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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인생곡 듣고 더 큰 첨벙!

호텔 캘리포니아, 호텔 수영장과 혼술

마이애미에 도착한 직후에는 행운과 멀어졌다. 그보다는 마이애미에 오자마자 미국에서 보기 드문 센슈얼 바차타 워크샵을, 심지어 무료로 받고 다른 모든 것을 내주었다고 봐야겠지. 식사는 너무도 부족했고 산책은 잔인하도록 넘쳤다. 그러나 전화위복을 했으니, 이제는 그만 놔주겠다.


둘째 날은 상쾌한 아침 산책과 아직 덜 지겨운 남미음식으로 시작했고, 강 건너 다운타운으로 들어가는 우버에서 '호텔 캘리포니아'가 흘러나왔다.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는 필리핀과 하와이만큼 다를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나는 플로리다밖에 가보지 않았으니 설명할 길이 없다. 예상대로 캘리포니아 호텔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송파구 가락동에도 있고 일산동구 백석동에도 있다.



리틀 하바나, 둘째 날의 조식


이 노래가 행운의 증거인 이유는 어릴 적 룰라가 리메이크한 버전을 듣고,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영어노래이기 때문이다. 그 전에 알았던 노래들은 영어교재나 피아노교재를 통해서 '학습'한 노래들이었지만 '호텔 캘리포니아'는 비로소 취미 영역에 처음으로 자리한 팝송이었다. 당시에는 원작자가 누구인지 찾아볼 생각도 못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덕질의 장벽이 훨씬 높았다. 그럼에도 이 노래가 세계적으로 수없이 반복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버에서 인생곡을 들으며 마이애미 시내로 진입하는 그 순간은 새로운 희열이자 첫 경험이었다. 두 번째 호텔은 얼리 체크인을 해주었고, 소박한 방을 맘껏 어지럽히며 수영장으로 달려갔다.


마이애미 때문에 2019년 미국여행의 전체 동선이 삼각형이 아닌, 8자(무한대 infinite)가 되었는데도 마이애미가 중요했다. 그로부터 1년 전에 짐바브웨의 리조트 수영장을 즐겼고, 한달 전에는 가평에서 바싹 구운 타코야키로 변신했는데 여전히 마이애미가 중요했다.



마이애미 비치 시그니처인 구조대와 인증샷


내가 바다 물놀이를 포기하고 살았던 십년이, 남들은 여행을 가장 열심히 다녔던 시기였다. 물놀이 대신 춤을 추고 공부를 하고 수많은 부캐를 거느렸지만 그렇다고 부귀영화를 누린 것은 아니었기에 여행에 한이 맺혔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카리브해에 빠져버리겠다고 결심했다. 정말 빠져 죽을뻔했다.


그리고 한번 더 전화위복을 했다.


마이애미 타워 바로 앞에 있는 호텔 수영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다음 날부터 3일 동안 바다수영을 했다. 바다에서의 마지막 날은 비바람과 파도가 어쩐지 불길했다.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발이 안 닿으면 패닉이 오는데 노스 비치의 파도에 쓸려 나갔고 카리브해로 표류하기 직전에 이르렀다.


천만다행으로 해변에서 가볍게 물놀이를 하던 소수의 목격자 중에서 한 분이 익사위기의 나를 구조해주셨다. You're life saver! 그날 이후로 바다수영에 대한 미련은 완전히 사라졌다.


대신 수영 연습은 더 열심히 했다. 마이애미 마지막 숙소인 이븐호텔에서 이틀 연속으로 독학을 해서 수영장의 짧은 변을 완주할 수 있었다. 숨을 쉬는 법을 아직 익히지 못해서 숨을 안 쉬고 잠수모드로 팔다리를 계속 움직여서 완주를 해버린 것이다. 덕분에 체력(주량)이 늘었는지 뉴욕에서는 밤마다 혼술을 하느라 아침산책을 한번도 못했지만 홍길동 같은 일정을 버틸 수 있었다.



디자인 디스트릭트, 명품샵


우버에서 나온 '호텔 캘리포니아'와 로드웨이 호텔의 얼리 체크인, 수영장 다음으로 이어진 행운은 버블바스였다. 드디어 욕조가 있는 방을 차지한 것이다. 시카고에서 미리 준비한 바스밤을 넣고 거품목욕을 즐겼다. 지금이라면 샤도네이 한 잔이 있어야겠지만, 그때만 해도 거품으로 충분했다.


목욕이 끝나고 드디어 디자인 디스트릭트로 출발했다. 이곳에는 마이애미의 핫플인 '윈우드' 맥주를 파는 이탈리안 비스트로가 있었다. 이제부터 분위기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할 때는 술을 시켜서 더 오래 더 진하게 음미하려고 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다.


바가 있는 식당에서는 식사를 할 때도 바에 자리를 잡고 혼술모드로 반주를 하면 마음이 편하다. 그 단계에 익숙해지면 테라스나 스카이라운지의 2인석에서도 혼술하는 마음이 좀더 가벼워진다. 그렇게 나는 혼술 뉴요커로 복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이애미 근방에서 성공한 유일한 맛집 MC 키친


이 구역의 오모테산도, 청담동인 명품거리는 익숙한 듯 새로운 분위기로 눈요기가 되어주었으나 내 관심은 패션 아이템보다는 상점의 건물로 옮겨간 상태였고, 모종에 규칙에 따라 구성된 명품거리의 비슷한 컨셉은 조금 지겨웠다. 뉴욕 5번가, 워싱턴의 명품 공원, 그리고 며칠전에 다녀온 시카고 리버노스.


마이애미 특유의 분위기가 없지는 않았으나 곳곳에 배치된 야자수를 걷어내도 과연 그럴까? 해가 지고 있었지만, 다운타운에서 1박2일을 하기로 한 진짜 목적인 윈우드 벽화거리를 가고 싶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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