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그 아이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by 은자루

“그랬어?”

“네 존나 아팠어요. 그리고 아저씨 지금 이치호같아서 좀 짜증났어요.”

“그랬냐.”

나도 뜨끔했다.




“걔도 앞뒤 없이 훅 들어오거든요. 완전 기분 나빠요.”

“허허..”

“내가 알고싶지 않은 것까지 안 것처럼요. 뭐라고 하죠 그거. 그.. 알아보는거.”

“알아봐?”

“그거 있잖아요 그거. 아씨 뭐라고 하더라.”


김지훈은 답답해보였다. 듣는 나도 사실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중심을 꿰뚫는다고 말하면 안될 것 같았다. 나는 생각해보다 던졌다.


“간파?”

“네네!! 그거요. 간파 당했어요. 모를거라고 생각했는데 다 아는거요. 무슨 무당도 아니고. 내가 알려달라고 한것도 아닌데. 짜증나요.”

“그래서 때린거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김지훈이 끄응, 소리를 냈다. 사이다를 벌컥벌컥 마시더니 테이블에 탁 소리를 내며 놓는다.


“그날은 제가 좀 안일했죠. 인정.”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조금 괴롭혀 줄 생각이었다고 했다. 마침 그와 같이 다니는 패거리가 있었고, 살짝 흘린 말에도 패거리는 흥분해서 본때를 보여줘야한다고 했다.

야자를 하지 않고 빠져나간 치호를 뒤따라간 패거리는 대놓고 그에게 시비를 걸었다.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반박했을 그의 상태가 조금 이상하다는건 김지훈만 눈치챘다.


“휘청휘청 거리더라구요. 술취한 건 아닌데 저도 잘 못알아보는 것 같고. 말도 못알아 듣고. 병신인줄 알았어요. 애들은 자기들을 무시하는 줄 알고 더 화를 내고요.”


휘청거렸다? 그날 저녁에 본 이치호는 그 누구보다 차분해 보였다.


“그날따라 왜그런건데?”

“저야 모르죠.”


김지훈이 자기한테 왜 그런걸 물어보냐는 얼굴로 말했다.


“몸이 안좋았나..”


아주 단순하고 바보같은 추측이었지만 직관적이긴 했나보다. 김지훈이 그 말에 반응한걸 보면.


“그러고보니까 해만 지면 맥아리가 없어졌던 것 같기도 하고.. 지가 뱀파이어야 뭐야.”

“일반적으로 뱀파이어는 밤에 더 활동적인데.”

“아아, 아무튼! 그래서 제가 선방 날렸어요. 솔직히 때린 건 잘못이지만, 저 아니였으면 걘 그날 병원 실려갔어요.”


그렇게 말해놓고 김지훈은 바짝 마른 입술을 핥으며 내 눈치를 보았다.


“그러면 고마워해야겠네.”

“네에?”

“농담이고, 너도 이치호를 썩 싫어하진 않는 것 같은데.”

“....”

“걔가 싸가지 없는 건 인정. 나한테도 그런식이거든. 근데 나쁜 애는 아닌 것 같아. 그러니까,”


이건 꼰대발언이 틀림없다. 하지만 이 나이쯤 되면 이렇게 말을 하지 않고는 못베기나 보다.


“잘 지내보도록 노력을 해봐.”


내 말에 헛소리 하지말라며 반박할 줄 알았던 김지훈은 한참을 뚱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저 녀석 나름대로 생각이란걸 하는 중인거겠지.

어떤 사람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하는 주제에, 아이들을 관망하는 나를 자조하며 나 또한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김지훈은 자신의 임무를 극적으로 수행해주었다.

그 정도까지 바란 건 아니었으나, 그는 내게 이런식으로 문자를 보내오기 시작했다.


‘형님, 이치호가 점심을 굶었습니다. 오후 수업에 늦었는데, 선생님이 별다른 말을 안하네여.. ㅎ;; 어디 다녀온 것 같습니다. 수상합니다.’


‘형님, 이치호가 지각했습니다. 다크써클이 짙은 걸 보니 밤을 샌게 분명합니다. 저 녀석이 보는 영상이 있는지 확인해볼까요?’


‘형님, 이치호가 하교하는데 백화점에서 옷을 샀습니다. 메이커입니다. 비싼거예여. 양손 가득 들고 갑니다...젠장.’


대다수가 쓰잘데 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어어, 그래. 고맙다. 정도로 일갈했지만 김지훈은 재미가 들린건지 하루가 멀다하고 내게 문자를 보내왔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형님, 이치호가 하교하는데 집에 안가는 것 같습니다. 피씨방에 갔어요. 제가 알기로 이치호는 결벽증이 있어서 남이 쓰던 것에 손대는걸 싫어해요. 이전에 걔 필통에 있는 샤프하나 썼다가 지랄을 해서.. 어쨌든 이치호가 피씨방에 간건 수상합니다. 엄청 수상합니다. 제가 미행하고 있습니다.’


내가 봐도 허술한 김지훈이 미행한다고 하는걸, 이치호가 과연 모를까?

하지만 이어서 오는 문자에 나는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형님, 이치호가 집에 갔습니다. 제가 그 녀석이 앉았던 자리에 자리 잡았어요. 오실래여? OO피씨방입니다.’




“여기, 여기요!”


내가 피씨방에 도착했을 때, 김지훈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자리에 가자 김지훈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뭐랄까.. 한건 해냈으니 칭찬해달라고 쳐다보는 강아지같은 표정이랄까.

나는 피식 웃고, 자리에 앉았다. 이미 한껏 들떠있는 김지훈이 나를 향해 말했다.


“제가 엄청난 걸 찾아냈어요.”

“뭔데?”

“천하의 이치호도 지가 들어간 검색기록까지 지우지는 않더라고요.”


오. 제법인데? 내가 조금은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김지훈의 콧대는 한껏 더 높아졌다.


“보실래요?”


김지훈이 자리를 비켜주었고, 내가 자리에 앉았다. 방금전까지 이치호가 앉았던 자리. 그리고 김지훈이 앉았던 자리는 미지근한 온도를 품고 있었다.

그는 메일을 확인했는지 기본적인 포털사이트에 먼저 접속한 것 같았다. 그 사이트자체에는 DM클럽에 관한 몇가지 검색기록이 남아있었다. 여기까지는 예상가능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트’를 발견했다.


“....그건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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