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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빼면 하와이가 아니지

여행이 불러온 생각 #3

by 매버지

하와이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불러온 초고물가를 경험 중이다. 마트에 가면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공산품 가격이 우리나라의 2배 이상으로 느껴진다. 오늘 저녁 리조트 근처 중대형 마트에 들러 아이용 선크림, 펩시콜라 355ml 한 캔, 오레오 미니 과자 한 개, 하와이 마이 멜로디 키링인형 한 개를 구매하니 5만 원이 넘었다(메인 이미지 참고). 5년 전 방문한 하와이가 갑자기 그리워지는 간이었다.


과자 한 봉지 가격 8,700원.. 콜라 1병 가격 4,587원(스페셜 프라이스)...

공산품 가격이야 그렇다 치고 식당에서 밥 한 끼를 먹는 것도 꽤나 부담이 된다. 한국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에서 김치찌개 한 그릇을 포장했다. 가격은 17달러. 오늘자 환율 기준으로 한국돈 23,920원이다. 여기에 주세가 또 약 4.7% 정도 붙는다. 만약 식당에 앉아서 서빙을 받는다면? 한국에선 너무나도 당연한 서비스를 받고선 최소 15~30% 가까운 팁을 요구(?)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팁이란 것은 상대방의 서비스에 감동하거나 고마움을 느끼면 서비스를 받는 자가 자율적으로 주는 사례금 정도로 생각하지만 하와이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만약 팁을 주지 않거나 적게 주면 상당히 불편한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실제로 팁을 주지 않는 것에 노골적으로 항의를 하거나 정말 기분 나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미국은 코로나와 인플레이션이 맞물리며 최근 팁으로 인한 다양한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중이다. 음식을 배달하는 기사들이 팁이 적다고 음식을 던지거나 주지 않는 일들이 해외토픽으로 나온다. 심지어 사람이 아닌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화면에 지불할 팁을 정하는 프로세스가 있다. 나 역시 이곳에서 그 경험을 매일하고 있는데 키오스크 앞에 서 있는 직원의 눈치를 보며 No Tip 버튼을 누른다. 그럴 때면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다. 자기들 인건비 줄이려고 만든 키오스크에서 포장 주문을 하는 사람에게 팁 요구라니 아이러니한 기분이 든다.


출처 : 네이버 카페 쉬운 하외이, 하여디

팁이 주는 스트레스가 꽤 상당하다 보니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다. 팁의 역사도 읽어보고 현재의 트렌드까지 쭈욱 보고 나니 일정 부분 이해가 되기도 한다. 고물가를 형성하게 만든 원자재 가격은 상승했지만 팁을 받는 일을 하는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인건비는 그만큼 오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팁을 받아야만 생활이 가능한 사람들이 더 강하게 팁을 요구할 수밖에 없고, 업주 역시 임금을 더 주기 싫으니 시스템적으로 팁을 더 받아내기 위해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요구하기 시작한 것 같다.


하와이에 있으면서 계산서를 받아보면 정말 다양하게 팁을 가져가려고 노력하는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찾아보고 직접 본 다양한 방법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직간접적으로 보고 정리한 것이므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틀린 부분이 있거나 하와이 거주민이 이 글을 보신다면 정정의견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1) 이미 정해진 팁 비율이 있으며 자동적으로 반영된 계산서(보통 메뉴판에 정말 작은 글씨로 적혀있음)

2) 위의 경우임에도 또 한 번 팁을 받아내기 위해 팁 서명 칸이 또 존재

3) gratuity 역시 팁을 나타내는 단어인데 이를 선반영(manual gratuity) 한 후 또 팁 서명 칸이 존재

4) gratuity를 적는 계산서를 1차로 보여주고 다시 또 Tip칸이 추가된 계산서를 제시


출처 : 네이버 카페 '하센로라'


팁 문화에 낯선 아시아 관광객 입장에서는 당하고 나면 매우 불쾌한 일이 될 것이다. 물론 하와이는 전 세계 최고의 관광지이기에 두려울 것이 없을지 모르나 개인적인 거부감이 상당하다. 그리고 응당 받아야 할 서비스들이 팁으로 둔갑되거나 팁을 위해 서비스를 한다는 느낌이 들면 돈을 지불하는 입장에서도 매우 불편한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객지에 와서 한국음식이 그리워 찾아간 곳에서 그런 낭패를 보기도 한다. 브런치 지뉴 작가님의 하와이의 팁 문화를 읽으면서 나 역시 더욱 공감이 갔다.


오늘 리조트의 수영장 옆 풀바에서 아내가 아이와 먹을 간단한 음식을 시켰다. 보통 호객(?)을 하는 직원들이 있는데 보이지 않아 직접 가서 시킨 것이다. 아내는 당연히 서비스를 받은 것도 없기에 계산서의 팁 란에 특별히 금액을 적지 않았고, 이미 리조트 풀바는 메뉴 금액의 18%를 서비스 차지로 받아 처리를 한다. 그런데 아내가 수영장 자리로 돌아와 음식을 기다리며 완성되어 나오는 것을 뻔히 보고 있음에도 약 10m 되는 거리를 직원들이 서빙하지 않고 5분 이상 to go 테이블 위에 방치하고는 가져오지 않았다. 결국 내가 직접 걸어가 이게 우리가 주문한 게 맞냐라고 묻고 가져왔는데 기분이 정말 좋지 않았다. 아내는 본인이 팁을 주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며 함께 기분 나빠했다. 과연 뭐가 옳은 건지 모르겠다. 이 나라의 팁 문화가 문제인 건지 이놈의 리조트가 문제인 건지 아니... 이곳을 찾은 내가 문제인 건지.


내린 결론 = 하와이 팁 문화는 문제가 있다.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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