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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Oct 02. 2024

책을 사러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산책덕후 강남언니

가로수길에서 도서전을 하고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어갔던 적이 있다. 서점을 둘러보러 갔다가, 다시 서점으로 돌아가 책을 구입해서 귀가하기 전, 아직 저녁이 되지 않은 6월의 늦은 오후에 가로수길을 걸었다.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그 전시는 약 2주 동안의 이벤트였다. 그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해당 전시에서 전시된 적이 있는 도서를 한참 멀리 떨어져있는 다른 서점에서 만났다. 마침 갖고 싶던 책이라 또 다시 이건 운명이라며 냉큼 그 책을 품에 안았다. 표제작을 이미 읽어서 저자의 다른 (더 최근에 나온) 작품집을 살까하던 계획을 지우고 일단 이 책부터 읽기로 한다.


덕분에 장바구니에 신간이 들어있던 다른 작가의 책도 구간으로 바꿨다. 신간을 온라인으로 주문할 예정이었는데, 실물영접한 구간에게 마음을 뺏겼다. 한 권은 일치했다. 구간이지만 그냥 그 책을 사려고 마음먹었는데 오프라인에서 지름신이 온 날 함께 들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이틀전에 다른 지점에서 1권을 훑어본 책의 1,2권 합본(한정판)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나와있기에 이것도 품에 안았다. 때마침 스피커에서 일정금액 이상 구매시 10%에 해당하는 할인이 가능하다는 방송이 나온다. 모르고 있었는데, 백의 자리를 이리저리 통합해보니 네 권의 책은 최대 할인이 가능한 최적의 조합이었다. 계산대에서 확인한 바 중복할인도 가능했다.


여름에 미리 구입한, 책가방(에코백)에 딸려온 연간 할인한도에서 15%를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었다. 총 25% 정도 할인된 금액에 아껴둔 마일리지까지 사용했더니 예상한 책값의 60%도 안 되는 (전자)영수증을 받았다. 득템하는 기쁨이란 이런 것이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는 책은 더 큰 행운을 부르고, 그래서 책방산책을 멈출 수 없다. 가로수길 원정이 없었다면 이런 행운이 없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책을 보러) 발걸음을 했던 가로수길에서 안타까운 평화를 느꼈다. 하지만 작년 여름의 기억이 좋아서 (일부러는 아니고 충동적으로) 1주년 기념 재방문도 했다. 가로수길에 다시 갔던 이번 여름에는 내 기억과 다른 (영어책이 대폭 줄어든) 그 책방에 약간 흥미를 잃었지만 그럼에도 흥미로운 책을 발견했고, 그보다 더 흥미로운 카페도 발견했다.


왕복거리에 비해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오랜만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는 거리까지 느긋하게 걸었던 날은 이른 오후에 예술의 전당을 방문하고 오는 길이었다. 작년에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리기 전에, 올해는 도서전 이후에 가서 그럴수도 있다. 다시 방문한 가로수길은 거리에 비해 일부러 찾아갈만한 곳은 아니라는 인상을 주었다. 그게 문제였다.




강남에서 공간적 덕업일치를 하던 시기에도 강남은 멀었다. 그렇다고 강남에 살고 싶지는 않았다. 어차피 강북이나 강서에서도 내집마련은 불가능하다. 끌어모을 영혼이 있다면 (책을 사서) 책으로 만든 집을 짓겠지. 강남시절에도 강남에 살기 싫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살고 있던 동네가 특별히 더 좋았던 것도 아니고, 어떤 식으로든 택시비나 시간이 깨지는 거리를 이동하면서까지 이사를 고려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당시에는 이사 자체를 고려하지 않기도 했다. 이사할 기회가 있을 때는 이미 생활의 중심이 바뀌었다. 두루뭉술한 강남 혹은 강남구 혹은 강남3구는 내부의 온도차도 심한 곳이다. 끌어모을 영혼이 있다고 해도 환경이 좋은 곳에 입주할 수 없는데, 강남이 아닌 곳에서는 그나마 선택지라는 게 있다.


가까운 곳, 가까워야 하는 곳의 기준이 되는 강북 도심에서도 최적의 입지조건을 찾기는 어렵다. 도심에는 주택가가 없고, 도심에서 가까운 고급 주택가의 경우 부동산에 앞서 교통편 때문에라도 보통의 서울시민에게는 접근 불가한 지역이다. 주택에 들어가는 비용이 충분히 있어도 면허(혹은 운전기사)가 없으면 살 수 없는 곳이다.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야 한다. 그러다보면 도심보다는 부도심에 가까운, 그 사이의 어정쩡한 곳에 새롭게 적응하는 시간이 온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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