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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sing Taste

예찬주의자

by 매버지

나는 여전히 나를 잘 모르겠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그 물음은 여전히 나를 멈춰 서게 한다. 서른이 넘으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 다 알 줄 알았다. 그런데 마흔이 넘은 지금도 나는 여전히 나를 알아가는 중이다.


좋아하던 것에서 멀어지기도 하고, 싫어했던 것에 끌리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나는 매일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내가 나를 계속 들여다볼 때만 인지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자각에서 출발했고, 그 무지를 껴안는 용기를 통해 '지혜로운 무지'에 다가가려 했다.


우리에겐 독설가로도 유명한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고통을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 '자기 내면에 몰입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군중으로부터 자신을 철저히 분리했고 자기만의 음악, 책, 산책의 루틴 속에서 철저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려 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혼자일 때 자기 자신일 수 있다. 그러므로 고요를 사랑하는 이는 고독을 사랑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인데 진심으로 공감하는 말이다. 물론 내가 늘 혼자 있고 싶은 것은 아니다. 때때로 가끔 혼자 있는 시간 동안 내가 나로 돌아오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간에 나는 비로소 ‘나의 목소리’를 듣는다. 개인적으로 이런 시간을 정기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갖는 것이 내 정신을 개운케 한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와 어울리는 공간, 나와 어울리는 음악, 나와 어울리는 호흡을 유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써낼 수 없다.”


그는 누구의 방식도 따라가지 않았고, 철저히 자기만의 리듬을 만들고 지켜냈다. 조깅과 음악, 글쓰기의 고요한 반복 속에서 그는 자신을 단단히 붙들었다.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나 방향이 아니라, 자기만의 박자와 온도로 삶을 살아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철학자 니체 역시 말했다.


“너의 삶을 사랑하라. 그것이 다시 반복되더라도, 그대로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의 이른바 ‘영원회귀’ 개념은 내게 묻는다. '지금 너의 삶은, 반복해도 괜찮은가?'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지금, 타인의 기준에 맞춘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정말 '나답게' 살고 있는가? 살면서 가장 지키고 싶은 건 나만의 취향과 분위기다.


프랑스 디자이너 샤넬은 이렇게 말했다.


“유행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남는다.”

그녀의 말처럼 세상이 뭐라 하든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편안한 것, 그 작은 고집이 결국 나를 만드는 것 같다.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건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나에게 정직해지는 시간만큼 나는 세상의 소음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 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DJ 폐기 구는 엄청난 취향가이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취향이 모여 지금의 음악, 디자인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만의 취향을 무기로 삼아 전 세계인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https://www.instagram.com/reel/DJB2T5oTxmJ/?utm_source=ig_web_copy_link


어쩌면 인생은 거대한 '내 취향 찾기 여행'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그 여행을 진행 중이다. 더 늦기 전에, 더 멀어지기 전에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 오늘도 여행을 이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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