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찬주의자#2
해장에 탁월한 음식 중 탑 오브 탑은?
바로 '뼈해장국'이다.
(물론 개인의 생각과 일부 과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한... 반박 시 님 생각이 맞습니다)
일단 들어간 재료가 많은 영양소를 포함하고 있다. 고기, 채소, 국물(수분) 등과 함께 곁들이는 밥과 밑반찬으로 알코올 때문에 힘들어하는 몸에 힘을 불어넣어줄 수 있다. 뼈해장국과 감자탕의 차이가 뭐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뼈해장국에는 감자탕에 들어가지 않는 재료들이 많다. 예를 들어 감자(뼈해장국에 넣어주는 곳도 있음), 깻잎, 버섯, 수제비 등이 감자탕에는 추가된다. 그리고 계속 끓여가며 먹는 감자탕은 결과적으로 뼈해장국과 국물의 점도가 다르다. 뼈해장국은 한 끼 식사를 위해 최적화된 음식이라면, 감자탕은 술자리 안주로 더욱 어울린다.
대학생 시절 부족한 주머니 사정에 뼈해장국은 완벽한 음식이었다. 뼈 사이사이 붙어있는 고기를 뜯고, 뜨근한 국물 속 시래기와 밥 한수저를 입 안에 넣을 때 기분은 풍요로웠다. 군대를 다녀와 지냈던 집 앞에는 감자탕 프랜차이즈가 있었다. 보통 일주일에 3회 이상은 갔었는데 배가 고플 때도, 친구와 술 한잔을 나눌 때도 늘 뼈해장국이었다. 그렇게 자주 많이 먹은 뼈해장국과 감자탕을 아내와 연애할 때도 즐겨 먹었다. 결혼 후에도 그런 나의 취향을 유지했는데, 결국 아내는 이제 먹다 질려서 먹질 않는다(미안). 하지만, 난 여전히 종종 먹고 싶은 음식이다.
개인적으로 제주도에 가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은 뼈해장국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도에 먹을 게 얼마나 많은데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진짜다. 우리가 먹고 있는 뼈해장국의 메인 재료인 돼지 등뼈는 대부분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산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돼지 등뼈가 가격이 더 비싸고, 수급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수입산 돼지등뼈를 쓴다. 물론 수입산 뼈해장국도 맛있지만, 국내산 돼지등뼈라면 더 믿음직하고 신선하지 않을까? 제주도는 지역 특성상 수입하는 등뼈보다 바로 유통될 수 있는 제주산 돼지등뼈로 끓인 뼈해장국을 먹을 수 있다. 물론 제주도 뼈해장국이 모두 제주산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프랜차이즈의 경우 수입산을 쓸 경우가 많다). 그러니 원산지는 확실히 확인해 보면 좋다. 싱싱한 제주산 돼지등뼈로 끓인 뼈해장국은 제주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다.
좋아하는 음식이다 보니 돼지등뼈를 구입해 직접 감자탕을 끓여보기도 하였다. 어라? 이거 생각보다 쉽고 간단했으며 감칠맛은 조금 부족하나 음식점에서 먹었던 맛이 났다. 그런데, 내가 구매했던 국내산 돼지등뼈에는 살이 별로 없었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돼지를 정말 잘 발골해 먹기 때문인지 등뼈에 붙어있던 살마저 인색(?)했다. 수입산의 경우 등뼈에 살밥이 정말 실한데, 그들이 인색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그 이유는 발골방식의 차이였다.
한국 돼지 발골의 특징은 작업자가 칼 하나로 빠른 시간 안에 돼지를 삼등분(앞다리, 뒷다리, 몸통) 한다. 그리고 각 부위를 섬세하게 손질하여 14개 이상의 부위로 나눈다고 한다.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삼겹살, 목살, 항정살 부위 쪽을 집중하여 발골하고, 등뼈와 부산물도 꼼꼼히 획득한다고 한다. 그에 반해 해외(미국이나 유럽)는 대형 도축장에서 기계화된 라인에서 작업자가 여러 단계에 나눠 특정 부위만 담당하는 분업 시스템이라고 한다. 효율과 생산성 중심으로 설계된 라인에서 개별 담당자가 작업하다 보니 아무래도 꼼꼼히 작업하는 한국보다는 발골이 섬세하지 못하다. 결국 그 덕에 우리는 살밥이 많은 뼈해장국과 감자탕을 먹을 수 있었다.
가끔 유튜브를 보면 외국인들이 뼈해장국과 감자탕을 감탄하며 먹는 영상을 마주하곤 한다. 일단 식재료의 특이함과 진한 국물, 부드러운 고기의 식감, 얼큰하면서도 감칠맛이 주는 풍미, 고기와 야채를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비주얼 등이 매력적일 것이다. 또한, 돼지등뼈를 고아서 만든 육수는 일본의 대중적인 라멘인 돈코츠와 동남아 음식 바쿠테와도 비슷해 익숙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감자탕은 삼겹살과 함께 가장 좋아하는 음식 상위권에 뽑히기도 한다.
뼈해장국에 대해 이토록 쓸 내용이 많았다는 게 신기하다. 그런데 결국 뼈해장국과 감자탕이 내게 소울푸드인 이유는 '편안함'이다. 저렴한 가격, 소주를 부르는 맛, 친구들과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식당의 분위기. 요즘엔 가끔은 혼자 찾아 즐기기도 하는데 오호 이 맛도 꽤 괜찮다.
뼈해장국이 생각나거든 언제든 연락해,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