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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Sep 10. 2024

잉여짓은 나를 지키는 힘이다

김남금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

도서제공리뷰



이 책은 결혼을 기준으로 구별 짓는 미혼, 비혼, 이혼 등의 단어에 얽매이기보다 '홀로 사는 풍경'에 무게를 두었다. 나처럼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사람, 결혼했어도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사는 사람, 사별이나 이혼으로 혼자가 된 사람 들이 그동안 봉인해서 가슴 깊숙이 넣어둔 감정을 들추어내고, 위안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10p, 프롤로그



혼자 사는 청년기와 중장년기에 로망이 있었다. 비혼을 결심한 사춘기 이후로 싱글라이프에 대한 밑그림이 있었다. 수능까지 점점 선명해지던 밑그림은 적어도 15년 정도를 미리보기했다. 스무 살, 기숙사 당첨(?)과 함께 혼삶은 확정됐다. 이후 가족을 포함해 다수의 하우스메이트와 여러 번 합가를 했음에도 정신적으로는 항상 1인 가구였다.


완결 후 정주행했던 미드 <섹스 앤 더 시티>덕분에 청소년기에 그려온 밑그림을 선명하게 채색했다. 엄밀히 말하면 '독립'은 아니었으나, 임시로 분가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그 상태를 가급적 유지할 계획이었으므로 스물 한 살에도 '자취'라는 말을 싫어했다. 이십 년이 지났는데도 소위 '자리 잡은' 중년들은 싱글라이프를 그런 식으로 대한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예시와 재현이 필요하다.




김남금 작가의 저서 목록을 발견하고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마침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여한 그래도봄 출판사에서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을 선물로 받았다. <어서 와, 혼자 여행은 처음이지?>, <비혼이 체질입니다>를 쓴 김남금 작가는 글쓰기와 여행 인문학을 강의한다. 론칭했을 때부터 주목하고 있던 그래도봄 출판사에서는 글쓰기와 치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교양 서적 등을 발행했다.


<혼자가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은 영화에세이다. 혼삶에서 예상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영화에 빗대어 설정해보고 예정되었다고 생각했으나 아닐 수도 있는 두려움과 직면한다. 외로움과 생계, 일상을 다독이는데 그치지 않고 홀로 나이 들 미래에 대한 꼼꼼한 계획이 이어진다. 혼자 살았다고 여기는 기간이 원가족과 살았던 기간을 한참 전에 초월한 시점에서 혼자 놀고, 혼자 먹고, 스스로 삶을 꾸려가는 것에 대한 가이드나 공감대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혼자 나이 드는 문제는 다르다. 현실적인 사례가 더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저자의 시도와 행보가 더없이 고맙고 소중하다.




1인분의 몫을 오랫동안 산 사람은 그동안 일에 매진했고, 자신의 한계도 알고 직업 이외의 다른 가능성을 엿볼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 탐구' 시간을 갖고 나 전문가가 되어간다. -32p, 혼자가 두려운 이유


하고 싶은 일을 아는 것은 축복인 동시에 저주일 수 있다. 생계와 직결될 때면 더욱 그렇다.

-80p,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이 다를 때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다. 젊을 때는 경험이 없어서, 나이 들면 경험이 쌓여서 실수한다.

-135p, 어른이 되기는 어렵고 꼰대가 되기는 쉽고


정체성은 일상에서 규칙적으로 하는 일에 의해 만들어진다. 사치에는 '식당을 열어서 돈을 벌 거야'라고 다짐하는 대신 '음식 만드는 사람'으로 산다.

-158p, 사소한 습관이 몸과 마음을 돌본다


'괜찮아, 집에 가서 OOO을 하면 돼' 하고 도파민이 나오는 잉여짓 한 가지쯤 곁에 두는 것은 '나'로 사는 기술이다. -166p, 잉여짓은 나를 지키는 힘



혼삶과 혼여행이 충만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저자와 같이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 '딴짓'의 힘을 실감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결혼 여부나 가족의 유무와 관계없이 우리 모두 언젠가는 홀로 남을지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 나만의 '딴짓'이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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