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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덕후 한국언니 Feb 06. 2023

스릴러로 다시보는 뉴욕 여행

뉴욕 드라마 <화이트 칼라>

라파엘을 포함한 거의 모든 예술계 거장의 그림, 조각과 옛날 채권, 살아있는 박물관의 공룡알까지 위조하는 지능범이 있다. 닐 카프리의 마법 같은 위조술과 분신술, 그런 닐을 3번 이상 추적해서 체포한 뒤 컨설턴트로 활용하는 FBI 뉴욕지부 화이트 칼라 범죄수사팀 팀장 피터 버크. 두 사람의 티격태격 브로맨스만으로도 더 바랄 것이 없는 <화이트 칼라>는 2022년에 알게 된 인생 미드다.


이 작품은 기본 설정 외에도 뉴욕 감성 인테리어와 범죄드라마라고 하기엔 화창한* 시티뷰, 미소년 닐의 미모와 미인계, 여전사 다이애나의 박력, 닐이 위조하고 바꿔치기하는 다양한 예술작품의 기나긴 목록, 책덕후 모즈의 독서 목록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취향저격을 했다. 미드에 심취했던 지난 6년간의 작품을 대상으로 통합 어워드를 선정한다면, 범죄스릴러  부문과 뉴욕 부문 최우수상과 통합 대상 감이다. 심지어 브로맨스 부문을 신설하고 싶을 정도.



*범죄드라마의 전형인 <CSI 뉴욕>과 상반된다.

모작을 원작 이상으로 잘 그리는 닐 카프리


뮤직박스와 고문서 등 시즌을 흔들었던 빅 미스터리의 핵심 소재와 관련 시나리오가 CIA 스파이 스릴러인 <앨리어스>의 변주라는 것은 뒤늦게 알았다. 팀장의 집착과 라이벌 조직의 방해로 <앨리어스>의 주요인물들을 끊임없이 고생시키는 가상의 천재 예술가 람발디*의 유물들은 예술과 유물을 전문으로 다루는 <화이트 칼라>에서 나치 보물선으로 환생한다. 이는 닐과 피터가 서로를 속이는 계기가 되고 둘의 브로맨스는 전화위복을 맞이한다.



변장의 달인


중고매장에서 만난 이모뻘 과부, 준의 집에 장기투숙하면서 고인의 명품 수트를 입는 닐은 수트로 무장한 FBI 최고 엘리트 그룹에서도 미모와 패션으로 시선강탈을 한다. 그러나 예술품 회수 작전을 위해 변장할 때는 <킬링 이브>의 청부살인업자 빌라넬처럼 각종 유니폼과 특수의상을 소화한다. 피터가 이끄는 팀에서 지능과 체력을 겸비한 수석요원 다이애나는 <앨리어스>의 여전사 시드니처럼 국제적이고 요란한 복장은 아니더라도 용의자에게 최대한 접근할 수 있는 시가 걸**이나 사근사근한 이발사 같은 코스프레를 보여준다.


닐이 위장잠입을 할 때는 그가 다른 잔재주를 부릴까봐 걱정하는 피터와 안심시키는 닐의 눈빛교환으로 상호합의를 한다. 반면 다이애나가 위장잠입을 할 때는 코스프레의 수위가 높아서 다른 사람들(주로 남성요원들)이 차마 제안을 하지 못할 때 그녀 본인이 맥락을 눈치채고 흔쾌히 하겠다고 자원하는 경우가 많다. <앨리어스>의 시드니(또는 제니퍼 가너)는 변장을 한 본인의 모습에 약간 어색해하지만, 닐은 위조범과 도주의 달인인 만큼 뻔뻔하게 자신의 배역에 충실하고(빌라넬도 이런 스타일이다.) 다이애나는 임기응변과 빠른 제압이 특기라 어색할 틈이 없다. 변장 자체보다는 변장의 맥락을 더욱 섬세하게 연출했고 그런 점에서 <앨리어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종합 예술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패러디

