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탔는데 겨울 세탁된 섬유세제 냄새인지 머리 샴푸 냄새 비슷한 향이 스쳐서 지나갔다
기분이 좋았는데 유독 겨울에 맡게 되는 이 냄새가 겨울이라는 인사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잔향이 가시고 좀 더 겨울 다움이 느껴졌고 냄새의 주인이 궁금했지만 새벽녘이 지나가듯 그저 지나가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 겨울이 온 느낌에 더욱 초점을 맞추게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 동물이 스스로의 안락한 무리 속으로 돌아가듯 인위적인 나의 시선으로 그 사람에게 집중이라는 부담을 주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냄새의 주인을 지나치고 그 사람이 인파 속에 파묻힌다는 생각을 하니 겨울을 불러오는 드라이클리닝 같은 향을 풍기는 여자 사람의 향이 부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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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를 본다 집에 있는 인물 그림 액자
사랑스럽다 라는 감정만 들었으나 요즘에 상처를 낼 가시가 보이는 것 같다 옷에 붙은 덤불 가시처럼 ㅡ
그렸던 때에는 사랑이 한창이었다
내가 방을 옮기기 전이었고 그리고 액자를 한 후 밑에 그은 선이 외곽에 비쳐 올라오게 되었다 나는 이런 현상이 마냥 신기했다 그림은 늘 그 자리에서 있는데 가끔씩 안 보이는 듯하다가 눈을 맞추면 다정하게 존재해서 좋다 그림 액자는 사람의 손길이 묻은 붓질과 눈빛이 닿아 온화함이 존재해서 좋다 인간미가 있고 태생? 자체가 인간적이라서 어느 정도 애정이 담긴 그림은 가끔 눈을 맞추면 그릴 때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 당시의 그 사람 그리고 그릴 때의 외로운 나까지 보이게 된다
그림을 그릴 때 개인이 되는 체험은 특유의 외로움이 있는데 그것은 내가 스스로 만든 외로움이고 그림과 나 사이에서 그림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무드이고 그것은 마음을 담는 준비자세이기 때문에 그릴 때 필요한 시간이고 그 시간은 온전히 그림에 마음 쏟는 열정 이전에 존재하게 한다 그림에 마음을 쏟게 되면 대부분 스스로의 존재가 우주 속에 진입하여 영적인 세계에서 영감과 마주하고 사랑하는 감정이 매개가 된다 그때에는 외로움도 없고 번뇌도 사라지게 되어서 그림 그리는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이런 행복한 여행이 담긴 그림은 서둘러 완성한 그림과 다르게 조급함이 없다 영원에서 오는 따듯한 여유가 느껴지고 그 빛은 앞서 가지 않고 동행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