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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길 Oct 29. 2021

시들 땐



시들시들 시든 몸엔

시가 들기도 하여

팔딱팔딱 생동한 것들

낯설기만 할 땐

시의 집으로 향한다


시들시들 시든 마음

시의 집에 들어와 비로소

두근두근 콩닥콩닥 

다시 몸을 일으키어 

나의 집으로 향한다






몸과 마음 시들할 땐 무작정 글숲으로 향합니다. 저도 모르는 무언가를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한 시인을 만났습니다. 노르웨이의 울빅에서 태어나 끝까지 그곳에 살았던 농부이자 시인입니다. 저는 농부의 딸입니다. 그래선지 자연을 노래하는 시는 고향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줍니다. 몸살을 았던 가을에 만나 쉴 수 있었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노르웨이 시인 울라브 하우게<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안에서 수 있었습니다. 작은 것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진실하고 따스합니다.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면 다시 읽고 나가 나무를 보렵니다.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대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

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오세요

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

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눈이 내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춤추며 내리는 눈송이에

서투른 창이라도 겨눌 것인가

아니면 어린 나무를 감싸 안고

내가 눈을 맞을 것인가


저녁 정원을

막대를 들고 다닌다

도우려고.

그저

막대로 두드려주거나

가지 끝을 당겨준다.

사과나무가 휘어졌다가 돌아와 설 때는

온몸에 눈을 맞는다


얼마나 당당한가 어린 나무들은

바람 아니면

어디에도 굽힌 적이 없다 

바람과의 어울림도

짜릿한 놀이일 뿐이다

열매를 맺어 본 나무들은

한 아름 눈을 안고 있다

안고 있다는 생각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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