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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취식

by 남지만 작가

어려운 시절이었다.
주머니에는 단 한 푼도 없었고, 배고픔만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때의 배고픔은 단순히 위장이 허한 데서 오는 고통이 아니었다.
마음까지 쪼그라들게 하고, 세상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게 만드는 무게였다.

거리의 불빛은 유난히 따뜻해 보였지만, 내 마음은 점점 얼어붙어 갔다.
그러다 문득 시야에 들어온 간판 하나.
'뷔페 7,000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감히 들어가도 될까, 아니면 발길을 돌려야 할까. 그러나 배고픔이 모든 망설임을 이겼다.

가게 문을 열자 따뜻한 공기와 함께 음식 냄새가 몰려왔다.
김이 피어오르는 밥솥, 반짝이는 반찬, 평범한 국 한 솥조차 그날은 내게 잔치상처럼 느껴졌다.
나는 체면도 잊고 접시에 음식을 담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가웠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허기만이 나를 움직였다.

배불리 먹고 나서야 현실이 밀려왔다. 계산대 앞에 선 나는 결국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 저 돈이 없습니다.
경찰 불러주세요.
죄송합니다.”

사장님은 잠시 나를 뚫어지게 보시더니,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사지 멀쩡한데, 왜 돈이 없냐?”

그 물음 앞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변명도 핑계도 다 무의미했다.
단지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릴 뿐이었다.


“정말 돈이 없어요.
일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내 마음은 무너져 내렸고, 경찰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서 있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뜻밖의 말을 남기셨다.


“그냥 가. 하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용서하지 않겠다.”

그 말은 차갑게 들리면서도 이상하게 따뜻했다.
꾸짖음 속에 담긴 배려였고, 매서움 속에 숨은 자비였다.
그날 나는 밥값보다 훨씬 더 큰 선물을 받았다.
그것은 굶주린 몸을 채워 준 한 끼 식사이자, 낯선 사람에게서 건네받은 작은 은혜였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수많은 계절이 지나갔다.
오늘 우연히 그 거리를 걸어가다 그 뷔페집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가게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낡은 벽돌 건물과 빛바랜 간판만이 세월의 흔적처럼 남아 있었다.

발걸음을 멈추고 오래도록 서 있었다.
그때의 따뜻한 한 끼가 다시 떠올랐다.
내가 그 은혜를 되갚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아리게 했다.
하지만 그 기억이 지금의 나를 지탱해 준다.
배고프고 초라하던 나에게 누군가가 건넨 한 조각의 호의가, 세상을 다시 믿게 만들었으니까.

'사장님, 어디에 계시든 부디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날의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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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