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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Feb 07. 2023

알콩달콩 뉴욕 경찰 로맨스모음

뉴욕 드라마 <캐슬>과 <화이트 칼라>

디즈니플러스에서 <화이트 칼라(2009-2014)>를 포함한 (특히 뉴욕 배경의) 범죄스릴러 드라마를 스트리밍하면 자동 추천해주는 첫번째 유사작품이 뉴욕 스릴러 <캐슬(2009-2016)>이다. 스타 미스터리 작가와 유능한 NYPD 형사의 로맨틱 코미디에 미스테리와 형사의 시점이라는 스릴러 요소와 약간의 느와르가 가미된 시리즈다.



제인 오스틴에 빙의한

코넌 도일


주인공이면서 주인공의 뮤즈이기도 한 케이트 베켓이 약간의 그늘을 가진 미모의 여성이자, 훗날 뉴욕의 최연소 여성 강력반 반장이 되는 짐 고든 여자버전이라서 액자 속의 사건과 수사방식은 기본적으로 진지하다. 그런데, 진지한 건 뭐죠? 먹는 건가요? 느낌의 푼수같은 추리소설가 리처드 캐슬이 훅 들어온다. 이 아저씨 뭐죠? 그리고 초장부터 베켓이 캐슬의 조용한 덕후라는 것이 밝혀진다.




이름만 사자왕인 리처드 캐슬은 케이트 베켓의 느와르에 감염되고, 성덕이 된 베켓은 캐슬 때문에 웃음이 터지는 걸 참느라 매일 썩소를 날린다. 그렇게 희극과 비극의 전선에서 로맨틱 코미디가 피어오른다.



뉴욕 스릴러 중에서


코미디와 틈틈이 파고드는 로맨스 위주로 무리하게 범죄 수사를 희화화하지 않으면서, 뉴욕경찰의 고충을 보여주는 <브루클린 나인나인(2013-2021, 이하 브나나)>이 무지개색 직장 드라마라면 눈 뜨고 코 베이는 화이트 칼라 계층의 지능적 범죄를 중점으로 다루는 <화이트 칼라>는 무혈의 화이트톤 심리스릴러다. <캐슬>은 많이 톤다운된 인디핑크나 말린장미색 로맨틱 코미디라고 해야할까? 세 편의 뉴욕경찰드라마 중에서는 가장 핏빛이기도 하다.


가족적인 <브나나>는 물론이고, 대리 부자관계를 암시하는 <화이트 칼라>의 닐과 피터 외 주요인물들은 직장에서도 퍼스트 네임으로 부른다. 한국이라고 가정하면 '영희 팀장님', '철수야' 같은 호칭을 베이스로 가끔 진지함을 강조*하기 위해 '김 형사'라고 부르는 식이다. <캐슬>에서 캐슬과 베켓은 서로 썸타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을 암시하듯이 '캐슬'과 '베켓'이라는 라스트 네임으로 부르는 습관이 굳어져서 그대로 해피엔딩(스포일러)까지 한다. 둘은 애인 사이가 되어서도 '이 형사님, 박 작가님'이라고 쭉 부르는 셈이다.


드라마니까 드라마틱한 임기응변과 운이 따르는 작가로 설정된, 캐슬이라는 컨설턴트에 의해 NYPD에서 기록적인 검거율을 보유한 베켓 팀과 고미술품 위조전문 범죄자**인 닐 카프리라는 컨설턴트 덕분에 FBI에서 기록적인 검거율을 보유한 피터 팀은 창의적인 범죄수사를 제시하면서 다소 가볍게, 때로는 아주 진지하게 공무원 세계를 비튼다.  


닐 카프리 역을 맡은 맷 보머는 <에코(2022)>라는 미니시리즈에서 쌍둥이 자매를 공유하는 남편으로도 등장한다. 피터 버크 역을 맡은 팀 디케이는 <리벤지(2011-2015)>에서 환경친화적(인 척하는) 기업의 CEO로 잠깐 등장한다. 리처드 캐슬 역을 맡은 네이선 필리언은 <위기의 주부들(2004-2012)>에서 캐서린의 두번째 남편인 산부인과 의사 애덤으로 등장하며 <위기의 주부들>의 출연진 중에서 <은밀한 하녀들>과 <매드맨> 다음으로 가장 많은 출연진이 중복되는 드라마가 바로 <캐슬>이다.



*서장인 레이먼드를 부를때는 라스트 네임인 '홀트' 또는 '캡틴'으로 부르지만 그의 퍼스트 네임이 베일에 가려진 것은 아니다. 서장 역시 부하들을 '산티아고' 등 라스트 네임으로 부를때가 많지만 부하들끼리는 나이와 연차에 상관없이 서로 퍼스트 네임을 편하게 부르는 편이다. 형사 중에서 나이로는 가장 어린 에이미 산티아고가 가장 먼저 진급하기 때문에 그후 남편인 제이크를 제외한 나머지는 그녀를 라스트 네임으로 부르고, 이것이 더 자연스럽다.


