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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자루 Sep 22. 2024

12. 책 다 읽으셨나요?

독서 감상문

내가 살아오며 읽은 책이 과연 몇 권이나 될까.
대한민국 평균 직장인 연간 독서율이 0.7권이라고 하니,
아마 그보다는 훨씬 많이 읽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은 알 거다.
이미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들은 절대 한 권에서 그치지 않는다. 탐독하고 또 읽어제낀다.
생각보다 독서에 '미친'사람들도 많다는 뜻.
아마 그 소수의 독서가들이 우리나라의 독서율을 책임지고 있을 것이다.
그 '소수'에 내가 들어가냐고 물어본다면 확신을 가질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독서감상문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나는 제법 뿌듯한 얼굴로 말할 수 있겠다.
"독서감상문은 꽤 썼답니다" 라고.

*
어릴 적부터 내 취미는 독서였다.
독서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으면,
사실 저도 그랬는데요~ 이렇게 하시면 도움이 된다는 말을 해주고 싶지만 그것은 불가하다.
정확히 왜 그것이 취미가 된 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전부터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자랑이 아니다. 요즘에 유행하는 텍스트힙의 원조라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자리에 앉아서 무단히 글자를 읽어내리는 행위를 내가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건,
내 행동에 당위성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확한 이유를 가지고 책을 읽고, 좋아하게 된 이들과 달리 내가 두루뭉술하다는 의미다.
그러니 누가 물어본다면 이런 대화가 이어질 것이다.

"전 독서가 취미예요."
"그래요? 언제부터요?"
"그냥 아주 오래전부터.."
"그렇군요." (뒤로 숨겨진 여러 가지 말들..ㅋ)

꼭 대충 핑계 대는 사람 같다.
그래서 이번 꼭지를 쓰면서 나의 독서 히스토리에 대해 풀어보려고 한다.

어릴 적. 그러니까.. 아마 미취학 아동이었을 때부터 나는 책과 가까운 환경에 있었다.
이건 전적으로 부모님 덕이다.
엄마는 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온갖 아름다운 것. 이를 테면 클래식, 그림, 동화를 왕창 보고 읽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태어난 나는 집 안에 있는 온갖 동화를 읽으며 자라났다.
내가 혼자서 글자를 읽을 수 있고도 한참이 지날 때까지 아빠는 우리 자매의 동화책 읽어주기 담당이었다.
자기 전 한 권을 들고 아빠한테 간다. 동생과 내가 아빠를 가운데 두고 소파에 앉는다.
아빠는 이미 수십 번도 더 읽었을, 동화책을 펼치며 항상 처음처럼 혼신의 연기를 하며 읽어준다.
우리도 이미 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다 알고 있음에도, 이제는 스스로 글자를 읽을 수 있음에도, 빠져들어 동화책을 보았다.
수없이 반복되었을 날인데도 기억은 희미하다.
하지만 떠올릴 때마다 행복해진다. 내 인생에 가장 따스한 기억 중 하나다.

집에 있는 책은 모두 새 책이었다. 엄청난 부잣집이 아니어도 책만큼은 새것으로 사주고 싶었다고. 그 마음이 너무 좋았다. 어려서도, 커서도. 그래서 새 책을 사면 한 번씩 손으로 쓰윽 쓸어보고, 종이책의 빳빳한 질감을 느껴보는 습관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중고책도 물론 중고책만의 매력이 있다! 새 책만 좋다는 의미가 아닙니다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도서관을 다녔다. 그때는 중학생이 되기 전에는 부모님과 동행하지 않는 한 '일반열람실'에 들어갈 수 없었는데, 못 가게 해서 그런가 너무 가고 싶었다.
들어갈 수 있는 시기가 되고 나서, 내 이름으로 된 독서회원증이 생기고 나서,
책을 무지막지하게 읽었다.
읽고 나서 너무 마음에 드는 것은 용돈을 모아서 한 권씩 샀다. 나중에 돈이 많아지면 커다란 책장 안에 책을 가득 채우리라 다짐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스스로 제대로 된 돈을 벌기 시작하고 나서 한 것 역시 책이었다.
원래라면 도서관에 나오길 기다리고. 읽고서 신중하게 한 권씩 구입했더라면 이제는 그냥 마음에 들면 샀다.
한 번에 여러권씩 사서, 시간제한없이 읽어내리는 책은 달콤한 디저트 같았다.
읽은 책을 정리하기 시작한 건 자소서를 쓰면서. 내가 살아온 시간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도 정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주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읽은 책의 권수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때 도움이 된 게 독서감상문이다.

*
독서 감상문. 독서에 대한 감상을 남기는 것.
숙제가 아닌, 내 의지로 쓰는 독서 감상문은 다르다.
틀도 제약도 없다. 그냥 쓰면 된다. 한 줄? 두 줄? 단어로만 써도 충분하다.
쓰고 안 쓰고의 차이가 있냐고?
1년만 지나고 나서 1년 전 읽은 그 책에 대해 떠올려 보면 된다.
독서 감상문이 있고 없고는 당시의 내 생각을 캡쳐했냐 안 했냐 차이다.
"그랬던가? 그랬나." 라는 어설픈 추측이 "아 그랬구나. 그때의 내가 느낀 건 이거구나." 라는 확신으로 바뀌는 이야기다.
생각의 캡쳐.
뭔가 보다가 기억하고 싶으면 사람들은 스크린샷을 남기고 캡쳐를 한다. 스크랩도 한다.
그러니 우리의 생각도 캡쳐해놔야 하지 않을까.
하나의 책이 있고, 그 책을 읽은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독서감상문 100개는 하나도 겹치지 않을 것이니까 말이다.

*
나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독서감상문을 썼다.
A4용지. 독서노트(따로 만들어서 다 못씀). 메모앱.
요즘엔 메모앱 활용을 많이 한다.
나중에 검색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검색이 되냐 안되냐는 큰 차이를 불러왔다.
템플릿은 없다. 형식도 없다.
한몇 줄로 끝나는 것도 있고
구구절절 길게 쓰는 것도 있다.
그냥 문장수집만 해놓은 책도 있다.
독서감상문은 일기만큼이나 자유로운 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유의사항이 있긴 하다.

*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사람이라면 독서감상문은 독서에 거부감을 가중시키는 행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독서감상문을 써보고자 마음먹은 사람들에게라면
해주고 싶은 작은 조언이 있긴 합니다.
"재미있다. 재미없다"만 쓰지 말 것.
아까는 단어도 괜찮다며??? 라고 위를 보신다면 정답입니다. 하지만 재미있다/재미없다 말고 다른 거.
재미가 있건 없건, 그 책을 다 읽었다면 뭔가를 느꼈을 것이다.
왜 재미있었다고 생각한 건지
왜 재미없다고 생각한 건지
어떤 장면이 뇌리에 남았는지. 나아가 그게 왜 내 머릿속에 남은 건지.
어설프더라도 써보면 어떨까.
내가 좋아하는 걸 확실히 알고, 그걸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멋지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독서감상문은 나의 '취향'을 찾는데 확실한 도움을 줄 것이다.
그렇게 하나 둘, 독서감상문이 모인다면 분명 나의 취향. 내가 추구하는 색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책 한 권 읽었나요?
그러면 독서감상문 한 번 써봅시다!


세벽을 읽어보고 감상문 한 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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