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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길 Oct 31. 2021

이렇게 좋은 날

 


눈부시게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

이렇게 좋은 날 집에서는 무얼 해야 할까요.

가을빛들의 축제를 창 안에서 바라봅니다.


아파트 화단에는 듬성듬성 단풍이 들어 가고

길가의 큰 가로수들도 자기만의 색을 뽐내는데

안의 아주 작은 나무엔 새잎이 돋아납니다.


뾰족한 네 명이 달그락달그락 종일 투닥이다가

파란 하늘과 오색 단풍도 모자라 붉은 노을까지

무심히 보내버리니 까만 저녁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것도 못하고 어둠이 왔다고 허탈할 참에

먼 데서부터 가까운 데까지 불빛들이 반짝입니다.

가로등 불빛과 집에서 어 나오는 불빛들입니다.


어둠을 밝혀주는 빛들에 우리 빛도 있겠지요.

아무것도 못할 뻔했는데 빛 하나는 밝히겠지요.

아주 작고 연한 새잎처럼 아이들도 자라겠지요.


가을빛과 불빛들은 작게만 보이고

곁의 아이들과 연한 새잎은 크게만 보였습니다.

안팎으로 빛은 좋은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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