**닐 카프리와 <블랙리스트>의 레딩턴과 같이 범죄계의 스타 범죄자들을 둘러싼 세계는 일종의 '업계'로 묘사된다. 특히 미국에서는 범죄계를 직업의 일종이라고 받아들이는 듯 하다. 범죄자로 낙인이 찍히면 다른 업계에 발을 들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범죄계에서 성공하고 알려지는 것도 그들 사이에서는 커리어처럼 대우를 한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도 스타 범죄자를 꿈꾸는 초범이 등장하며, 심지어 라이프 스타일 시뮬레이션 게임인 <심즈>에도 범죄계로 취업이 가능하다.

캐슬과 베켓


<캐슬>에서 베켓과 그녀의 상사는 다른 형사 드라마의 팀장들과 마찬가지로 후배 형사들을 '보이즈'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미국의 가정에서 아들과 남편을 묶어서 '(마이) 보이즈'로 부르고, 아내과 딸을 묶어서 '(마이) 걸스'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남성 중심적 직장에서도 그런 맥락에서 '보이즈'라는 호칭은 비교적 흔하다.


상대적으로 '걸스'라는 호칭은 직장에서는 확실히 부적절하기에 이러한 관행에 대한 고찰도 필요해보인다. 물론 '레이디스'라는 호칭은 모든 상황에서 사용이 가능하지만, 애초에 여성들만 모여있는 곳이 공식적으로 진지하고 존중받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길모어 걸스>의 로리와 에밀리가 나름 진지하게 활동하는 애국여성회라는 보수 단체도 리처드와 로렐라이 입장에서는 황당한 조직일 뿐이다.  



로맨스 좀 아는 여전사, 베켓


이 구역의 전투력은 어쨌든 주인공인 베켓이 맡고 있다. 베켓의 베프인 법의학자와 '보이즈'로 구성된 팀원들도 기본은 하는 친구들이지만, 베켓의 직관과 순발력에 캐슬의 엉뚱함을 더해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캐슬이 베켓을 구하는 장면도 있지만 작가와 형사라는 설정이 견고하기에, 베켓이 캐슬을 구하는 장면이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훗날 성장해서 FBI 요원이 되는 <리버데일>의 소녀 탐정, 베티 쿠퍼와 드라마 전체의 나레이터이자 극중 작가인 저그헤드에게도 이러한 공식이 적용된다. 그러나 베티가 정식으로 훈련받기 전에는 그저 어두운 또다른 자아를 가진 십대 소녀인 반면 저그헤드는 '서펀트'라는 조직의 대장이라는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였고, 이 커플은 베티가 주도하지만 베티가 저그헤드를 보호하는 역할은 아니었다. 성인이 된 지금은 아쉽게도 연인*사이가 아니며, 저그헤드는 카리스마를 잃어버린지 오래다. 베티가 요원이기 때문에 다른 느낌으로 서로를 지켜주는 중이다.



*원작 만화에서는 베티-아치의 로맨스가 중심이고 저그헤드는 로맨스가 없는 인물이라고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베로니카-아치의 케미가 더 좋았던 한편 베티-저그헤드도 그 이상의 케미를 보여줬기에 '버그헤드' 커플이 작품의 달달함을 담당했다.  

베티와 저그헤드


<화이트 칼라>의 주요인물들은 심리전과 지적추론의 달인인데다 FBI 현장 훈련을 당연히 거쳤을테니 운동신경도 좋은 편이다. 야구선수 출신의 수학 전공자 피터 팀장은 발로 뛰는 현장을 좋아해서 나이에 맞게 진급을 했음에도 잠복근무에 끼어들려고 한다. 그러나 피터의 명령으로 닐과 모즈를 감시하는 실무자인 '빅 시스터' 다이애나만큼 날렵한 사람이 없다. 이 구역의 전투력 담당인 다이애나가 임신했을 때, 비슷한 시점에 시드니가 임신해서 마지막이 된 <앨리어스>의 시즌 5처럼 루즈해졌다.  



범죄와의 전쟁을 위로하는 가족들


모함을 당하고 숨어사는 닐의 아빠와 스파이라는 다소 황당한 <앨리어스> 적인 가설 외에는 소식이 전무한 모즈의 부모, 억울하게 살해당한 변호사이자 거대한 음모에 다가서는 열쇠인 케이트의 엄마 등 사라진 가족에 대한 미스터리가 이 시리즈들의 진지함을 유지하는 커다란 추의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나름 화목한 가족들이 냉혹한 범죄에 시달리는 주인공들을 위로한다.


닐과 피터에게는 엘리자베스와 귀여운 사치모와 모즈와 준 이모가 있고, 베켓을 흡수하는 캐슬 가에는 관종인 엄마와 극 모범생인 딸이 있다. 장수 드라마의 또다른 매력 포인트는 성장하면서 많이 달라지는 아이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알렉시스 캐슬은 이미 거의 다 컸는데 거기서 또 폭풍성장을 하는 소녀인데 결국 아빠가 경찰서 출입금지 기간에 급조한 사설탐정 사무실을 개조해서 접수한다. 다른 스릴러 시리즈에도 주인공급 경찰이나 탐정의 자녀가 등장하지만 알렉시스처럼 사건을 해결하는 주역으로 참여한 작품은 드물다. 예술가인 동시에 미스터리에 끌리는 탐정본능이 있는 <캐슬> 집안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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