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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Nov 24. 2021

영혼을 꿰매는 일

증상

글을 쓰다가 영혼이 번아웃이 되면서 공기에 흡착되는 기분이 들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공기의 온도는 차가운 감정이 되어 심장에 허파에 가닿았다. 닿아 스미는 한기는 고독이 되었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몸통은 부유하는 비닐봉지처럼 공기 위로 한층 더 위로 올라가며 얄밉게 가벼워졌다. 머릿속은 소리를 내는 타악기가 되었다. 외부로부터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공기는 표피에서 겹을 만들고 있었다. 심장 고동이 귀까지 닿아 소리가 들렸다. 고동소리를 들으면서 분리되는 신체와 영혼의 가벼움에 절망하고, 비린내가 나고 금세 휘발될 것 같은 미지근한 눈물이 흐를 것 같았다. 이런 고통이 지속되리라는 불길한 징조가 나의 시간 속으로 흘러들어 왔다. 히스테리의 증상일까? 심장에 한기가 들고 영혼이 몸에 붙어있던 궤도에서 벗어나 큰 원을 그리고 무의식의 세계를 공유하다 다시 몸에 협착을 일으키리라 말하는 것 같았다.

이런 현상이 생길 때는 어려서부터 느낀 어른 세계와 내가 알지 못하는 빈터에 대한 허무함에서 오는 서러움 , 동경 같은 기분이 감정의 골짜기에서 방향을 잃어버리는 감정까지 소환하였다.


하지만 다른 젠틀한 마음의 바람이 나의 이 예민한 신경을 지져주고 단자를 구부리거나 해준다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실제로 기분이 나아질 때는 온기가 속에 느껴지기도 했다. 그 온기는 나를 계량컵의 최상의 최악으로부터 저 아래 최하의 최상으로 데려가 주었다.

그 기분의 그러데이션은 내가 본 하늘 중에 봄과도 같은 안정감을 주는데 돌아갈 집과는 조금 다르게 문득 돌이켜보면 너무 일상이라 손에 꼽기 힘든 정도의 편한 다정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소파에 포근함에 잠수하도록 해 주고 심연의 가장자리에서 모든 층계와 면들의  가장 어둡고 낮은 곳까지 인도하고, 상냥한 먹지로 두 눈을 가리고 아기들의 자장가가 들리는 암막커튼을 치듯 빛으로부터 보호를 해 주었다

가장 낮은 곳으로 가닿으면 그제야 나의 영혼은 피터팬의 그림자가 꿰매어지듯 말쑥한 모습으로 제자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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