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2천자? 한 달에 6만자!
작가지망생이 아니더라도 '글 좀 잘 썼으면'이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참 총명한 어린이가 아닙니다. 과거에 똑부러졌던 적이 있었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디지털 의존도가 높아서 다들 깜박거리는 시대를 살아갑니다.
블로그에서 GRE라는 단일주제로 1일 1포스팅을 했습니다. 제 공부 기록을 정리할 겸, 예문에 등장하는 예술가와 유명인을 조사해서 첨부하고 옥스포드 영영사전처럼 다양한 지도와 그림, 사진을 넣어서 저만의 '사전'을 만들어갔습니다.
다만 4개월 동안 쉬지 않고 이 작업을 하다 보니 이 주제를 계속하고 싶은 욕구가 여행기와 서평 등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구와 충돌했습니다. 부산에 놀러 가서도 하루종일 블로그만 쓰고 있었어요. 그 여행 후에 짧은 번아웃이 왔죠.
인스타그램의 좋은 점은 사진 한 장으로도 오늘의 기록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블로그, 브런치는 키워드가 여러 번 들어가야 하니, 절대 이렇게 하지 마세요!) 실물 제작을 하던 시절에는 (예쁜) 작품 사진과 해시태그로도 충분했죠.
그 후 여행사진에는 한 줄에서 길어봐야 100자 안팎의 '냅킨에세이'가 추가되었습니다. 공부기록도 처음에는 사진 위주였으나, 서평단을 시작하면서 텍스트가 길어졌어요. 서평도 중요한 책은 블로그에 먼저 작성하고 인스타에 요약본을 올렸습니다. 바로 여기서 2000자라는 제한 요소가 감지됩니다.
전에는 긴 글을 줄여서 첨부했는데, 역발상을 하게 됩니다. 인스타에 '서평'과 '풍경을 곁들인 일상'을 교대로 1일 1포스팅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는데, 읽은 책이 많아지니까 쓰고자 하는 욕구가 커져서 제 냅킨에세이는 2000자의 제한선에 부딪힌 거죠. 이렇게 '연재물'이 된 (애틀랜타, 중간 지점에서 시작한) 미국여행기를 잇고 또 이어서 30챕터 이상 발행했고, 앞부분을 통해 브런치 작가로 승인을 받아 '브런치북'으로 발간했습니다.
시작은 우연이었으나 글이 모이고 연재를 완성할 명분(공모전)이 등장하여 마감을 정해두고 이틀에 한 번은 꽉 찬 여행기를 썼습니다. 브런치 작가라면 아시겠지만, 작가 지원을 위한 자기소개서와 집필계획을 작성하면서 후속작까지 기획했습니다.
기획서를 검토하다 보니 쓰고 있던 산책 위주의 여행기 <무한대 미국산책> 다음으로 <예술산책> 첫번째 모음을 완성하려면 제가 소개할 그림과 화가에 대한 사후 취재를 할 시간이 촉박하여 여행으로 수집한 예술 관련 포스팅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완성도를 높이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브런치북을 <무한대 미드산책>으로 계획했습니다. 발로 뛴 여행이 그렇듯, 인상적인 미드는 머릿속에서 냅킨처럼 뽑아낼 수 있는 주제였죠.
같은 주제를 매일, 진지하게, 열심히 쓰는 습관은 훌륭하지만 지난 블로그의 사례처럼 번아웃의 위험이 큽니다. 그렇기에 저는 1일 분량이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스타를 통해서 딱 2000자의 초고를 쓰고, 전날 써 둔 초고를 다듬어 브런치로 발행했습니다. (주제별로 시차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현재 집중하고 있는 '메인 테마'를 가장 자주 배치하되 <예술산책>과 같이 놓지 않고 계속 이어갈 '네버엔딩 테마'와 '시즌 테마'를 주기적으로 등장시키는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지루함을 예방하는 차원이었지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