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해
이름조차 내걸기 무거운,
어쩌면 삶에 조금 지친
열심히 글 쓰기가 귀찮은
게으름뱅이
샛별을 보며 애틋한 글 쓰기는
잠 때문에 물 건너갔고
감성에 젖어 시상을 떠올리기엔
각박한 세월을 지나면서
빛바랜 천 조각 같은
무색( 無色)이 된 지 오래,
눈에는 먹구름 낀 듯 어둡고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은
허공에 갈길을 잃고
지친 허리는 그만 눕자고
묵직한 항의를 보내네
가장 뜨거웠던 파란 불꽃은
사그라지는 듯 하나,
아직 남아있는 온기가 있기에
흘러간 세월 속에 쌓아 둔 생각을
가만히 꺼내어본다
화려한 시상이나
뜨거운 감성은 아닐지라도
물고기 비늘이 한 겹 두 겹 쌓여
마침내 햇볕에 찬란히 물들 듯
그렇게 하나, 둘, 낱말들을 모아
삶의 무늬와 세월의 흔적을 시로 쓰는
나는 무명 시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