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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버지 Dec 11. 2024

내가 가진 가장 비싼 거

  내가 가졌거나 가졌던 것 중 가장 비싼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가장 먼저 물질적인 것들이 촤르르 머릿속에 펼쳐지지만 과연 그것들이 가장 비쌀까? 또한, 그것들은 온전히 가졌다고 보기 힘들다. 언젠가는 없어지거나 누군가에게 양도될 것들이 대다수다. 그렇다면 내가 온전히 가진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온전히 가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정말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말고 손에 잡히는 것은 내 육신 하나뿐이다. 결국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비싸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나의 몸'이었다.


  보통 비싼 것을 대할 때 매우 신중하고 귀하게 대한다. 과연 나는 내 몸에 그랬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지금의 내 몸이 답을 한다. '아주 형편없이 대했어' 그 덕에 지금의 형태가 되었을 테지만. 난 내 몸에게 정말 형편없는 주인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많이들 그렇듯 왕성한 신진대사와 운동에너지로 먹어도 찌지 않는 신비로운 몸이었다. 하물며 난 유년시절 몸이 말랐다고 할아버지께서 종손의 스테미너를 끌어올려야 한다며 한약을 끊이지 않고 먹이셨다. 그 덕인지 지금의 난 먹은 한약의 부피만큼 몸이 불어버린 것 같다.

  대학교에 가서는 대부분 그렇듯 술을 물처럼 마셔댔다. 돈이 없어도 술 사주는 선배, 친구들이 있어서 싸구려 안주에 깡소주를 벌컥 들이키고 게워내고 또다시 들이키는 신비로운 신체능력을 알게 되었다.

  군대에 가서는 긴장을 해서인지 먹어도 살이 안 찌고(신병시기에는 62kg까지 몸무게 빠져 첫 면회를 오신 부모님이 북한군인줄 아셨다고 했다...), 선임이 되어서는 몸 키운다고 체력단련실에서 매일 운동을 해대는 바람에 건강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제대를 하고서 그동안 쌓아둔 체력 덕분인지 졸업할 때까진 그래도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생각 없이 지냈는데 그게 그나마 건강했던 내 몸의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첫 직장에 들어가고 정신없이 지내는 중에도 건강을 챙기기는커녕 최소 일주일에 5회 이상 술을 마셔댔다. 이렇게 써 놓으니 거의 알코올중독자 수준으로 보이는데, 했던 일이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동료들과 그렇게 마셔댔던 것 같다. 취업 전 몸무게도 꽤 살이 쪄서 75~80kg 정도 수준이었는데 첫 직장생활을 하며 4년 동안 몸무게가 최고로 쪘을 땐 92kg까지 증가했다. 몸무게만 이야기하니 키도 어느 정도 되겠지 싶겠지만 키는 고작 172cm였기 때문에 보기에 미쉐린 타이어 캐릭터 마냥 몸이 올록볼록해졌다. 보통 그 정도가 되면 심각성을 인지하고 식단을 조절하거나 운동을 했을 텐데 난 그러하지 못했다. 그렇게 찐 살은 결혼식을 앞두고 급히 빼 80kg까지 줄인 시기를 제외하면 다시 80kg대 후반으로 회귀해 그 상태가 작년까지 유지되었다. 작년 친한 교수님의 살 빼는 한약 추천으로 79kg까지 3개월 만에 급한 다이어트를 해 보았지만 한약을 끊고 요요가 와서 다시 원래 몸무게로 회귀하였다. 한약의 도움을 받아 살을 뺄 때는 그렇게 고생했는데 찌는데 채 두 어달도 걸리지 않는 것을 보니 역시 요행으로는 내 몸 안의 오래된 비만세포들은 죽일 수 없었나 보다.


  안타깝지만 천만다행으로 40대 중반 2024년 말이 돼서야 난 내가 가진 가장 비싼 것부터 아끼고 고쳐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20년 넘게 방치해 둔 내 몸을 바꾸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잡았다. 그동안 내가 그런 노력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보통 작심삼일에서 2주 안에 끝나던 나의 안쓰러운 노력들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난 안되었던 것일까? 고민 끝에 결론이 났다. 나 혼자서 날 컨트롤 하기에 나는 의지가 너무 약하다. 그래서 동네의 PT샵을 찾았다. 보통 PT샵을 가도 대부분 운동을 조금 가르쳐주고 숫자 세주며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좀 독특한 곳을 찾았다. 운동을 하겠다고 연락을 하니 얼마나 절실하냐 묻는다. 뭐지 내가 돈 내고 운동하겠다는데 뭘 자꾸 묻고 따지는 거지? 처음에는 이상했다. 등록을 위한 첫 상담을 마치고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났구나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단순히 운동만 하는 곳이 아니라 원리를 이해하고 삶을 바꾸기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2회 차 운동을 마친 상태다. 그리고 운동을 시작한 후 오늘까지 매일 아파트 헬스장을 찾아 운동을 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3개월 후쯤 내가 가진 가장 비싼 것을 얼마나 소중하게 다루고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적어보고 싶어서다. 이 브런치를 읽는 사람들 중 모르는 분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내가 신뢰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본다면 날 응원해 주길 바라는 바이고, 적어도 나에게 술을 강권하진 않을 테니까. 그리고 이번엔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목표까지 달려가 보겠다는 선언이자 다짐이기도 하다. 이런 짓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에 조금은 쑥스럽지만 이번에 못하면 앞으로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걸 알기에 미친 척하고 글을 쓴다. 친구들이여 나를 응원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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