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이트자체에는 DM클럽에 관한 몇가지 검색기록이 남아있었다. 여기까지는 예상가능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트’를 발견했다.
“....그건 뭐예요?”
김지훈이 내 옆에서 물었다. 김지훈이 이치호가 앉았던 자리를 찾은 것까지는 칭찬해줄만 하지만, 그도 이런식으로 이치호가 직접 주소를 넣어서 들어간 사이트까지는 찾아볼 생각을 못해본 모양이었다.
“그러게.”
그 사이트는 카페 같은 회원제 공간으로 보였다. 하지만 단독 사이트로 존재했고, 회원가입 자체는 가능했으나 날짜상 이 년 전부터 추가 회원은 정회원이 아닌 ‘예비회원’으로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안내문구가 빨간글씨로 쓰여있었다.
보다 보니 6년전 게시글로는 국내 포털 카페에서 자사 사이트로 새로 이전한 모양이었다. 디자인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꾸며보려는 시도가 언제 적인지 가늠되지 않게 촌스럽고 어색했다. 차라리 단색으로 통일하면 나았을지도.
내가 본 그 사이트의 첫인상은 그랬다. 한 단어로 집약하자면 허접. 도저히 신뢰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도움이 크게 됐다, 너.”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렇죠?!”
김지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씨익 웃었다. 일단 사이트 주소를 옯겨 적은 나는, 바로 나가서 김지훈에게 고기대접을 해야했다.
왜 치호는 내게 그 사이트에 대해 말하지 않은 걸까.
우리가 그다지 신뢰로 엮인 관계가 아니란건 알겠다. 하지만 정보를 공유하는 것 정도는 나쁠 것 없다고 본다.
치호가 내게 숨기고 있는 게 있었다. 그 사실은 이치호의 뒷조사나 몰래 하던 내가 억울해 할 부분이 아니긴 했으나,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만은 썩 좋지 못했다.
사이트는 회원 537명에 운영진 2명. 게시글은 이천 개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작성일을 기준으로 볼 때 마지막 게시글이 2년 전이었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정보의 시대에 이정도면, 버려진 유령 사이트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세상엔 그런 사이트의 주소가 몇 개나 될까. 나는 '가입인사말에 쓰고 싶은 말(50자 이내)' 라는 항목을 보면서 생각했다. 버려지고 더 이상 아무도 보지 않는 인터넷 상의 공간. 유유히 떠다니는 그곳을 육지로 따지자면 무인도쯤 되려나?
이 사이트의 대다수 사람들은 내가 가입인사말에 쓴 글 따위 모르겠지. 이런 사이트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잊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잊을 수도 있을까? 운영진은? 가입이 될 건지 큰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썼다. 짧고 간략하게.
‘도명제약은 내 꿈을 망쳤다.’
누군가 읽어줄거란 기대없이 확인버튼을 눌렀다.
사이트의 이름은 도진요. 일명 '도명제약의 진실을 요구한다' 소싯적 유행하던 문장이 어미부터 말미까지 빼곡히 들어차 있는 이름이었다. 이런 것도 시간이 흐르니 유치하고 촌스러웠다. 사람들의 절박함. 그리고 그 절박함과 경고를 제대로 담은 한 문장이 이렇게 변질될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씁쓸해졌다.
회원가입이 된 건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였다. 정회원이 되신걸 축하드립니다! 정회원? 예비회원이 아닌가? 어디선가 웹사이트를 바라보고 있는 나까지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괜스레 뒷목을 긁적였다. 어찌 되었든 나는 정회원이 되었고, 묵은 글들을 읽을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다.
초기 글들은 감정이 빼곡히 담겨있었다. 사람들의 분개함이 절제나 정제없이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몇몇 자극적인 제목의 글들은 클릭했을 때, 운영자의 권한으로 삭제 및 비공개라는 안내를 몇 번이고 발견했다.
몇 년이 지나자 게시글 수는 상대적으로 내리막길을 달리는 게 내 눈에도 여실히 보였다.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오던 글들은 몇일에 한 건, 몇 주에 한 건씩으로 줄어들더니 마지막 게시글이 올라온 이 년 전에는 그 달을 합해 6개월간 올라온 글이 한 건으로 끝이었다.
나는 여러 글을 곰곰이 읽거나 건너뛰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한 유저를 발견했다.
유저이름 '날다람쥐1호'. 그가 쓴 글을 보는 내내 한 가지 선명한 이미지를 지우기 힘들었다.
나는 그가 이치호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