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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손흥민

예찬주의자

by 매버지

제목을 보고 손흥민이면 손흥민이지 인간 손흥민이 뭔가?라는 생각이 들 거 같다. 한국사람뿐만 아니라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축구선수로서 손흥민의 위상을 모르는 이는 많이 없을 것이다. 전 세계의 내놓으라는 축구천재들만 모여 있다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는 아시아인이 앞으로 나올 수 있을까? 그 해 세계에서 가장 멋진 골을 축하하는 푸스카스상 수상은 어떤가? 하지만 나는 그의 축구선수로서의 능력도 좋지만 수많은 인터뷰와 영상에서 보인 찰나의 순간 그리고 행동 등을 보며 인간적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인간 손흥민'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 '손흥민 정도 재력과 능력이라면 당연히 배려심이 깊어야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려는 재력과 능력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가 살아온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작년 경기 후 라이브 인터뷰에서 손흥민이 했던 행동이 한동안 밈이 되어 떠들썩했던 일이 있었다. 그의 배려심이 돋보이는 순간이 화면을 통해 전 세계로 송출되었는데 실제 인터뷰어들도 인터뷰가 끝난 후 떠난 손흥민에 대해 칭찬세례를 펼쳤다. 인터뷰를 마친 손흥민이 화면에서 빠져나가려 들고 있던 마이크를 테이블에 정말 조심히 살살 내려놓는 장면이 화제가 된 것이다(우스갯소리지만 이 일 이후로 전 세계 사운드엔지니어들의 최애선수가 되었다는 후문이 있다...).

https://youtube.com/shorts/A9rbWPQ_w2Q?si=ctMH40JmdxiM_3qn


이뿐만 아니라 경기가 끝난 후 서포터들을 향한 인사를 끝마치고. 라커룸을 돌아가며 경기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나 상대선수 또는 같은 팀의 선수나 감독에 대한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배려심이 깊은지 알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세심하고 배려 넘치는 행동 덕분인지 팬들 뿐만 아니라 그를 거쳐간 감독, 함께 뛴 선수들 마저 그를 성공한 축구선수이기 이전에 훌륭한 사람이라는 말을 꼭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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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om/shorts/oWAf-WvLaDc?si=KiSvyZoPADbupMxG

그리운 토트넘의 무리뉴... 손흥민을 가장 잘 꿰뚫어 본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태도는 그가 살아온 가정환경에서 비롯되었을 확률이 높고 엄격하지만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하는 그의 아버지 손웅정 님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축구선수로서의 기본기만큼 겸손함을 강조한 아버지 덕분인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슈퍼스타임에도 안 좋은 사건사고나 큰 구설수에 휘말린 적이 거의 없다. 하물며 아들의 EPL 득점왕 소식에도 이렇게 인터뷰를 한 아버지니까.


함부르크 시절 아들이 쾰른전에서 프로 데뷔골을 넣었을 때만큼 두려웠다. 흥민이에게 호사다마를 많이 이야기한다. 항상 좋은 시절일 수는 없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어느 일본 대기업 회장이 호황도 좋고 불황은 더 좋다고 말한 것을 책에서 보았는데 그 구절을 항상 기억한다. 아들에게 농부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올해 풍년이라고 내년에도 풍년을 장담할 수는 없다. 풍년이 들면 흉년일 경우를 더욱 대비해야 흉년에도 잘 지낼 수 있는 것이다.


겸손한 마음은 어떠한 상황에 있어 평정심을 유지케 하고 그릇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게 만든다. 이런 태도가 견지되면 기본적으로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그런 마음이 섬세한 배려심으로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해외의 축구스타들을 보면 뛰어난 실력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으나 방탕한 사생활로 욕을 먹는 선수들이 꽤 많다. 그러다 보니 축구계 안팎에서도 손흥민은 유독 돋보이는 부분이 있다.


나는 손흥민을 예찬한다. 그의 발자취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축구선수로서 많은 업적을 세울 것이다. 엄청난 압박감을 이겨내고 현재의 위치까지 오르며 그만이 알고 있는 수많은 고통을 극복해 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늘 자신을 낮추고 주위를 챙기는 모습을 보면 한참 나이를 더 먹은 나이지만 배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은퇴 이후 손흥민이 어떠한 삶을 살지는 모르지만 더 기대가 된다. 그의 남은 축구인생과 은퇴 후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이 마음은 평생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저와의 약속이고 이미 결정을 내린 부분이에요. 축구를 사랑하고 좋아하지만 다른 사람을 가르칠 능력도 없을뿐더러 저는 제가 직접 공을 차는 순간을 사랑해요. 물론 축구와 가깝게는 지내야죠. 그때는 그저 한 명의 축구 팬으로서.(2024년 하퍼스바자 인터뷰 중에서)



메인 이미지 출처 : 토트넘 핫스퍼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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