**할렘 르네상스, 개츠비 시대에서 유래한 듯한 째즈 공연장에서 바니걸 복장으로 돌아다니면서 시가를 판매하는 여성

평소보다 더 드레스업한 다이애나와 닐


이 구역에서 다이애나는 리스베트 살란데르 스타일의 여전사이기에 브로맨스와 직접 연결된 주인공이 아니면서도 요원들 중에서는 주인공이다. 공조의 주역 닐과 피터, 피터의 아내 엘리자베스, 닐의 베프 모즈까지 백인이지만 피터 팀의 센터인 다이애나 베리건, 클린턴 존스가 엘리트 흑인 경찰 공무원으로 활약한 이 작품은 <범죄의 재구성>, <브루클린 나인나인> 등과 함께 오바마 정권의 핵심 콘텐츠*다. 피터가 바쁠때 권한대행을 하는 다이애나는 종종 '닐 감시하기' 미션을 수행하고, 이를 빗대어 닐과 모즈는 그녀를 '빅 시스터'라고 부른다.



남성 관객들이 더 좋아하는

브로맨스 맛집


다이애나와 상극인 것 같지만 시즌이 지날수록 그녀와 독특한 케미를 형성하는 모즈는 2021년에 요절한 배우 윌리 가슨**이 열연했다. <화이트 칼라>는 그의 인생작이 되었다. 모즈와 닐의 우정은 형제애에 가깝고 피터와 닐의 애정은 부자지간에 가까운데 정작 모즈와 피터는 나이가 비슷하다. 극중 나이는 피터가 좀더 많아 보이지만, 약 10년 전에 40대 배역을 소화한 윌리 가슨이 1964년 2월생이고 당시 부장급 공무원이었던 피터 역의 팀 디케이는 1963년 6월생이다. 소년티가 남아있는 닐 역의 맷 보머가 1977년 10월생이긴 하지만 극중에서는 서른 즈음인데다 동안이니까, 50세 전후의 피터를 죽은 아빠처럼 생각하는 것도 납득이 된다. 둘이 가까워질수록 피터를 보는 닐의 눈빛이 강아지처럼 달달해져서 설렘주의. 하지만 맷 오빠의 30대는 이미 한참전에 지나갔고 그는 이미 유부남이다.


뉴욕 드라마 <화이트 칼라>는 뉴욕의 핫플, 실외 장면이 많고 스릴러는 물론 다큐멘터리나 로맨스보다도 날씨가 좋다. 뉴욕이 그리울때 여행하는 기분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라파엘과 드가가 가장 많이 등장하지만 첫 사건에서 고야를 각인시킨 닐의 목소리와 사건과 상관없이 취미로 작업한 존 싱어 사전트의 'Nonchaloir'를 보면서 뉴욕과 워싱턴에서의 미술관 여행을 회상할 수 있었다.



*가장 최근에 종영한 <브루클린 나인나인>의 경우는 코로나 시즌의 유색인종 혐오 현상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기도 했으며, 에이미 산티아고의 방해꾼으로 트럼프를 연상시키는 빌런을 출연시켰다.

**윌리 가슨은 <섹스 앤 더 시티>에서도 명품 조연을 맡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친근한 인물이었다.

닐 카프리 in Paris


국제조직과 경쟁해야하는 <앨리어스>의 배경은 거점인 LA에 머물지 않고 세계일주를 한다. 교도소 수감 대신 컨설턴트로 복역중인 닐은 2km 반경 안에서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데 고로 <화이트 칼라>의 배경은 대부분 맨해튼에 몰려있다는 점도 독특한 에피소드를 제공한다. (맨해튼을 떠나는 트램을 타면 전자발찌 알람이 울려요!) 이 작품을 보고 나서야 알게된 트램의 존재 덕분에 '나는 왜 루즈벨트섬을 지하로 왕복했나'라는 후회도 하게 되었고, 다 해본 것 같은 뉴욕 여행에도 새로운 목표가 추가되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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