알까지 잘 보이는 메뚜기의 몸은 식물 같았다.

귀뚜라미는 젤리처럼 통통 튀었다. 그 곤충의 사정 범위에 들어가면 춤을 추어야 할 것 같았다.

발에 혹시 닿거나 밟을 까 봐 피해서 가야 했다.

2

팬아트를 그리는데 사실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마음을 담아 그린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그린다고 하면 너무 천박하고 (마음을 셀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잔잔하게 보고 싶은 욕망부터 표현하고 싶은 열정의 높낮이는 그림의 종류로 분류할 수 있을 만큼 팬아트에 대한 마음은 많다고 생각한다. 일단 모델을 보고 싶다는 감정이 있고 갖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보통 갖고 싶다는 생각? 은 내가 대상을 가지고 싶다는 소유하고 싶다는 개념이랑 또 다르다 사람이니까... 같이 있고 싶다는 마음과도 개념이 다르다. 그 기분에는 현실감이 빠진다. 기분은 같이 나란히 존재해보고 싶다는 것과 비슷하다. 궁극적으로 그림을 그려서 갖는 과정이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온기의 느낌이 된다. 팬아트는 유용성은 없지만, 어쩌면 영원히 만나기 힘들 대상에게 쏟아붓는 헌정이 나를 집중하게 만들고 소실점을 향해 달려가는 길로 하여금 탈선이나 불쾌하고 기분이 나쁜 세상의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게으르게 느껴지는 기분을 막아주고 궁극적으로 나도 사랑스러운 것을 느낄 수 있는, 정상적이고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영원히 만나지 못한 사람에게 기대감을 내려놓은 채 만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안도감은 영원을 기도할 때의 마음이랑 같다는 기분이 든다. 정말 그 대상을 만나게 되어도 내가 평소에 마음을 쏟는 이와는 또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그리지만 타인을 그리는 행위는 덜 외롭다. 대상의 외모에 집중하면서 빠져들고 오롯이 매료된다. 내가 보내는 팬레터 같은 마음은 모델이 어떻게 느끼는지 잘 모르겠다.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온기의 불을 지피고, 마음이 따듯해진 채 몰입하게 되면 , 영원이 남은 나의 가상의 공간에서 집중하며 타인에게 매료되는 것을 그리는 것 어쩌면 결국 스스로에 대한 작업일지도 모르겠지만, 자신만이 아닌 대상과 자신의 교감 같은 감정을 느낀다. 왜냐하면 나는 외모는 사람의 마음을 반영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얼굴을 그리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만나는 일이라고 믿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스스로가 싫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계속 끊임없이 타인을 바라보고 향하고 여행을 떠나는... 위로받는 나는 나의 얼굴을 그리는 것을 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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