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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Jun 26. 2024

누가 미술이 어렵다고 했나

조원재 <방구석미술관>

도서제공리뷰



단 한 번 명멸하는 삶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떤 행위를 할 것인가? 그 행위 속에 '진짜 나'가 있는가? 그 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진짜 나'를 발견하고 완성하는 것인가? -168p, 폴 고갱




폴 고갱의 사과(모과?)가

폴 세잔 폴더에서 발견된 이유?


피카소가 잽싸게(?) 마티스를

밟고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


<모던 패밀리>의 덕후들을 따라 미술관에

가게 된 캠(카메라 아니고 캐머런의 애칭)이

마티스와 칸딘스키를 착각한 이유?


시트콤 속 가상의 방청객이 왜 웃는지 그 타이밍을 모르겠다면 당장 <방구석 미술관>을 끼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볼 일이다.




문제의 세잔 폴더에는 세잔이 세잔인지도 모르던 시절 눈으로 선별해 촬영한 미국여행 사진 속에서 유난히 (모네 다음으로) 세잔의 그림이 많아서 놀란 나머지 세잔에 관한 에세이를 두 편이나 쓰면서도 모르고 지나칠 뻔한 미운오리, 아니 고갱의 사과가 있었다. 이제는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로 진출한 <방구석 미술관>을 이제야 처음 완독하지만, 본캐(?)가 미술에세이스트도 인플루언서(라고 부르지마 제발)도 아닌 '책수집가'인 만큼 대형서점 미술코너(실제로는 모든 코너를 거쳐 최근에 시, 소설로 복귀)를 이 잡듯이 뒤진 적도 여러 번, 게다가 이 책은 한 번 잡으면 최소 1챕터는 순삭이다.


그러니까, 몇몇 챕터는 이미 몇년 전에 읽었단 얘기. 그 얘기도 어디선가 했는데, 읽는 장소보다는 산책하는 장소인 '서점'에 앉지도 않고 서서 읽는 나를 어지간한 입담으로는 10분 이상 잡아둘 수 없다. 최애 장르인 소설에서 유일하게 애나 번스, 장르는 비소설이었으나 최애 작가인 김애란만 가능했던 그걸,


했다. 목욕하고 정좌하고 읽어야 한다고 믿었던 미술책이. 책방산책의 흐름을 끊고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한 권을 다 읽을 기세였는데....




사랑하지 말라! 결혼하지 말라! 오직 예술과 사랑하라! -60p, 에드가 드가


​인간이 아무리 철학을 한다 한들, 결국 고통과 번민 속에 있을 뿐이다. 그것이 진실이다.

인간이 아무리 의학을 한다 한들, 결코 죽음을 벗어날 수 없다. 그것이 진실이다.

-113p, 구스타프 클림트


인상주의 작품들은 굳이 고도의 교육을 받지 않아도 미술을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품게 해주었던 것입니다. 간편한 튜브 물감까지 생긴 덕분에 프로, 아마추어 상관없이 야외로 나가 그림 그리기에 빠져 있던 시절이었죠. -151p, 폴 고갱


게다가 우키요에에는 보들레르가 항상 말하던 생각의 정수가 담겨 있었습니다. -182p, 에두아르 마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자 고정관념이었습니다. 사실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사물에 반사된 빛이었던 거죠. -209p, 클로드 모네




다른 미술책도 읽고 보들레르도 읽고 유럽여행계획을 요리 보고 조리 보고 여행계획과 글쓰기를 통합하여 가보지도 않은 오르세 미술관의 방 번호까지 에세이에 언급하는 지경이 되었으나, 예술에 대한 열정이 전과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미술에세이는 그 자체로 꼭 필요한 기능이 있다고 생각한다. 애호가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버전의 읽고 쓰기가 가능하고, 읽기에서 쓰기로 확장하면 감상자에게 그림같은 묘사력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림은 좋은데, 아직 내 취향을 모르겠다면?


우선 <방구석 미술관>을 읽어보자.




인물 하나하나 뜯어 형태를 통찰해보세요. 삼각형입니다. 인물들이 모인 그룹 전체를 통찰해보세요. 삼각형입니다. 모든 인물과 배경에 나무들을 통합해서 보세요. 삼각형입니다. -329p, 폴 세잔


아르누보? 유겐트슈틸? 외국어라 어려워 보이지만, '과거에서 분리된 새로운 예술을 하자'는 정신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진보 예술가들이 만든 명칭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297p, 바실리 칸딘스키


관객을 관찰자가 아닌 창조자로 보았죠. 과거의 어떤 예술가가 관객을 이렇게 보았던가요?

-326p, 마르셀 뒤샹




방구석에서 책으로 떠나는 미술관 여행! 재미있게 교양 충전이 가능한 <방구석 미술관>의 40만부 기념 특별판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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