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타인 속에서 사라지는 나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익숙하게 웃는다.
적당히 맞장구를 치고, 분위기를 읽고, 눈치를 본다.
이 모든 게 자연스럽게 느껴질 만큼 오랜 시간 훈련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었다.
날 선 말들에 다치지 않기 위해, 어색한 상황에서 튀지 않기 위해,
나는 스스로를 조금씩 깎아냈다.
그리고 그렇게 깎인 조각들은 모두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말 아래 흘러내렸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에 감동하는지를 정확히 떠올릴 수 없었다.
어떤 대화에서도 나는 ‘나’로 말하기보다는
‘저 사람이 듣고 싶어 할 나’로 말하고 있었다.
“넌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잘 맞춰?”
그의 물음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건 오히려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
나는 타인의 기분을 너무 잘 안다.
말끝의 변화, 눈빛의 움직임, 대화의 간격.
그 안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내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본능적으로 선택했다.
그렇게 나는 점점,
‘맞춰주는 사람’이 되어갔다.
처음엔 그것이 배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깨달았다.
나는 타인을 위하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어느 날, 모임에서 나 혼자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었다.
모두가 웃고 있는 자리에서, 나는 이상하게 멀게 느껴졌다.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있었지만, 나는 그 자리에 없는 것 같았다.
몸은 앉아 있는데, 마음은 어디에도 닿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여기에 있지만, 나는 여기에 없다는 것을.
내가 계속 사람들에게 맞추다 보니 정작 나라는 사람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그건 내가 만든 ‘버전의 나’를 좋아하는 것이었다.
진짜 나는 거기에 없었다.
그 사실은 조금 무서웠다.
내가 만든 캐릭터 속에 나를 가두고,
사람들이 그 가면을 사랑하게 만들었고,
그래서 그들이 좋아해도 진심으로 기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아니라
내가 연기한 나를 사랑한 것이니까.
나는 점점 더 내 자리를 잃었다.
타인의 기대와 기준 속에서 나는 맞춰졌고, 맞춰졌고, 맞춰졌다.
그리고 결국… 사라졌다.
그 이후로 나는 연습을 시작했다.
‘싫어요’라는 말을 꺼내보는 연습,
‘그건 내 생각과 달라요’라고 말하는 연습,
그리고 ‘그렇게 말하면 속상해요’라고 감정을 드러내는 연습.
처음엔 뻣뻣하고 어색했다.
거절은 죄책감으로 이어졌고, 내 의견을 밝히는 건 버릇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점점 알게 됐다.
그 연습은 나를 타인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를 타인 앞에 보여주는 용기라는 것을.
그 용기가 쌓이면
어느 순간 진짜 나로 서 있을 수 있게 된다.
나는 여전히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웃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이제
내가 원할 때만 꺼내기로 했다.
내가 사라지지 않는 관계, 내가 허용되지 않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 나는 더 이상 억지로 나를 맞추지 않기로 했다.
타인 속에서 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타인 속에서도 나는 나로 남아야 한다.
그게 온전하게 살아가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