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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Nov 23. 2021

공간

우물 안 작업실

1


몇 달 전에 탄 버스는 고속터미널에서 운양역을 거쳐 김포로 가는 것이었다

자리가 없었고 고속도로가 병목현상으로 막히고 섰다 가기를 반복해서 서서 가는 동안 손잡이를 잡은 손이 아팠다 앉은 사람들은 자거나 휴대폰을 보았고 가장 눈의 시선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회사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별풍선을 날리는 것으로 보였다

고속도로에서  손이 아파 기사 아저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계단에 앉아서 갔다 계단 맨 위에 앉은 나는 시트가 없이 금방 엉덩이가 아파왔다

그리고 어딘가 서글퍼지고 지금 순간이 기념비적이기 까지 했고 노을이 지려고 하는 저 멀리 일산은 몽롱한 선을 한 섬 같은 곡선이 보였고 불빛이 켜지는 가운데 뭉크의 그림을 연상하게 했다


불안한 터덜거림과 쪼그려 앉아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싣고 올려다보니 모든 것이 장엄해 보였다 문득 강아지나 고양이 또는 작은 짐승들이 보는 시선이 된 것 같았고 그들이 뛰어오르는 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뛰어오를 때의 그 공간만큼 우리의 시각 차이가 존재할 것이고 모든 사물이 인간의 기준에 맞춰져서 동물들은 모든 사물을 비정한 놀이 공간으로 생각되지 않을지 생각해보았다



2



우물 안 개구리를 부정적으로 보았는데 사실 최근에 나쓰메 소세키의 책을 읽고 생각이 좀 달라졌다 소세키의 책을 읽으면 난향이 느껴지는 집필공간이 떠오르는데 따듯하게 볕이 드는 온화함이 느껴지곤 했다 소세키에 대해서 아는 바로는 몸이 건강하지 않아서 외부의 일 보다는 글쓰기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을 보면 어딘가 아늑함이 묻어 나온다


사실 우물 안이라고 해도 우물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온화해지기도 할 것이고 하루키의 태엽 감는 새처럼 우물에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을 어떻게 내어줄 것인가이다 


우물 안이라고 해서 우울하긴 이르다고 생각을 하고 용기를 내게 되었다 예술가라면 내가 고여있는 곳이라도 따스함을  품은 공간으로 여유를 갖추어야 한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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