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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Oct 28. 2023

다시 10월, 비비언 고닉 버전의 '외로운 도시'

비비언 고닉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뉴욕은 나의 도시인 만큼이나 그들의 도시이지만 어느 누구도  도시를  가지진 못한다. -108p




비비언 고닉의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읽으려고 했는데 < 없는 여자와 도시> 새로 나와서 무엇을 먼저 읽을지 고민하던  초에, 신간이 도착하지 않은 서점에서 며칠만에 구간이 되어버린 <아무도...> 먼저 사왔다.


산책덕후  특히 논픽션의 대가라는 말이 헛소문은 아니었다. 처음 만난 고닉의 책과 진한 애증을 나누다 < 없는 여자와 도시> 보기 전에 조지 기싱의 < 없는 여자들> 읽어보려고 쟁여두었는데 펀딩으로 고닉의   권이 생겼다.  펀딩 사이에는 괜찮은 중고책을 대량으로 발견한 날이 있었는데  무더기 속에 < 없는 여자와 도시> 있었다.


우선 가장 얇고 궁금한 <상황과 이야기> 휘리릭 읽었고, 두꺼운 기싱은 앞부분만, 그러다 오래 들고 다닌 보들레르를 해치우고, 드디어  책으로 돌아왔다. 기나긴 여정이었다.




<상황과 이야기>에 등장하는 작가들, <아무도...>에 등장하는 레너드와 익명의 뉴요커들, 무엇보다도 고닉의 문제적 엄마와 문제적 전남친이 대거 등장한다. 한편 도시 역사와 본인의 회고록을 콜라보하기로는 고닉만큼 대가의 반열에 오른 올리비아 랭이 생각난다. 작년 브런치북 공모전을 준비하는 동안 뉴욕 여행기를 위해 참고했던 <외로운 도시>가 내 여행기를 마무리짓고 나서도 내 곁에서 도시적 외로움과 상실을 위로했다.


다시 10월, 비비언 고닉 버전의 <외로운 도시>를 읽으며 속도를 낸다. 문장을 음미하고 싶은데, 올리비아 랭을 읽던 순간만큼 절절하지 않아서 우선 통독하고 지나가기로 한다. 이 시기에는 내 사랑, 고닉보다 숙제이긴 해도 다음 책이 중요한 것 같다.




사실 우리는 각자의 인생이라는 영토를 힘겹게 횡단하다 국경이 맞닿는 곳에서 이따금 만나 서로에게 정찰 기록을 건네는 고독한 두 여행자다. -59p


삶이 불능不能의 총합처럼 느껴지려 할 때면 나는 타임스스퀘어까지 산책을 나선다. 세상에서 가장 요령 넘치는 하층민들의 본고장인 그곳에 가면 금세 통찰이 회복된다. -73p


나는 아직도 시간을 버는 중이었다. 뭣 때문에 시간을 버는지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78p


지금 여기, 9.11 이후의 뉴욕에서 나는 영원히 전후가 되어버린 남겨진 세계와 나란히 선 채 잠시나마 그 차갑고 고요한 순수를 응시하고 있었다. -93p


그러나 여자는 진정 혼자고, 평생 혼자였다. 그렇대도  편의 이야기에서 여자가 그나마 인생과 흥정을   있는  사랑할 도시가 있기 때문이다.

-102p


누군가를 영원토록 매혹할 수 있는 건 오직 사람의 머릿속 생각이나 영혼의 직관뿐인데, 내가 품은 그것들을 매니는 사랑하지 않았다. -129p


그리니치빌리지는 사방이 온통 아나키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성적 급진주의 분위기로 가득했다. 에벌린은 그 모든 것을 품었다.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156p


어린 시절의 상처에서 벗어난다는  영원한 미완의 과제로,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완결되지 않는다.

-167p


속으로 생각한다, 아는 사람과 함께하느니 오늘 밤은 차라리 당신들과 여기 있겠노라고. 뭐, 그것도 아는 사람 나름이지만 말이다. -221p




역시 고닉이다. 읽은 순서 때문에 먼저 읽은 작품들만큼 환호하지 못해서 미안하지만  책도 충분히 고닉하다.  책이 포함된 시리즈도  읽어보고 싶고, 이미 펀딩으로 얻게  <멀리 오래 보기> 읽어야 하는데...


고닉과 고닉 사이에 망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봄부터, 혹은 재작년부터 미루고 있는 책들도 많으니 올해만  권을 읽은 고닉은 잠깐 쉬어도   같다. 고닉이 부르짖는(?) 헨리 제임스를 읽거나, 읽어도 읽어도 줄어들지 않는 마거릿 애트우드를 읽거나. (새로 역서가 나왔는데 계속 새로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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