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한창 집중하고 있던 시간에, 휴대폰에서 갑자기 "띵똥" 하는 낯선 알림음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발신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왜 나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을까?' 순간, 가족이나 연고가 닿지 않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연락처에 무작위 문자를 보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기에, 장례 만기일이 다 되도록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았을까.
참으로 안쓰러운 마음에 깊은 슬픔이 밀려왔다.
'아, 이제 죽음 후에도 가족의 돌봄이 있어야만 존엄성이 유지되는구나.
죽을 때도 돈이 필요하구나.
돈이 없으면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구나.'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실제로 코미디언 이주일 선생은 노력 끝에 500억 원대의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산을 상속받은 후손이 관리를 소홀히 하여 연간 100만 원 안팎의 묘지 관리비를 체납했고, 결국 찾아갈 묘소조차 사라졌다는 일화가 있다.
옛날에는 죽으면 땅에 묻어주는 것으로 끝이었다.
얼마 전, 지인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우리 아파트 위층에 사시던 형님이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것이다.
관 속에 계시던 형님이 화장터에 들어가 활활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한 줌의 재가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기 위해 장지까지 다녀오면서, 이제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유골을 특정 지역에 뿌리는 산골(散骨)의 경우, 최초 비용 외에는 그 이후 관리비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형님 큰딸과 동승객의 대화가 들려왔다.
"○○목동병원에서는 장례비가 4천만 원이 넘게 들었다"며 너무 비싸다는 내용이었다.
장례식장부터 상조회사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죽음을 두고 획일적인 시스템으로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돈이 없으면 죽지도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듯하다.
차라리 생텍쥐페리처럼 비행 중 실종되고 싶은 심정이다.
요즘은 핵가족 사회다 보니 가족 없이 혼자 사는 독거노인들이 많다.
복지 정책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고는 하나, 고독사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독거노인이 사망할 경우, 구청에서 시신 수습을 처리해 준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한 힐링 센터에서 운영하는 임종 체험 프로그램 후기는 이렇다.
"관 속에 있었던 5분은 시간이 멈춘 듯했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어요."
"관에 못 박는 소리가 정말 컸습니다.
장례 절차가 끝나갈 무렵,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본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만약 화장하지 않고 관 속에 들어간다고 가정하자.
그 답답한 관 속에서 나의 시신은 썩어 부패할 것이고, 쉬파리가 꼬이고 구더기 떼가 들끓으며 시신을 먹어치울 것이다.
결국 시체의 골격만 남게 된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할 사실이다.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렇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조차도, 살아 있을 때 필요한 '돈'이 점점 더 많이 사용된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