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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제 Dec 19. 2021

소설 운전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은 생각이 날 때 읽게 된다

아껴서 읽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아저씨에게도 느껴지는 넉넉함 같은 것이 있다 오늘은 야구장 이야기를 읽었는데 기분이 좋은 글이었다 반대로 여자가 죽는다거나 하는 글은 기분이 나빴다 그의 단편 소설책이 나에게 중요하던가... 어쨌든 기분의 여파, 그 꼬리가 길고 몰입이 잘돼서 그리 깊지는 않지만 폭이 좁은 다른 세상의 웅덩이에 송곳보다는 뭉툭한 것을 담갔다 빼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런 담금질이 생각날 때마다 책을 읽어 받아들였다 어떤 때는 기분이 안 좋고 어떤 때는 기분이 꽤 좋고 하여 인간이 나에게 비추는 감정의 조명을 받는 기분이었다 어쨌거나 특유의 스피릿 추어함은 장편뿐만이 아니라 단편에서도 빛을 발하고 장면과 장면 사이에 하루키 특유의 발상이 질리지도 않고 뻔하게 읽히지 않는 신선함이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소설을 몇 번 적어보다 보니 흥미로운 글쓰기는 장면과 장면의 고리가 적정한 매력적인 사슬로 연결되듯 자연스럽지만 그 격차가 ㅡ마치 노선을 바꾸는 운전자처럼 ㅡ큰 격차로 부담을 주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간혹 앞 뒤의 상황이 아이디어는 좋으나 격차가 벌어지게 되면 읽는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아이디어가 너무 좋아도 받아들이는 감정은 유격을 느끼게 된다 흥미를 잃게 된다 드라마 작법을 하면서 씬과 씬의 연결이 자연스러운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길 들었고 어느 정도 글쓰기에 익숙하게 된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라고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면서 장면과 장면을 생각해보았다 섹스신이 많아 야한 소설을 쓴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런 앞뒤 상황의 스피릿 추어하고 능숙한 운전자가 우아하게 노선을 전환하는 품격만큼은 읽고  또 보아도 뭔가 매력적이고 질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이런 사건과 사건이 던져놓고 연결고리를 찾으면 된다고 자부했으나 지금은 다르다 매력적이 전환이나 연결 또한 재능과 노련미의 결정인 것이다 소설의 사이사이 흐르는 틈새의 공기에도 작가의 사려 깊은 숨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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