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욕

단편소설 <구슬>

by 산책덕후 한국언니

'도영아, 니가 왜 화를 내?'


내가 무상을 독점하는 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나머지 이게 독점이라는 걸 몰랐다. 도영이 화를 내도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을 뿐. 도영은 스승의 관심이 더 필요했고, 도영이었기에 스승에게도 연심을 품었을 수 있었다. 나는 내가 무상을 공유할 생각이 없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마저도 '도영이 니가 왜?'라는 생각을...


백오십번 쯤 반복하다 겨우 흐릿하게 떠올랐다.


무상을 만나 또래집단에서 찾을 수 없는 지적인 소울메이트를 처음으로 경험했다. 이런 경험은 일생에 몇번 오지 않는다.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독점욕이나 육욕이 앞서면 그야말로 대환장파티가 된다.


그래서 가끔 나는 고구마가 된다.


사랑하니까 금욕하는 남자는 딱 질색인데 알고보면 내가 바로 사랑하니까 금욕하는 여자다.




인정 욕구, 그러니까 인정 받아야하는 기준이 높고 인정해주는 사람 역시 내가 인정하는 사람이어야 했다. 어찌보면 상호인정이랄까? 애초에 도영이나 평생 잘나가고 있는 세평이는 나와 생년이 같기 때문에 별 기대를 안했다. 오히려 기대 이상으로 해내는 그녀들이 나에게 자극이 됐다. 그녀들이 나를 계속 의식했으면 좋겠지만 오히려 내가 어느 틈에 굴러떨어진 셈이다.


마이너리그면 뭐 어때. (속은 쓰라리다.)


반면 무상에게는 계속 실망했어야 했다. 다른 어른들, 가족의 윗세대나 이미 속물인 걸 감안하고 보정한 다른 어른들만큼 무상은 끊임없이 나를 실망시켰다. 그런데도 달리 대안을 찾지 못한 나 자신도 나를 실망시켰다. 향하는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나는 바닥에서 점수를 쌓아 올리기보다 완벽에서 실수를 차감하는 방식이 익숙해서, 차감된 점수를 되찾으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겨우 십 년을 살고 인생의 최저 점수를 기록하다 무상을 만나 원래의 완벽함을 회복했다. 이제 남은 건 세계 정복이었다.




세계는 커녕 중학교 접수하는 것도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게다가 키는 또 왜 이렇게 안 크는 거야. 중학교 첫 학기, 작은 순서로 1등도 못했고 성적순 1등도 못 했으며 아직도 또래집단에 적응하지 못했다. 또한 갓 결혼한 무상을 마지막으로 만났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