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희 <세상에 하나뿐인 북매칭>
나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그 사람의 입장을 공감하기 위해 소설 읽기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 그리고 삶이 납작하게 머물지 않고 좀 더 입체적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소설을 읽어야 한다. 소설을 읽을수록 나와 전혀 다른 누군가를 공감할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이 생기니까.
-25p, 납작해지지 않으려면
마침 브런치북 공모전 시즌이라 그동안 누적된 서평으로 책소개책을 엮고 돌아왔다. 책과의 인연, 계독, 책소개책 수집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 책소개책 중 두 권이 윤소희 작가의 독서에세이다.
올해 새로 출간된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은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을 주제별로 소개하고 있는데 다루는 주제부터 심오하다. 하지만 저자의 전작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현학적이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무거운 주제조차 담백하고 진솔하게 풀어가며 TMI는 수록된 책목록을 참고하게끔 유도한다.
추천보다는 소개 정도만 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종종 내가 추천하는 책들은 아는 사람만 계속 알고 모르는 사람은 계속 모르는 책들이라 나도 모르게 강조하게 된다.
강요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가끔 정말 별로여서 돌려 말하는데 돌려 말하는 재미에 심취해 호기심을 유발할때는 정말 난처하다. 책소개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스킬보다 즐거움과 진정성으로 접근하는 저자에게 또 한수 배웠다.
책 속의 음식을 현실에서 영원히 먹어볼 수 없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일지 모른다. 상상력이라는 신비의 조미료를 뛰어넘는 현실의 맛을 만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41p, 차 한 잔 할래요?
세상이 '착한 사람과 나쁜 놈' 두 무리로 정확히 구분된다면 편리하겠지만, 실제로는 모든 사람 안에 이 두가지 면이 다 있다.
-55p, 누구에게 돌을 던져야 하나?
누군가가 죽은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사랑하는 이의 기억 때문이다.
-75p, 여백을 남기고 또 채우는
그 모든 걸 떠나 인간이 숲의 지배자인 듯 오만하게 숲을 마구 훼손하고 있지만, 수명만 놓고 보아도 수백, 수천 년을 사는 나무에 비교하면 우리의 삶은 그야말로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86p, 나무도 느끼고 생각한다고?
열악한 환경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핑계가 오히려 부담과 스트레스를 줄여주었던 것 같다.
-130p, 당신의 방을 보여주세요
플랫폼 노동은 세련된 이름과 기술 혁신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 불안정한 저임금 노동일뿐이다.
-152p, '사람'을 보아 주세요
결국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그곳이 어디든 어떤 시선으로 특별한 걸 발견해 내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167p, 여행, 특별할 게 없어도 특별한
아주 가끔은 나 자신이 되기도 한다. 가까운 이들의 시선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달아나려고 발버둥치는 여행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190p, 한 달 여행에 어울리는 책들
앞으로 "아이 러브 유"는 점점 사라지고 "아이 틴더 유"만 남게 될지 모르지만, 짧고 가볍다고 해서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206p, 사랑의 적당한 길이와 무게는?
결국 글쓰기는 스킬 몇 개 배운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삶 자체가 강렬하게 살맛나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217p, 읽고 쓰는 일의 통(痛)과 쾌(快)
수록작 중에서 두 권을 읽었고, 한 권을 읽을 예정이다. 책을 읽는 시간보다 책을 고르고 리뷰나 쇼핑목록을 둘러보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에 아는 작가도 꽤 나왔지만, 그 중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않은 작가는 거의 없었다. 저자의 독서량이 워낙 방대하기에 모르는 작가가 훨씬 더 많이 나온다. 새로운 작가와 작품으로 연결되는 환승센터같은 책이다.
라벤더색 표지를 입은 작고 알차고 귀여운 책이기도 하다. 올해는 (주로 벽돌책) 대량구매과 펀딩을 워낙 많이해서 신간을 구매할 타이밍을 종종 놓쳤는데 마침 북토크를 하신다기에 냉큼 달려갔던 것이 두 달 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