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겨울밤 아들은
대분수를 가분수로 바꾸고
가분수를 대분수로 바꾸어야 하는
문제 앞에서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분모와 분자를 알고
자연수와 진분수를 알기에
그래서 분수라는 걸 알거라 믿었는데
3학년 총정리 간단한 문제 앞에서 멈춘다
모양을 조금 바꾸었다고
새로운 기호를 보는 듯 멍한 얼굴
꾹꾹 참아도 툭툭 나오는 말
어떻게 이걸 모르니
어찌 아이가 벌써 자기 분수를 알겠냐만
수학의 분수만큼은 제대로 알기를
옆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엄마는
오늘도 하고 싶지 않은 말들을
내뱉고서 잠 못 이루고 있다
큰 분수와 거짓 분수를 모르면 어때
진짜 분수와 자연수는 알고 있는걸
조금 더 기다리면 자기 분수도 알 텐데
몰라도 괜찮다고 말해줄 용기가 없었다
다음날 학교에 다녀온 아들은
이제는 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놀이처럼 공부했더니 재미있었다며
이미 깨닫고 온 아들에게 뒤늦게 고백한다
그래, 몰라도 괜찮아
모르면 배우면 되지
'하룻밤만 더 기다릴걸'