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스 메르틴 <아비투스>
다시 말해 우리의 사회적 지위는
우리의 몸에 새겨진다.
-207p, 신체자본_어떻게 입고, 걷고, 관리하는가
대를 이은 엘리트는 구별에 신경 쓰지 않는다.
왜일까? 큰 동물은 작은 동물에게
얕잡아 보이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
-254p, 언어자본_어떻게 말하는가
가족 최초의 대졸자는 가족과의 관계에서
스스로 그림자가 된다.
-288p, 사회자본_누구와 어울리는가
나는 이 사실들을 뼈를 깎는 고생을 하고서야
겨우 조금 깨달았다. -추천사(홍춘욱)
<2022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김애란의 ‘홈 파티’ 해설에서 강지희 문학평론가는 아비투스를 언급한다. 계급상승 과정에서 단련된 기술 중 하나인, 모르는 단어(특히 라틴어)가 갑자기 튀어나와도 놀라지 않는 멘탈을 활용하여 해당 글을 정독하려 했지만 도저히 검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검색창에서 알게 된 개념만으로도 이미 많은 것이 설명되었으나 더 깊게 알아야만 하는 본질적 구심력을 느꼈다. 그동안 내가 ‘아니 에르노 컴플렉스’라고 불렀던 그것. (그렇다! <단순한 열정> 해설에서도 아비투스와 피에르 부르디외가 언급된다. 아니 에르노 입문작인 <얼어붙은 여자>를 읽고 3년이나 지나서야 그걸 알게 됐다.) 출신 계급과 최종 계급의 불일치에 따르는 고뇌. 아비투스는 개인적이지만 정치적이고 철학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 현상이다.
당연히 그래야 했다. 그런데 아니 에르노, 엘레나 페란테를 알기 전에는 사례가 전무했다. 그녀들과 나의 출생연도를 고려하면 역사까지 봐야 한다. 다른 차원의 방식이 필요했다. 거의 반 세기의 시간차, 친구들 상당수는 부모의 학벌과 계급을 재생산했다. 혼자 겪고 감내하던, 이중국적자의 중간세계를 지인들이 온전히 이해한다고 보기 어려웠다. 그런 나에게 매몰되지 않고 시야가 넓어져 <길모어 걸스>를 보고도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심리자본을 취득하느라 반평생을 보냈다.
영어신동이었다가 스무살과 동시에 바보가 되어버린 처지에 한이 맺혔다. 영어에 미친 30대를 보낸 끝에 지금은 우스갯소리로 ‘미국에서 태어났으면 (경제자본이 부족해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끝났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끝내 가지지 못했다면, 가질 수 없는 태도. 계급상승자의 최대 약점은 ‘티가 난다’는 것인데 그러기엔 물려받은 도서관급 서재에서 획득한 문화자본과 언어자본(특히 이름!)이 거대했고 타인의 눈에는 다른 것도 물려받은 것처럼 보이는 게 당연한(당연해야만 하는) 한편 풀리지 않는 억울함도 있었다. (음, 이건 그러니까 후천적 성취인데.)
반복된 주제가 등장할 것이다. 연재 중인 <욕망의 백화점>에서 관심경제와 아비투스를 본격적으로 접목시키는 중이다. 허세용 인스타그램에서 영어책 자랑을 했더니, 그 결과를 보라! 여전히 사람들은 내가 원래 영어를 잘했을 거라고 생각하겠지.
이 같은 태도를 정의하기 위해 부르디외는 ‘아모르 파티(amour fati)’를 주어진 상황과 계급에 순응하는 태도, 즉 ’운명 순응‘으로 해석했다. 부르디외의 운명 순응은 자신과 같은 계급의 다른 사람이 성취한 것을 기준으로 야망을 품는다는 뜻이다.
-27p, 아비투스가 삶, 기회, 지위를 결정한다
엘리트 자녀들은 엘리트 기숙학교의 추운 저택에서 단련을 받는다. 스포츠 정신, 자제력, 탄력성, 수용력 같은 성격 강화가 전문 지식 습득보다 더 중요하다.
-45p, 심리자본_어떻게 생각하고,
어디까지 상상하는가
은은한 사치는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의 상호작용으로 생긴 성찰된 미학의 표현이다. 그러나 자기 일을 하고, 하룻밤 사이에 크게 성취하고, 경험 부족으로 선을 넘어 과시하는 사람이 결국 미래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110p, 문화자본_인생에서 무엇을 즐기는가
최정상에 있는 사람은 지식보다는 대화나
사고 능력, 개방성 등 지식을 다루는 ‘방식’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138p, 지식자본_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들에게는 사회에서의 상대적 우위가 절대 수령액보다 더 중요했다. 특히 성공한 사람들은 돈보다 지위를 더 높이 평가했다.
-168p, 경제자본_얼마나 가졌는가
국내파 영어구사자도 최정상에서는 당연히 해외를 기준으로 삼는다. (세상은 넓고 비영어권 영어능력자는 많기에,) 마음을 비워야 한다. 어느 정도 상승을 이루기 전에는 그 뷰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아비투스의 산에 올라가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