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찬주의자
지금 당장 당신이 좋아하는 혹은 좋아했던 것을 떠올려 보자. 어떤가? 바로 생각이 난다면 적어도 여러 의미에서 삶이 재미있고 나름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 만약 쉽게 떠 오르지 않거나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부질없게 느껴진다면 아마도 지금 삶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올해 여섯 살이 된 아이를 보며 무엇을 좋아한다는 것이 얼마나 삶을 즐겁게 할 수 있는지 깨닫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빠져 인형과 대화를 하고 끌어안고 잠을 이루며 매일 관련된 장난감을 사달라 조른다. 그러다 착한 일을 하고 그 캐릭터의 스티커 하나라도 얻어내면 하루 종일 행복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아이를 발견할 수 있다.
나 역시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좋아하는 것이 생겼을 때 거침없이 탐미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며 그 과정 속에서 자유로운 생각들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중학교 시절에는 영화가 그랬고, 고등학교 땐 소설과 글쓰기가 나에게 많은 감명을 주었다. 그 시절 나는 지금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왜 나이가 든 요즘은 좋아하는 것들이 잘 생겨나지 않고 기존에 좋아했던 것도 희미해져 가는 것일까? 그 원인을 찾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고 좋아했던 것들을 글로 정리하며 나를 다시 알아가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 좋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태어났다. 적어도 내 경험상 좋아하는 것이 많고 뚜렷한 사람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삶을 살아간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의 책 [아주 보통의 행복]에 이런 구절이 있다.
행복 천재들은 좋아하는 것에 관한 한 천재다.
행복한 천재들은 좋아하는 것이 많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고 많으면 마음속에 '관심'이 가득하다.
나는 좋아하는 것이 뚜렷하고 많은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다. 내 아내와 딸에게도 그런 남편, 아빠의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앞으로의 인생 모토는 '예찬(禮讚)주의자'이다.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나의 모토가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길 바라며 연재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