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이 뭐예요?
올해 집에 손님이 몇 번 왔다.
광고기획사에 다니는 내 친구, 오랜 덕질로 단련된 회사 절친, 남편이 가르쳤던 학생들.
그런데 내가 친구와 혹은 손님들과 이야기하는 자리에 중2 딸래미가 자리를 잡고 앉아서 들었다.
내 10대 시절을 돌아보면 엄마 아빠 손님이 오셨는데 내가 그 자리에 앉아서 대화를 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혹시 나에게 말이라도 걸세라 내 방으로 급히 모습을 감추곤 했다.
엄마가 국민학교 선생님이셔서 친구분들도 대부분 선생님이다보니 간혹 내 방에 찾아와 요즘 나의 관심사와 학교 생활을 물어보는 분들도 계셨지만 나는 어른들과 대화를 능수능란하게 이어나갈 수 있는 아이가 아니어서 10분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적절한 타이밍과 반드시 귀에 꽂힐 수준의 볼륨을 실어 자신있게 인사하는 걸 여전히 못하는 나는, 이 아이가 어릴 적부터 길 건너편의 친구까지 자신있게 불러재낄 때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그러다보니 나로서는 어른들의 대화에 아이가 끼어있는 광경이 사뭇 낯설었다. 혹시라도 손님들이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고. 그런데 의외로 친구들은 아이를 대화 상대로 받아주었다. 요즘 십대 중에 이런 아이가 어디있냐며. 어른과 대화를 스스럼없이 이어가는 것은 대단한 장점인 거라고.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십대아이들과는 스스럼없는 대화가 어려울 거라고, 아이들이 어른들을 꼰대 취급하며 거리를 둘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드라운 태도를 가진 아이를 보는 것이 신선했던 것 같다. 나도 가끔 아이들을 중2병이라는 프레임에 넣고 중립적인 현상을 나쁜 쪽으로 해석하다가 오히려 갈등을 만드는 경우가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손님도 아이와의 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주고, 아이도 어른과의 대화에서 얻는 것이 있다면 why not? 돈이나 사업장을 물려줄 수는 없지만 엄마와 교류하는 다양한 어른들과의 대화 기회가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무형의 자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화봉송을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하면서 전국을 누빈 경험, 덕질을 오래 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언, 대기업 때려치우고 공기업에 취업한 20대 젊은이가 느꼈던 선택의 고뇌와 지켜보는 부모님에 대한 마음.
오직 그들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를 아이는 맞장구를 치면서 듣고, 가끔은 치고 들어와 질문을 하기도 하면서 어른들과의 대화에 녹아들었다.
그러다 읽은 입시전문가의 글에서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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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기반 면접(지균)이든 제시문 면접(일반전형)이든 면접은 1단계 발표 후 학원 며칠 다닌다고 잘할 수 있는 거 아닙니다. 우선 평소에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는 연습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평소 학교생활이 면접 준비예요.
-떨지 않고 말하기
-조리있게 말하기
-배운 지식/개념/이론의 활용
-낯선 text 독해하기
-낯선 자료들 간의 연관성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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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래미 나중에 면접 잘 보면 다 엄마 덕이다?(아님, 아이가 주워 먹은 거임)
나도 다양한 직업,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서 신선한 자극을 받는데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친구들이 내 아이와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작지 않은 즐거움이었다.
사교육 안(덜, 못) 시키고 전략 없이 마음 가는대로 학창시절을 보내도 된다는 자료를 수집,가공, 적용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