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내게 말을 걸던 날
숲은 조용히 말을 건다.
말보다는 빛으로, 소리보다는 그림자로.
노랗게 빛나던 잎이 하나 둘,
바람에 실려 떨어져 나뒹굴다가
이내 길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 길 위에 서 있었다.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조심스럽게 내려와
내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그림자가 먼저 길을 나섰고,
나는 그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첫 번째 길은 황금의 숲이었다.
고개를 들면, 잎들은 아직 떨어지지 못한 채
햇빛을 품은 채로 흔들리고 있었고,
그 아래를 걷는 내 마음도
조금은 따뜻해졌다.
무언가가 끝나려는 순간,
여전히 남아 있는 생명의 흔적들,
그 찬란한 마지막이 나를 붙들었다.
두 번째 길은 침묵의 숲이었다.
발밑엔 이미 다 떨어진 낙엽들.
어디에도 빛은 들지 않았고,
나무들은 이미 말을 멈춘 듯
묵묵히 서 있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각사각 부서지는 소리만이
나와 함께 걷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침묵이 슬프지 않았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한 그 길이
오히려 나를 편안하게 했다.
화려한 인사를 마친 계절이
조용히 안식을 준비하는 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다.
끝남 속에 시작이 숨어 있다는 것을.
길 위에 떨어진 잎 하나를 주워
주머니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가는 길도,
이 숲처럼 아름다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