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녁 공단을 향하는 차창 밖으로 빗줄기가 내린 날이 있었다. 공단 앞 조촐한 정류장으로 조그마한 발걸음 하나 내딛는 엄마의 발자국 앞으로도 빗줄기가 내렸다.
그날 저녁 엄마는 무엇이 서러웠는지 무엇이 정녕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이었는지 커다란 노트에 조그마한 손으로 글씨를 썼다.
'지금 솟아나올 빗줄기는 나의 가슴 속 아픔을 더하는 노래인까
아니면, 힘없는 어깨에 무거운 채찍을 원하는 아우성들일까'
이제는 비도 새지 않는 집에서 한 저녁 술안주를 시켜놓고 홀로 앉아 작은 글씨 하나 하나 써내려 갔을 그 집요한 힘을 생각한다. 열여덟 남짓 시절 엄마를 지탱해주던 나에게는 없는 강인한 힘을 생각하는데, 창밖으로 비가 내릴 날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