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시인(無名詩人)

설해

by 설해

이름조차 내걸기 무거운,

어쩌면 삶에 조금 지친

열심히 글 쓰기가 귀찮은

게으름뱅이


샛별을 보며 애틋한 글 쓰기는

잠 때문에 물 건너갔고

감성에 젖어 시상을 떠올리기엔

각박한 세월을 지나면서

빛바랜 천 조각 같은

무색( 無色)이 된 지 오래,


눈에는 먹구름 낀 듯 어둡고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은

허공에 갈길을 잃고

지친 허리는 그만 눕자고

묵직한 항의를 보내네


가장 뜨거웠던 파란 불꽃은

사그라지는 듯 하나,

아직 남아있는 온기가 있기에

흘러간 세월 속에 쌓아 둔 생각을

가만히 꺼내어본다


화려한 시상이나

뜨거운 감성은 아닐지라도

물고기 비늘이 한 겹 두 겹 쌓여

마침내 햇볕에 찬란히 물들 듯

그렇게 하나, 둘, 낱말들을 모아

삶의 무늬와 세월의 흔적을 시로 쓰는

나는 무명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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