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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예찬주의자

by 매버지

글쓰기에 대한 예찬의 글은 이번 연재가 아니더라도 종종 했었다. 허나 나의 페이보릿 탑 3 안에 들어가므로 글쓰기 예찬을 또 한 번 해본다. 과거 긴 시간 글쓰기가 꿈이었던 시절을 지나 이제 일상이 되어가는 지금 나에게 글쓰기가 왜 중요하며 어떻게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적어본다.


글쓰기는 나를 정리할 수 있게 돕는다. 물론 글쓰기의 종류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글쓰기는 나의 직간접 경험을 기반해 작성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를 들여다볼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나 자신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보통 나이가 들어가며 일과 삶에 치이는 동안 '나'라는 존재는 점점 자취를 잃어간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그런 상황이라면 글쓰기를 추천한다. 혼자 쓰기 어렵다면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쓰고 공유하고 나누고 느끼는 동안 극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니. 나 역시 세계 최고의 실전압축에세이스트가 리드하는 글쓰기 모임에 참석하며 작년부터 지금까지 70개가 넘는 글(에세이, 소설, 시 등)을 낳았다. 그 시간 동안 소홀했던 나를 돌보고 정리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선물 받았다.


글쓰기는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글을 쓰다 보면 나와 관련한 주변 사람, 상황 등을 생각하고 관찰하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며 생각이 더욱 보수적으로 바뀌고 본인의 기준을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나만 생각하는 사고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는데 이때 글을 쓰면 도움이 된다. 나의 입장에서 주변과 관련한 글을 쓰다 보면 말로 하는 것보다 훨씬 객관적으로 글을 전개하게 된다. 휘발성이 높은 말보다 글은 남겨진다는 생각이 강해서인지 더욱 여러 번 생각을 거듭한다. 그러는 동안 생각과 가치관에 있어 '틀렸다'가 아닌 다름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다.


글쓰기는 지적호기심을 충족한다. 종종 경제 또는 사회문화와 관련한 소재의 글을 쓰기도 하는데 내가 알고 있던 사실 또는 몰랐던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검색하고 책을 찾아본다. 알았던 부분을 더욱 확실히 자세하게 알게 되며 몰랐던 부분은 새롭게 채워진다. 이런 과정은 나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는 몰랐던 정보가 되어 도움을 준다. 과거 은행에 근무할 때 신문에 꽤 오랜 시간 은퇴와 금융에 대한 기고를 했는데 그 때 공부한 지식을 지금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글쓰기는 뇌를 깨워준다.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부분인데 글쓰기는 뇌의 여러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복합적인 인지 활동이라고 한다. 전전두엽을 자극해 집중력과 계획 능력을 향상하고, 해마와 편도체를 자극해 기억과 감정을 활성화시킨다. 또한, 반복적인 글쓰기는 뇌의 연결망을 강화시켜 학습능력과 창의성을 향상해 신경가소성(뇌가 스스로 신경회로를 바꾸는 능력)을 촉진한다. 그 결과 스트레스 완화, 기억력 강화, 집중력 향상, 문제해결력 증가와 관련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가 좋은 이유는 그 안에서 마음껏 자유롭기 때문이다. 글 속의 나는 과거, 미래, 무의식, 심연의 세계를 마음껏 여행할 수 있다. 가끔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가기도 하고, 정말 싫어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을 궁금해하기도 한다. 글 안에서 나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어 볼 수 있고, 그들이 된 마냥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가능하고 실현될 수 있는 글쓰기는 나의 상상력과 창의력의 보물창고다.


개인적으로 정말 바쁜 한 주를 보내는 중이다. 갑작스럽게 컨설팅 용역을 맡게 되어 이번 주 내내 잠을 줄이고 일을 하고 낮 시간에는 아이를 돌보며 중간중간 짬나는 시간에 일을 하며 글을 쓰는 중이다. 연재를 미루고 싶지 않은 걸 보니 그만큼 글쓰기를 예찬하고 소중히 여기나 보다. 역시 '글 쓰는 전업주부 아빠가 세계 최고의 직업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이번 주 글쓰기 미션도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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