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5일 일기
1
주사를 두 번 맞고 쿨럭일 때마다 두통이지만 아이스크림을 두통이 아니고 쿼터로 샀다
오늘 너무 신기했던 것은 ,
아이스크림을 담고 있는 분이 통통했는데.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이나 더 담는 것이다.
속으로 나는 놀라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일반 중량보다 좀 더 담았습니다!!’
집으로 가면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가 자기가 먹고 싶은 마음이 투영된 듯 보였어.라고 귀엽게 놀리듯 이야기했고.
나도 그런 적이 있어서 공감하면서. 그럴 수도 있지.
그 아르바이트생이 어딘가 정겹고 귀여워 보였다.
아니면 내 얼굴에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것을 캐치한 걸까??
몸살을 앓다가 지끈거리는 두통을 안고 내가 남긴 글의 분위기를 확인하기 위해서 포스팅을 본다. 뜬금포로 올려진 사진과 감정이 치우친 글에 너무 날것의 느낌이라 놀란다.. 가끔 글을 남길 때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고 생뚱맞게 만 읽힐 때가 있다.. 사실 그림이라든지 접점이 없음에도 와주는 방문객은 이 생경한 낯섦을 통해서 무슨 감정을 느낄까 생각이 든다. 내가 바라봄에도 하루만 블로그에서 떨어져도 서먹해지는데-
2
잔가지끼리 부딪히는 그림자가 달빛에 조우하여 아른거리는 밤에는 이불을 가슴팍까지 끌어올리고 가만히 생각을 해보려 하지만 역시나 잘 생각할 수가 없고 저녁의 페로몬 같은 분위기에 머리가 잠겨간다. 다음 누군가 한 사람을 떠올리다 보면 양 떼처럼 친구가 되어 또 다른 이가 떠오르고 두 사람은 멜트 되어 이음새가 녹이 슬며 이어지고 또다시 양이 나타나고 맞잡은 두 손은 다시 살색으로 이어진다. 언젠가 거리에서 본, 특별한 외로움이 공유되어 그 몽상에 젖은 화법이나 외로움이 없는 이에게서 그저 텅 비어버린 그러나 현실에 가까운 몸통을 볼 때면 스스로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온 이방인처럼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사람 또한 어딘가 누군가의 의미로 판타지가 되기도 하겠지.
3
버스 기다리다 남기는 글 ㅡ세피아 색온도의 그늘 아래서 남색 옷을 입고 버스를 기다린다. 거리를 두고 보면 한 벽면이 꽤 넓은 집을 바라다본다. 옅은 노란 벽에 나뭇잎이 지문처럼 그려져 가고 이층 발코니 쇠 창틀을 두들기는 소리 두 번. 선혈을 흘리는 초여름 빛 가지가 바람을 타고 흔들리고. 누군가 반지하의 문을 삐걱이며 열면, 엄지 손가락만 한 벌들이 드론 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오후와 춤을 추고 있다. 빛을 머금은 벽돌 하나하나 붉게 익어가며 푸른 향을 띈 음지에 바람이 갇혀 어지러움을 간신히 이겨내고 두 발이 그늘에 잠겨갈 때 즈음 뱀의 몸통 같은 골목으로 바퀴를 단 노란 버스가 통통거리며 다가온다. 꿀팁 ㅡ할아버지가 운전하는 버스는 원래 시간보다 느리게 온다.
모기를 보면서, 언젠가 사람 가까이에 있는 벽에 앉으면 죽게 된다는 걸 알고 가까운 벽에 앉지 않는 모기로 진화할까 봐 두렵다 벽에서 바로 죽으니 그럴 일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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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샵도 언젠가 파일이 제이피지처럼 조그마한 그림으로 뜨길 ㅡ이미 그런데 내가 알아채지 못했나 싶기도 하고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